‘회사 일’ 기가 막히게 잘하던 동기를 옆에서 직관했던 썰

20년 전 imf가 막 끝나고 건축 붐이 불었을 때

동기와 난 우리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고작 6개월이었지만 두각을 나타내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게 앞으로 승승장구 승진을 하며

두각을 나타내는 내 동기놈이였다.

신기한건 인턴기간 동안 사실 특출나게 잘한건 없었다

대학도 기존 인원보다 한티어 낮기도 해서

처음엔 떨어져 나가는 인원이라고 생각하고

측은해서 잘해줬다.

하지만 막바지에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첫번째 눈에 든건 자기 pr시간 같은걸

기습적으로 받은 적이 있었는데

모두가 우물쭈물 할때 그 친구가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점과 개선점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관심없던 해외 건설현장 파견지위 하는 간부 몇이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묻자

이 회사에 입사할 거기 때문에

지원전에 현장 노가다를 했다고 했다.

그 어떤 자소서보다 설득력있는 토론이였다.

실제론 현실과 괴리가 있는 이론들이였지만

간부들은 그래도 좋아했다.

그리고 인턴 막바지 파견을 나가는데

다 서류가방 들고 따라나설 때

스포츠 가방을 들고 차에 올랐다

거기엔 선임 챙길 얼음물과 수건과 깨끗한 안전화가 있었다.

그렇게 정직원 채용이 된 그 동기는

부서가 달라 잊고 지냈는데

몇년 후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부하직원이 그를

대리님이라고 불렀다.

가능하지 않은 연차였기에

난 그를 불러세우고 물었다

어떻게 한거냐고

그 친구는 의외로 흔쾌히 알려줬는데

방법은 나 같은 평범 샐러리맨이 고과를 위해

승진에 관련된 토익이나 자격증 등을 공부할 때

라이벌 건설사의 역사와 영업방식 같은걸 공부했다고 한다.

그때 머리가 좀 아찔했다

내가 승진 하고 싶으면서 나만 생각할 때

동기는 회사가 원하는 걸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침에 출근하고 야근도 해서

정해진 업무시간을 초과 전까지 아슬하게 채워놨다.

한달이 일주일 쯤 남았을 때

동기는 업무시간을 다 써서 근로기준상 야근을 못했는데

이 일주일에 동기가 아침부터와서 해준

업무 맛을 들인 선임들은 동기만 엄청 찾았다.

난 납득이 되어서인지 뭐에 홀려서인지

그 동기를 따라하기 시작했는데

다른 회사를 공부한 덕에 입찰할 때 라이벌사의 패턴 같은 걸

감과 숫자로 알게 돼서 이 능력이 도움이 많이됐고

맞선임이 어느날엔가 부장님과 밥 먹을 때 날 불렀다.

부장은 밥 먹다가 내 동기 이름을 대면서

나보고 그 친구가 참 빠릿빠릿한데 닮았다고 말해줬다.

난 식은땀이 흐르면서

그 동기가 더 높게 올라갈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렇게 수년 십년이 지나고

내가 두바이로 파견갔다 돌아왔을 때

그 친구는 부장님 소리를 듣고 있었다.

직원이 몇 없는 팀의 물부장이였지만

나름 별동대 같은 포지션이었고

역시 실적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나는 직장에서 라인을 잘못 타서

나가리 직전이였는데

사장이 동기 부서로 옮겨줬다.

동기의 부하직원인 셈이라 화가나야 되는데

전화위복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난 동기는 어떻게 행동할까 생각했다.

부서 이동 전 부여된 이틀동안

난 두바이 사업이 왜 안됐는지

왕족과의 커넥션이 사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정리했고

복귀했을 때 동기에게 보여줬다.

동기는 불라인드까지 치고 혼자서 그 보고서를 읽어줬고

별 말이 없었는데

다음해에 날 다시 두바이 파견업무팀에 추천해서 넣어줬다.

난 그때 좀 괴팍한 방법을 생각했는데

만나주지도 않는 왕족들이

건설권을 일본업체에만 맡기는걸 생각해서

일단 만나야한다는 생각에

회사에 요청해서 바텐더와 술 말아주는 룸직원을 대동해갔다

무모하고 ㅂ신 같은 짓이였지만

소문을 듣고 만나주더라.

의외로 왕족들은 접대는 안 받았지만

건설에 대한 얘기를 나눠주었고

티비에 종종 나오는 하얀 호텔 건설에 참여시켜줬다.

난 그때 의기양양해 있었다

내 작전이 통한 줄 알았으니까.

근데 실상은 동기가

현대건설이 초창기 때 한국 기업으로 이룬 업적과

한국식 온돌과 사계절이 있어 내구성이 강한 벽지를 쓰는

국내 기술에 대한 영상을 만들어 보냈고

그게 먹힌 거였다.

영상에 포함된 한국 인터폰 기술에 뿅간 관계자가

우리를 좋게 본 거였다.

4년간 두바이에 있다가 본사로 복귀했을 때

동기는 부사장 후보가 되어있었다.

난 이때 차이를 완전히 인정하고

동기를 축하해주며 일선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지금은 지방에서 유유자적하게 지내는 중인데

언젠가 동기라면 사장도 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난 회사생활 말고도

가족에 대한거나 남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나만 잘할게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지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회사생활엔 인간관계와 업무능력도 즁요하지만

그 전에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벽에 아저씨의 긴 글이 초년생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

나와 같은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다들 무탈하고 성장하는 사회생활을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