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보는 것 같은 어느 남자의 ‘싱글벙글’ 군생활 하는 썰

고라니병

우리 부대는 후방 지원부대라

솔직히 가혹행위나 구타행위가

거의 없는 몇 안되는 클린한 부대였음.

하지만 그중에서도 전설로 내려오는 가혹행위?
썰이 있음.

그것은 바로 고라니병

우리 부대는 산에 둘러쌓여있는데

천혜의 지형조건으로

고라니가 거짓말 안치고 수백마리는 살고있음.

간부들이야 밤에 자동차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어서 졸라 욕하지만

우리 입장에서야 마주쳐도 튀기만 하고

근무도 안 나가는데

(근무는 경비중대가 나가고 우리는 불침번근무 밖에 없음)

그냥 길가에 돌멩이 같은 존재였음.

문제는 선임병들이 신병을 상대로

이 고라니를 갖고 장난을 친거에서 시작됨.

선임: 우리 부대에는 고라니를 관리하는 고라니병이란 직책이 있는데

이게 개꿀임 이거 맡으면 포상도 나오고

일과시간에 고라니 먹이 챙겨주면 끝남

신병: 와… 그건 어떻게 하는겁니까?

선임:ㅇㅇ 이거 고라니를 식사때마다 불러야해서

고라니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내야 함

저 소리 들리지?

참고로 고라니는 꺼억 꺼억 운다.

선임은 순진한 신병한테 그 소리를 마스터하면

일주일 후 고라니병을 뽑는데 추천 해주겠다고 한것.

그 후 일주일동안 신병은

일과시간은 물론 개인정비시간에도

꺼억 꺼억 하며 돌아다님

나중엔 정말 고라니가 나타난듯한 소리를 냈다고 전해짐.

처음엔 다들 그 신병이 웃겨죽었지만

너무나도 진지한 그 모습에 차마 거짓이라고 말을 못하고

일주일뒤

선임은 그 신병이 찾아와 고라니 소리를 내는걸
보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차마 이정도면 뽑힐만 하냐는 그 순진한 물음에

고라니병으로 소대장이 다른 애를 뽑았다고 구라를 침.

시무룩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신병을 보며

선임은 나중에 다 농담이었다고 말해줘야 생각하지만

그날 일이 터졌다.

그 신병이 소대장을 찾아가 자기한테 한번만 기회를 달라며

고라니 소리를 꺼억꺼억 냈다는 것..

사정을 알고있는 행정병들은 행정반에서 빵 터져 죽었고

이게 뭔 일인가 싶었던 소대장은 전후사정을 알게된 후

미친듯이 웃다가

신병의 순진함에 감탄하여 마일리지 100점을 부여함.

그리고 그 신병이 나임.

뱀파이어

평화롭던 우리 중대의 평화를 깨뜨리는 사건이 있었음.

우리들은 그 사건을 엑소시스트라고 불렀음.

때는 평화로운 금요일

여느때처럼 신병들이 전입을 왔음.

근데 한명의 상태가 이상했음.

신병: 제게 지금 사탄이 들어와 있습니다

소대장:???

신병과 면담을 하던 소대장은

이놈은 평범한 놈이 아니라고 판단

바로 윗선으로 보고를 하고

상담실로 신병을 데리고 들어감.

그때 난 행정반에서 애들이랑 노가리 까고 있는데

계원 한명이 숨을 못쉬면서 배를 잡고 행정반으로 기어들어옴

뭔 지1랄인가 했는데

계원: 우..우리 중대에 뱀파이어가 들어왔답니닼ㅋㅋㅋ

우연히 상담실 앞을 지나가던 계원이

상담실에서 소대장의 빡친 목소리와 욕설이 들려오길래

살짝 엿들었는데

신병이 자기가 뱀파이어 라고 주장 했다는 거임.

