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어머니에게 “간 이식” 해준 뒤 인생이 망가진 대학 친구 썰

대학교 친구였습니다.

그냥 조용히 학교 다니고 뭐 그랬던 친구였습니다.

소방 공무원을 하고 싶다고 하던 그 친구..

나름대로 어느정도 친했던 친구였고.. 뭐 그랬습니다.

문제는..

이 친구가 사귀던 여친이 있었는데..

여친의 어머니 되는 분이 간이식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족, 친척 중에서도 적임자가 없어서

간경화로 오늘 내일 하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이 친구가 여친에 대한 애틋함과

안쓰러움으로 인해..

“나라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라는 마음으로 검사를 받았는데..

적임자로..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게..

당시 여친은 같은 학교였지만,

전공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거진 매일.. 찾아와서..

저를 포함한 저희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좀.. 니들이 설득 좀 해주면 안돼..?

이거 잘되면.. 내가 그넘에게 얼마나 잘해주겠냐..

내가 말을 하는건 너무 속보이는 거라서..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어

니네들이 좀 도와주라 ㅠ_ㅠ” 라면서 도움을 청하더군요.

그래도.. 우리들 본인의 일도 아니고..

당시 20살 대학생들의 수술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그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결심을 하였습니다.

승낙을 하였고..

그렇게 자신의 간의 일부를 여친의 어머니에게 증여를 하였습니다.

수술은 잘되었고..

녀석 여친의 어머니께서는

무사히 쾌차하셨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여기서 부터입니다.

이 친구는.. 우선.. 군대는 면제를 받았습니다.

간 크기가 적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걸로 인한 간기능의 저하로 인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었습니다만..

제가 군을 제대하고 복학을 하니..

분명.. 녀석은 3학년이나.. 4학년이 되어있어야 되는데..

학교에 보이질 않더군요.

여자가 드문 공대였지만..

그래도 몇명 있어서.. 물어봤습니다.

들은 소식으로는

2학년 2학기때 갑자기 휴학을 했고..

1년 쉬고 복학했다가 반학기 다니고

다시 휴학을 한 상태라고 하더군요.

여자 동기들 말로는..

뽀얗던 애가.. 얼굴이 거무죽죽..

노가다나 햇빛에 그을린 까무잡잡이 아닌..

그래서 친구들과 녀석의 집에 찾아갔습니다.

여러분들이 흔히들 보아왔던..

간 질환으로 인한 거무죽죽..

“XX임마.. 학교도 휴학하고.. 뭔 일있나?

왜 그러는데? 그리고 여친은 만나고 있나?” 라고 물었더니..

그냥 어색한 미소만으로 답을 하더군요.

여기서 부터는 녀석의 누님 되시는 분의 얘기인데..

수술을 하고 나서

빠르게 좋아진 여친의 어머님과는 반대로

이넘은.. 급속도로 몸이 맛이 갔더랍니다.

간 수치는 물론이거니와..

그로 인한 각종 합병증까지..

게다가 말기 암 환자한테나 볼 수 있는 얼굴인 거무죽죽..

거기다가 여친이라는 인간은..

녀석이 몸이 급속도록 안 좋아지니..

초기에는 자기도 책임을 느끼고

녀석의 집안 어른들에게도 잘하고

녀석을 극진히 보살폈으나..

어느 순간부터 XX가 너무나도 힘들어하고

밖에서 만나기도 힘든 그런 상황이 반복되니..

헌신짝처럼 버리고 헤어졌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녀석의 누님이 그러더군요.

가족 관계에서 조차도.. 간 이식 같은 경우는

온갖 문제로 말꺼내기도 어렵고..

그런데..

세상에 사귀던 여자애 어머니에게 간을 주는 쌍 쪼다가 어딨냐고..

그래놓고 지 몸도 하나 건사못해서 저러고 있고..

여친이나 그집 애미, 애비는 인간들도 아니다.

라고 하더군요.

아마도.. 우리가 모르는 그런 많은 일들이 있었던거 같더군요.

결론을 말씀 드리자면

그 친구는.. 현재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집 누님이 녀석이 죽기 얼마 남지 않았을때..

집에 친구들을 다 불러주었습니다.

저야 뭐.. 덤덤한 편이니.. 그냥 멀뚱멀뚱 있었는데..

녀석과 엄청 친했던 놈이

“이게 뭐냐.. 도대체 이게 뭐냐고..

니가 얻은게 뭐냐고!!” 라면서 오열을 하고..

녀석이 그럽니다..

“왜 얻은게 없노.. 군대는 면제 받았잖아 ^^;;” 라고요…

술도 안하고.. 담배도 전혀 안했던 그 친구는

그렇게 갔습니다.

지금은 그 친구가 눈을 감은지.. 20년이 다 되어가네요.

누군가에게.. 나의 신체의 일부를 떼어준다는건..

그게 가족이든.. 연인이든..

고결하고 순결한 행위인데..

사람은 참으로 비겁한 존재들인거 같습니다.

그 문제가 해결이 되면.. 그저 남이지요..

왜냐면.. 나는 그 문제를 해결했고..

영원한건 없으니까요.

친구의 가족 동의도 없이 어떻게 수술을 했냐..

의문을 품으실 분들이 있으실텐데..

지금은 아니지만 2000대 초인 그 당시엔..

생각 이상으로 이식 수술이 빈번하고,

간이식 환자가 한 병실에 2명 이상 있을 정도로 생각보다 흔했습니다..

부모 자식간의 이식이 제일 흔한데

예외로 타인이 이식하는 경우도 분명 있었고..

물론 이럴 때는 2-3번의 걸쳐 심사를 하는데

사실 심사를 본다기보단..

이식자의 의지가 확고한지 꽤 여러번 물어보고

심사숙고 하라고 충고해줍니다..

본인의 의지가 확고하면 이식은 불법도 아니고 문제도 안되니까요..

간이식에 관한 글을 보다가.. 생각이 나서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