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구경하던 동남아 친구들 채용해서 ‘파농사’ 성공시킨 아버지 썰

울 아버지는 파농사를 지으신다

정말 우직하게 지으신다.

우리 아버지는 진짜 일편 단심 파농사만 지으신다

항상 파 농사밖에 모르는 바보다.

아주 가~끔 고추, 배추, 토마토 하긴 하시는데

벼 농사는 죽어도 싫다고 하신다 (일 너무 많고 어릴 때 너무 힘들게 했다함)

근데 이 파란게 말이지

정말 쑥쑥 자라긴 하는데 이게 돈이 안되면서 뭔가 손이 많이가

(근데 올해 로또 터짐)

근데 작년에 코로나 여파로 식당들이 문을 안 여니까

파랑 무랑 너무 안 팔려서 농사가 줄어듬

근데 울 아버지 걍 파농사 꿋꿋하게 계속함

그러다가 올해 2월인가 3월에 잭팟 터짐

보통 파가 한단 2500원인가 거래 되는데

우리 아버지 9500원에 팜

최고점에 판거지 (물론 지금 다시 떨어짐)

특히 수확할때

이걸 10개인가 5개 뭉쳐서 한단을 만드는데

묶을 때 그 분홍색 나일론 줄로 묶음

요즘은 스티컨가 다른거로 하던데

이걸 파를 붙인다는 표현을 씀

어느날 우리 아버지도 파 붙이는 시기가 왔는데

파 뽑는게 이게 생각보다 빨리 해야됨

시간이 지나면 파가 또 숨이 죽는다고 하던가

여튼 파가 상해버림

(너무 커져서 억세지던가? 꽃이 핀다던가 여튼 뭐 있음)

그리고 뽑을 때도 뿌리가 남게 뽑아야지

막 이상하게 뽑으면 상한다고 하더라

사람들이 파 하얀 부분도 먹으니까.

여튼 우리 아버지 수확 한다고 사람 부를랬더니

시간이 좀 걸린다고 기다리라고 했대

어쩔 수 없이 울 아버지가 힘들게 혼자 하고 있었다 근데?

울 아버지 밭 근처에는 요런 숙소들이 있었어

최근에 아파트 재건축 한다고

밭 바로 옆에 이런 임시 숙소들이 많이 생기더라고

그냥 임대해서 잠깐만 살다가 가는 그런 숙소들 있잖아

이 숙소에 동남아 친구들이 많이 살았는데

울 아버지 농사 하는거

주말에 할일 없는 동남아 친구들이 멍 때리면서 쳐다보고 있었음

이케 이케 맨날 보고있음

근데 얘네가 가만히 보는게 아니라 담배를 존나 피워서 걍 버림

우리집 근처 시멘트 도로에 담배 꽁초 많다고 울 아버지 투털 거리심

나도 가끔 어머니 모시고 시골집 가면

무슨 깡패무리 마냥 판넬 숙소 밖에 나와서

우루루 모여서 담배피고 밖에 앉아서 쉬고 있음

근데 어느날

이 친구들이랑 울 아버지랑 갑자기 인사하고 지내더라고

(뭔가 했지)

울 아버지 농협에 돈을 제법 예금해 두심.

농협말고 새마을 금고에도

근데 시골은 예금하면 선물을 주더라고

그래서 명절 선물로 라면이나 요런거 보내주는데

울 아버지 라면이랑 스팸 이런거 안 드심

(난 라면만 먹음 스팸 안 먹음)

그렇게 울 아버지가 이걸 가만히 냅두면 버리게 되니까

걍 이 친구들한테 가져다줌.

대신 꽁초 좀 집 앞에 버리지 말라고 부탁함.

그리고 울 아버지 옛날에 외국인 친구들이랑 잘 지내서

약간 좀 좋게 보시는게 있음.

여튼 사족이 길었는데

동남아 친구들한테 울 아버지가

파 붙이는거 이런거 하면 돈 얼마 받냐고 물어봤다더라?

