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턴가? 갑자기 감이 막 땡기는거야
난 원래 평소에 감은 물론이고 과일 자체랑 안친해서
집에다 엄마 아빠가 사놓더라도 안먹는편인데
유난히 감이 자꾸 먹고싶더라고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 했는데 아니 자고 일어나니까
더 먹고싶음
그래서 결국 지갑과 폰을 챙겨들고 감을 사러갔지
마트에 사러가기엔 너무멀고
우리집이 오일장이 열리는 곳이랑 가까워서 노점상이 많거든?
그래서 노점상으로 감을 사러갔어
그러다가 감을 굉장히 싸게파는 노점상 하나를 발견해서 거기서 감을 샀지
(희고 긴 봉다리에 가득 넣은 감이 3000원)
나는 당장 이 감을 씻어다가 한입 먹을 생각에 기분이 굉장히 들떠있었는데
거스름돈을 받는 그 순간 갑자기 가게주인 할머니가
“아가씨, 이 가게 좀 맡아줘”
네?
할머니가 대뜸 가게를 맡아달라고..
난 당황해서 “네??” 만 번복하고
할머니는 되게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자초지종 나한테 설명을 하셨어
뭐, 대략 아들 때문에 세무서를 급하게 갈일이 생겼는데
깜빡하고 있다가
내가 오기 얼마전에 전화를 받고 알았다
마감시간이 얼마안남아서 지금도 빠듯하다
정말 당황 스럽겠지만 잠시만 봐주면 얼른다녀오겠다
뭐 이런 이야기
그 할머니랑 완전 쌩 남이라서
나는 좀..이 아니라 완전 당황했지만
너무 간곡해보이는 할머니의 표정과 목소리에 어택당해서
결국 노점상을 맡게됨
할머니는 “고마워요 고마워!!!” 라고 말하시면서 스쿠터를 타시고
유유히 세무서가있을 그곳으로 떠나버리셨고
나는 정말 노점상에 혼자남음
근데 진짜 막상 혼자남으니까 겁나 뻘줌하고 뭘 해야할지 모르겠는거야
그래서 노점상 사진찍어다가
애들한테 노점상 차렸다고 뻥치면서 카톡날림
애들 반응은 가지각색이였으나 생략하고
근데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할머니가 안오심
처음엔 카톡날리면서 애들이랑 깔깔깔 대화해대다가
슬슬 똥쭐이 타더라고
진심.. 한 20분정도 지났을땐
이 표정으로 앞만보고 있었음
한손엔 아까 산 감을 꼭 쥐고
한손은 후드티안에있는 지갑을 만지작 거리면서
속으론 몰카인가?
어디방송국에서 날 찍고있나?
뭐 옛날에 하던 1% 특별한 사람찾기 뭐 그런거.
그런건가?
나 그거 찍히고 있는건가?
별 생각 다함
한참을 그렇게 넉놓고 있는데
내가 맡고있던 노점상 옆집이 족발집이였거든
그 집 주인아저씨랑 할머니랑 좀 아시는 분이였나봐
대뜸 나한테 족발을 좀 주시더라고
나는 이럴 때만 넉살이 좋아서 감사합니다^^ 하고
족발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는데
족발집 주인아저씨가 나한테 물어봄
“근데 이 집 할머니가 손녀가 있었던가?? 손자이야기밖에 못들어봐서…”
나는 아저씨 말에 빵긋 웃으면서
“전 이집 할머니랑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요???” 라고 말했더니
아저씨 표정이 ‘그럼 넌 누구세요???????” 이 표정;;
그래서 나는 족발집 아저씨한테 상황 설명을 해드렸고..
상황설명 들은 아저씨 겁나 빵 터지심..
나보고 진짜 착하다면서 족발 맛있냐고
맛있음 집갈때 사가라곸ㅋㅋㅋㅋㅋㅋ
(공..공짜는 안되나여)
근데 아저씨 내가 불안했던지 할머니 돈통 가져가심
무튼 그렇게 족발을 얻어먹고
계속 멍청하게 앉아 있었지
폰만 만지작 거리면서..
근데 어느 순간 할머니한테 미안한 기분이 듬..
나 대신 할머니가 앉아계셨으면 분명
과일 하나쯤은 팔았을텐데
(파리만날리던 상황..)
내가 손님들이랑 눈도 안 마주치고 폰만 보니까
손님이 아무것도 안사가는 느낌?
그래서 나는 결심함..
할머니가 오실때까지 과일을 많이 팔아서
할머니에게 뿌듯함을 안겨드려야겠다..
그래서 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적극적으로 일어나서..!!!!!!!
일..어나서!!!
