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은 적이 없는데 줬다는 사람과 “싱글벙글 중고거래” 하는 썰

어제 안쓰는 냄비 팔려고 중고나라에 글을 올렸어

9만원짜리 냄비를 쓰지도 않은 새제품인데

빨리 처분하려고 4만원에 올렸어

그랬더니 올린지 2시간만에 연락이 왔는데

직거래 가능하냐고 해서 바로 들고 나갔다

오후 8시에 보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사람이 8시 40분에 나오는 바람에

열 받아서 냄비에 코딱지나 묻혀놓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저기 멀리서 긴 머리가 찰랑찰랑 거리면서

누가 헐레벌떡 뛰어오더라

지하철을 반대로 탔대

늦어서 죄송하다고 하면서

냄비 상태 확인도 안하고 “잘쓸게요” 하고

냄비박스를 가져가더라

이 여자 조심성도 없네..

내가 냄비 대신 벽돌이라도 넣었으면 어떡하려고;

쿨거래 개꿀~ 이 아니라

이제보니 씨’발 돈을 안줬잖아

나는 기다린 것도 서러운데

예정에도 없던 러닝까지 해가며 그년을 뒤쫓았어

지하철역으로 헐레벌떡 뛰어들어가니

개찰구쪽에 냄비박스를 든 눈에 익은 여자가 있더라

카드 찍고 들어가려길래

전력질주해서 따라잡은 뒤 그녀의 귀에 속삭였지

“저기요 돈 안주고 그냥 가셨어요 헉헉”

그랬더니 그년이

“네? 뭐라고요?? 드렸잖아요??” 라고 하는거임

내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아니 뛰어오시더니 그냥 냄비만 쏙 가져가시고 돈 안 주셨어요”

라고 하니까

여자가 “네? 아닌데 나 분명히 돈 드렸는데..?” 라고 하는거임

아니 내가 무슨 사기꾼도 아니고 받은걸 안 받았다고 하겠냐니까

막 자기 지갑 열어서 보더니

“아까 돈 드리려고 은행에서 뽑았는데 지갑에 돈이 없잖아요

드렸다니까요?” 라고 발뺌을 하는거야

내가 진짜 화딱지가 나서 말같지도 않은 소리 말라고

경찰 부르기전에 빨리 냄비를 다시 주든지

값을 지불하든지 하시라고 했어

그랬더니 이제 조금 정신이 들어오는건지

막 핸드폰 결제내역을 확인하다가,

혼자 눈 치켜뜨고 머릿속으로 계산하더니

“그럼 제가 아까 뽑은 돈은 어디갔는데여?” 라고 나한테 묻는거야

아니 씨’팔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그래서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했더니

“잠시만요” 하곤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라,

남친이었어

근데 이년이 말하는게 가관인게,

다짜고짜 앞뒤 다 자르고

집에서 쓰려고 냄비를 중고나라에서 샀는데,

판매자랑 계산문제가 생겼다고 좀 와달라고 하는 거야

누가 보면 내가 돈 더 달라고 떼쓰거나 사기라도 치는줄 알겠네

그러더니 지금 남자친구 불렀는데

죄송하지만 남친 오면 그때 다시 이야기 하자고 하네?

솔직히 지금 너무 무섭고 떨려서 몸이 굳을 것 같다고

아무 생각이 안난대

하다하다 변호인 선임한 피고인 같은 소리를 하고있으니

나도 더이상 말이 안 나왔어

그래서 남친 언제오냐니까 모르겠대,

그말인즉슨 난 또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었음.

서로가 사기꾼이라 생각하는 상황에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데

20분 좀 지나니까 남친이란 사람이 오더라

뭔가 정장 차림에 인텔리한 안경을 쓴 사내여서

난 남친은 말이 통하는 사람일 줄 알고 기대했는데

이새끼는 더 답이 없는 새끼더라

그냥 내 여친이 옳아!! 빼애액!! 이런 것도 아니고

오자마자 “좋게 해결하시죠^^” 하는데

뭘 좋게 해결해 미’친새끼가

지금 냄비값을 받아도 기분이 좃같을 상황인데

날 더 자극하더라고

그래서 막 서로 “줬다” “안 받았다” 로 싸우는데

난 죽어도 받은 적 없다고 따지고

그년은 분명히 돈을 줬다는거야

내가 그래서 도저히 안되겠으니 경찰서 가서

주변에 씨씨티비라도 있는 거 확인해보자니까

갑자기 남친이란 새끼가 팔짱끼고 서있다가

뭔가 해결사처럼 가오를 잔뜩 잡으면서

“아 그거 얼마에요? 사만원?”

(지갑을 꺼내더니) “자 됐죠?”

“그거 얼마나 한다고 진짜..”

이러면서 4만원을 나한테 약간 던지듯이 주는거야

거기서 폭발함.

안 그래도 며칠전에 커플남녀랑 시비붙어서

너무 슬프고 서러웠는데 며칠만에 또 이러나 싶어서

돈을 왜 그런식으로 기분 나쁘게 주시냐고

나 이 돈 안 받겠다 경찰서 가자라고 거세게 따지니까

돈 그렇게 준건 죄송하다고,

아무튼 계산 끝났으니 가보시라고 하고

지 여친을 감싸안고 가더라

좃 같은 냄비판돈 4만원을 손에 쥐고 걷는데 존나 열이 받는거야

그래서 그여자한테 문자했어,

집에 가셔서 제대로 확인해보시라고

진짜 불쾌하고 이런경험 처음이고

그 4만원에 양심 팔만큼 부족하게 살지도 않는다고

그랬더니 “아 알겠다구요 그만 좀 하세요”라고 답장 오더라

거기서 더 싸우려다가 진짜 나만 병’신 될 것 같아서 그만뒀음

그리고 한 3일 뒤에 문자가 왔는데

확인해보니 돈 따로 뽑은적 없었다고

돈 다 그대로였다고

불쾌하신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그래서 “아닙니다 냄비 좋은곳에 쓰세요” 라고 답장하고

드러누웠는데

카톡 친추하더니 스타벅스 커피 기프티콘 쏴줬더라

그거먹고 화 푸시라고

근데 그걸로 풀리겠냐고; 존나 짜증나는데

다음날 스타벅스에서 기프티콘으로 맛있는 커피 마시고

기프티콘 바코드 안 쓴 것처럼

친구한테 맛있게 먹으라고 카톡으로 보내줬다

너네는 중고거래 할 때 직거래여도

돈 받기전에 물건 먼저 주지 마라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