그 말을 들은 소대장은 빡쳐서

아 이새1끼 대화가 안 통하네 라고 했고

당연히 그 소식을 들은 우리는

행정반에서 존나 쳐 웃으면서

뱀파이어가 빨리 행정반으로 오길 기다렸음.

기다리던 끝에 보게 된 뱀파이어는

키는 땅딸막하고

피부는 각질 같은게 일어났고 하얗게 창백했음.

근데 눈빛이 확실히 이상한게

역시 뱀파이어는 다르구나 라고 생각했음.

암튼 뱀파이어는 요주의 인물로 찍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으며 행정반에 봉인되었음.

거기서 끝났어야 하는데

시1발 동기중 한명이

“뱀파이어 마늘 좋아하지않냐?”

이러는거야

그 말에 동한 우리는

취사병한테 사정사정해서 생마늘 몇개를 구했음.

그리고 그걸 녀석의 자리 곳곳에 부비트랩 설치하듯 깔아놓았음.

그러던중 녀석의 관물대에서

이상한 짱돌이 발견되었음.

이게 뭐지 하고 있는데 동기녀석이

“야 시1발 이거 봐봐”

그건 녀석의 수양록이었음.

수양록에는 빨간쌕 볼펜으로 휘갈긴 온갖 욕설과

녀석의 계획이 적혀있었음.

나를 무시하는 하찮은 인간들에게 복수하겠다.

심지어 그 짱돌에게는 이름이 있었는데,

데미안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음.

아무튼 뱀파이어가

데미안으로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계획을 입수한 우리는

증거물을 소대장에게 전했고

결국 뱀파이어는 그뒤로 보지못하게 됨

들리는 바에 의하면

그린캠프에 봉인 당하였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뱀파이어도 그린캠프는 어쩔 수 없나 싶었음.

가끔 밤에 배란다에서 담배 필때면

뱀파이어와 데미안이 생각나곤 함.

황금박쥐

우리 부대에 전해 내려져 오는 원피스가 있었다.

옛날 선임들이 남긴 보물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황금박쥐’임.

우리 부대는 상상 이상의 면적이라

부대 안에 산이 있었는데

막사 근처 좀만 나가면

동굴 하나가 산 중턱쯤에 있었음.

거기는 투입로나 초소도 없는 그냥 생 야산인데

멀리서 봐도 뻥하니 구멍이 뚫려있는

그곳에 박쥐가 산다고 했음.

근데 그게 보통 박쥐가 아닌 황금박쥐 라는거임

그 보기 힘들다는.

사실 있다쳐도 거기까지 누가 가고 왜 가냐

그냥 과장된 썰이거나 허풍이겠거니 했지

그런데 문제는 사슴벌레에서 시작됐음

선임중에 한놈이 작업 나갔다가

사슴벌레를 잡아다 페트병에 넣고 기르면서 유행이 되기 시작함

사슴벌레 열풍이 불고 작업 나가

너나 할것 없이 나무부터 뒤지기 시작함

그렇게 포켓몬GO가 아닌

사슴벌레GO가 유행할즈음

다른 선임이 배수로 근처에서 도롱뇽을 잡아온거임

또 난리가 났지

이젠 작업 나가면 애들이 물가부터 찾기 시작함

사슴벌레 도롱뇽을 유행시킨 선임들은

서로 동기였는데 동기 한명이 더 있었음

그 선임은 자기만 유행을 시킨게 없으니 초조했는지

어느날 휴일에 자기랑 친했던 나랑

또 막둥이 한명을 데리고

부대의 전설 황금박쥐를 잡으러 가자고 한거임.

시1발 뭔 미친소리인가 하고 있는데

막둥이가 재미있어하고

또 나도 생활관에서 드라마만 보긴 심심해서

운동도 할겸 같이 따라나섰다.

산중턱이라 해봤자 높지는 않고

길이 험해서 좀 위험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동굴까지는 금방 도착했음

그런데 멀리서 볼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가까이 와보니까 들어가기 존나 무서운거임

랜턴 켜도 까맘 진짜

그래도 들어갔는데 동굴은 의외로 짧았음

딱 생활관 2개 넓이?