나는 그날 일한거 일당으로 바로 주는데

혹시 이거 느그가 해볼래? 라고 물어보심

그래서 동남아 친구들이

콜 우리가 할테니 매일 일당으로 돈 달라고 함

근데 울 아버지가 아 아니다 일당 말고 일한 만큼 준다고 함

느그가 이거 할 시간이 어딨냐

원래 하던 일하고 끝나고 밤에 하거나 주말에 해야하는데

대신 한단수에 1000원인가 얼마 준다함

그니까 동남아 친구들이 머리로 계산기 돌려보니

하루종일 일 안해도 되고 주말에 파트타임으로 하거나

자기 시간 남는거 만큼 해도 되는거니까

용돈 벌이도 하고 좋다고 하겠대

그래서 울 아버지도 크게 기대 안하고 맡김

근데 이거 동남아 한 친구가 완전 파 붙이기 달인인 거임

혼자서 그냥 뽑아서 뭉쳐서 휙휙 돌려서 그냥 한단 만드는데

시간이 그냥 얼마 걸리지도 않음

제가 파 수확하기 장인입네다 약간 이런 느낌

파 수확의 신이 있다면 아마 그런 느낌일듯

그렇게 토요일에 슉슉슉슉 슝슝슝 날라다니더니

지 혼자서 거진 15만원인가 받아감.

그리고 다음날 일요일 아침부터 이 친구가

자기 친구들 우르르르 다 데려옴 (숙소에 있던 친구들)

첫날 다들 시큰둥 한 반응 보이더니

숙소 들어갈 때 현금으로 부채질 하면서 들어가니까

자기들도 눈돌아 갔나봄

그래서 서로 나눠서 일 하고 따로 정산하자고 함

우르르르르르르 몰려가서

즈그끼리 경쟁 붙어서

슉슉슉슉슉 슝슝슝슝 다다다다다다 하더만

토일요일 이틀만에 밭 3곳 다 끝내버림.

심지어 밥도 즈그끼리 해결함

(밭 바로 옆이 숙소니까)

자기들끼리 서로 감시하면서 해서 갯수 구라도 못깜

(서로 내부 고발함 점마가 내꺼 훔쳐갔다.

점마 놀았다 등등

이거 한단에 10개 아니고 9개다 등등 서로 내부고발함 ㅋㅋㅋ)

자기들끼리 일한거 각자 따로 모아뒀다함.

아버지 깜놀한거지.

보통 일당으로 주면 와서 빈둥빈둥 놀고 대충하고 가는데

(진짜 그럼)

이게 정해진 밭 크기에서

자기들이 한만큼 돈이 되니까 겁나 열심히 함

대충 할놈은 대충해서 대충 받아가고

불 붙은놈은 두다다다다다 하면서 많이 받아감

나중에 아버지가 계산기 두드려보니

파 단수로 단가 쳐서 준게

사람 불러 한거보다 돈도 절반정도 들고 더 빨리 끝남

그래서 우리 아버지는

나중에 이 친구들한테 간간히 부탁해서 하고

(이 친구들도 공장 월급 이외에 용돈벌이)

서로 윈윈함

우리집 근처에 사시는 분들도

가끔 이 친구들한테 헬프 요청해서

완전 베테랑 고급 인력꾼들이 됨

그리고 우리 아버지랑 동남아 친구들이랑 약간 호형호제하는 분위기 됨

그래서 가끔 시골집에 가는 나랑 엄마는 어리둥절함

심지어 우리집에 아버지 없을 때

도둑 들어와서 농기구 훔쳐갈려고 했는데

이 친구들이 주말에 담배피면서 감시하고 있다가 발견하고

우리 아버지한테 누가 훔쳐갔는지 알려줌

근데 코로나 터지고

이 친구들 이제 일자리 없다고

“잘지내~ 잘지내~” 하면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숙소는 철거됨 (계약 만료인듯)

그래서 우리 아버지도

작년이랑 올해 사람 불러서 써야하는 일이 생김

올해는 결국 못 불러서 거진 혼자 하시는데

코로나만 아니면 그 친구들 아직 있었을텐데

그립다고 가끔 술 한잔 드시면서 속상해함

파농사 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