그래서 셋이서 이게 뭐냐고 존나 시시하다고 찡찡거림

사실 좀 설레기도 했거든 뭔가 인디아나존스 된 느낌도 들고

근데 랜턴 불빛에 비스듬히 비친 까만 돌이

좀 독특하게 생긴거임

이게 뭘까 하고 자세히 비추는데 리얼 박쥐인거지

3명이서 동시에 똑같이 비명 지르는데

박쥐 미동도 안함.

신기해서 좀 더 비춰보다 나왔는데

사실 그게 황금박쥐인지 아니면 걍 박쥐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음.

갔다와서 막 선후임들한테 썰 풀었는데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그 동굴 막 탐험하고 그랬지만

우리말고 아무도 박쥐를 본적이 없음.

그래서 우린 그게 황금박쥐인지는 모르지만

황금박쥐를 봤다고 3명 모두 입도 안 맞췄는데

3명 다 황금박쥐라고 주장하고 다님.

칠색조

우리 부대에는 꿩이 많았음.

그리고 미치도록 잡고 싶었음.

발단은 보급관님이었다.

같이 지역작업을 나가다 복귀하는 길에 꿩을 본거임.

‘저거 한번 잡고싶다’

보급관님의 말에 나는

‘한마리 잡아옵니까?’

나의 말에 보급관님이 비웃으시면서

저걸 니들이 한마리라도 잡아오면 마일리지 100점을 준다 하였다.

(마일리지 100점당 휴가 1박)

그리고 그 시간부로 꿩 사냥꾼들이 탄생했다.

꿩 사냥꾼들은 마일리지에 굶주린 흉악한 짬찌들이었으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르는 어설픈 사냥꾼들이었다.

기껏해야 사슴벌레 도롱뇽이나 잡던 놈들이

꿩에 도전하였던거지.

꿩은 알록달록한놈과 마른닭 같이 생긴놈으로 나뉘는데

이중 알록달록한놈은 덩치가 커서 닭보다 커보일때도 있었다.

꿩 사냥꾼들이 막상 마주하여도 쉽게 제압할 수 없었고

또한 꿩들은 이상하게 날지는 않지만 재빨랐음.

그들은 산악전 평지전 수풀전 모든면에서 완벽한

컴플리트 포워드 였다.

게다가 이들은 작은 새끼같은 놈들 서너마리와

큰놈 한마리로 뭉쳐다니는데

영악하게도 습격을 당하면 흩어져 꿩 사냥꾼들을 혼란시켰었다.

마지막으로 꿩 사냥꾼들은 지능을 써 덫을 설치하였다.

과자부스러기, 취사장에서 구해온 생쌀등을 미끼로 삼아 그들을 노려보았으나

그들은 인간이 준 먹잇감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품위있는 맹수였다.

우리와 미끼를 놓고 건너편에서 쳐다보던

꿩들, 그들의 눈빛은 분명 비웃음이었다.

격분한 꿩 사냥꾼중 한명이

실탄 가져와 저새기들 쏴버리겠다고

지랄발광하며 꿩 사냥꾼들은 해체되었다.

후에 사냥꾼들은 그들의 표적에 경의를 담아

꿩들을 칠색조라 불렀다.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신데렐라

우리 부대에는 신데렐라 라고 불리우는 소대장이 있었음.

평소에 장난 많이치고 유쾌한 형인데

TV연등도 자주 주고 먹을 것도 많이 사줘서

다들 잘 따르는 소대장이었음.

문제는 이 소대장이 왜 신데렐라라고 불렸냐면

당직근무를 설때 밤12시까지는 칼같이 당직을 서다가

12시만 되면 바로 잠들어버렸거든.

정말 신기한게 12시만 되면 딱 자리에 앉아서 잠들었다.

문제 될건 크게 없었음

당직사관을 제외하고도 당직부사관도 있고

상황병도 있어서

돌발상황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음.

우리 중대로 오는 길은 외길이라

산에서 근무서는 애들이

도로로 차가 온다 싶으면 바로 통신 때려줬거든

하지만 두가지의 악운이 겹치고 말았음.

첫째는 우리 부대 지휘관인 대령님이

렉스톤을 타고 순찰을 나선 것과

둘째는 우리의 전방레이더망인

초소 근무자들이 지들도 쳐 뺑이치고 있어서

차가 지나가는걸 통신 안해준거지

그렇게 우리는 대령님의 1차 침략을 받게 되었음.

행정반 앞에서 불침번서던 애들이 알릴 틈도 없이

대령님이 행정반으로 들어와보니

당부인 나는 TV앞에서 의자에 앉아 자고있고

상황병은 깨어있었는데 TV보고 있고

당직사관인 신데렐라는 책상에 엎드려 딥슬립

지옥에서 악마가 소환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하하 괜찮아 피곤하면 잘수도 있지 한명이라도 깨어있는게 어디야’

라고 웃으시면서 근무 열심히 서라고 하고 돌아가셨음.

리얼 대천사 강림한 줄 알았음.

근데 신데렐라도 존나 웃긴게

한번 걸렸으면 그때부터라도 근무 빡세게 서야되는데

이 인간도 말년중위다 보니까

‘한번 걸린거 어쩌겠냐 설마 또 오겠어’

이러면서 또 자더라고

근데 일리있는 말같았음

오늘 한번 왔으니 또 안오겠지 라는 생각에

나도 다시 TV 앞에서 잠이 듦

근데 시1발 이번엔 상황병 새끼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바로 잔거임.

여기서 우리는 아무도 몰랐음.

대령님이 들고다니는 그 뭐라고 하지 지시봉같이 생긴 막대기 있는데

그걸 우리 행정반에 놔두시고 간걸..

그래서 그걸 다시 가지러 30분 정도인가?

있다가 다시 왔는데

이번엔 3명다 쳐 자고 있는게 보인거지

당시 나는 대령님의 표정을 보지 못하였지만

불침번의 묘사에 의하면

대령님의 얼굴은 가히 눈은 차분하였으며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있는

자신은 웃고있지만

그렇게 무서운 얼굴이 이세상에 존재하는지 몰랐다고 하였음.

대령님이 살짝 당직사관을 깨우자

신데렐라는 뭔가 하고 일어났는데

자기앞에 무궁화3개 베레모가 번쩍이니까

신병이 선임 근무 깨울때

후레쉬 눈뽕으로 깨운거 마냥 화들짝 일어나

차렷자세를 취했다고 함.

대령님 수행하는 운전병이 보다 못했는지

‘아 아저씨들 빨리 일어나요’

라고 조심스럽게 깨워서

내가 일어나보니 대령님과 신데렐라가 1:1면담을 나누고 있었음

마치 신병과 소대장이 전입면담을 하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그정도로 공손한 신데렐라의 모습은 처음봤음.

문제는 이제 다시 복귀할려는 대령님의 시야에

화룡점정으로 걸린게 있었으니

시1발 신데렐라가 자기 폰으로 게임 자동 돌려놓고 있었는데

진동이 울리니까 대령님이 괜찮으니까 확인하라고 했는데

열쇠 떨어졌다고 자동사냥 못한다는 알림이었음.

신데렐라는 지하로 떨어진 카이지같은 표정을 지었고

대령님은 마귀로 변하였음.

이렇게 1차전은 신데렐라의 완패로 마무리 되었고

중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자였던 신데렐라를 처참하게 무너뜨린 이후부터

우리는 대령님을 코드네임 유리구두 라고 불렀음.

썰 더 풀려다가 여기까지만 씀

군생활이 그렇게 재미 없지는 않았던듯 싶다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