걍 일어서있음
마트에서 흔히보던 “싸요!!!!!!!싸!!!!!!5000원!!!!!떨이!!!!!!!!”하고
파워풀한 멘트를 치고싶었는데 부끄러워서 안됨..
그래서 바보같이 일어서서
저리로갔다 이리로갔다 이유없이 부랑자 처럼 노점상 안에서 헤매고만 있는데..
(중간에 간보는 아주머니들 몇분계시긴 했음)
그러던 도중
“이 감 얼마에요?”
어떤 아주머니가 감을 사가심
내가 왔다갔다리 하고있는데 갑자기 감주세여 하시더니 감이팔림
감이..팔렸어..?
팔렸어???? 내가 팔았다고?
진짜 감격스러웠음
그뒤로 운이 좋았던가 사과 두 봉다리 팔고 사과는 5000원x2
감도 두봉다리 팔았음 3000×2
아! 고구마도 팔았음
고구마 박스채로 팜
13000원이였는데 몇키로냐길래 당황해서
그 무거운 상자를 저울에 올려봄
몇키로였더라? 기억이안나
무튼 키로수 말씀해드리니까
이건 10000에 팔아도 되는거라며 아주머니가 딜을 신청
벗, 나의 노점상 인생에게는 자비란 없다
바로 기각함
그래서 아주머닌 결국 나에게 13000원을 주시고 그렇게 고구마도 한박스 팜
갑자기 겁나 나한테 장사꾼 기질이 있나? 하고 생각하게됨
회사 때려치고 장사나해볼까 하고
잠시 아주 한 5초? 3초? 생각함ㅎㅎ
그렇게 기세 등등하게 앉아서 마치 진짜 내가 주인인양
비워진 바구니에 감을 주워담고있는데
(간판대에 올리진 못함 몇개 올려야하는지 몰라서…)
어떤 30대 훈훈한 남성분 하나가 오심..
근처 마트에서 일하는지 마트 직원복을 입은 그 남자는
귤을 이리저리 유심히 보고있었음
내가 감도팔고 사과도팔고 고구마도 팔았는데
딱 귤하나를 못팔고 있던 상황
나는 바로 그 남자 옆으로 달려가서
그 남자가 선택할 귤을 같이 처다보고 있었음
한참 귤을 뒤적거리던 그 남자는 날 한번 슥 처다보더니
“귤 상태 괜찮죠? 말랑하다거나, 속이 무르다거나
맛이 없다거나? 그렇진 않죠?” 라고 질문함
나는 바로 기다렸다는듯이
가소로움+단호한 표정으로
“정말 이 질문 너~~어무 지겹다
진짜 이귤이 별로이면 딴집 귤 처다도 못보는거죠~
이귤 솔직히 이 가격에 팔면 정말 손해인건데
다른 과일도 올려놔야해서 급하게 처분하느라 이 가격인거에요
아 정말 이 가격에 팔기엔 너무 아까운 진짜 정말 그야말로 짱짱인 귤이에요”
라고 당당히 구라를 쳤음
가게 노점상 하면서 구라치면 장사 접어야져 라는 드립도 침
아니 뭐.. 귤 맛있더라고 할머니가 하나 쥐어주고 가셔서
까먹어보니까 참 맛있더라고..
그래서 당당하게 구라쳤는데
내 말에 그 남자는 허허허 하고 웃으면서
어떤 귤 하나를 척 가르킴
왜요? 왜? 저거 달라고?
나는 검은 봉다리를 뜯어서 이거 드려요? 하고 미소를 날렸고
그 남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
이거..^^ 썩었는데 ㅎ..
그럴리가 없는데..?
바로 그 남자가 가르킨 귤을 들어올리니까
우길수도 없을만큼 상태가 맛간 귤이였음..
아주 엉덩이가 옹골차게 뭉개져있는..
다른건 상태 멀쩡한데 쟤만..
아까 뱉은 말도 있고해서 나는 심히 당황함
겨우 과일 몇개 팔았다고
10년노하우 노점상의 장인에 빙의했다가
난 걍 웃었고 그남자도 걍웃고
나는 심히 당황한 나머지
아니 이 귤이 왜 여기 들어가있지..?
넣을때 내가 졸았나부다 아이고.. 하고 말하면서
그 있는 힘껏 귤을 발로 주까버림
남자는 결국 귤 하나 사감..
근데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
할머니가 2시가 넘었는데도 안오심
ㅠㅠ..
내가 왔던 시간이 1시였는데 2시가 넘어도 안오셔..
오호라..
그럼 이 노점상은 내껀가 했는데
는 개뿔
또 다른 똥쭐을 타기시작함..
왜 안오시지? 뭐지? 세무서가 다른 타지역에 있을건 아니자나..
우리 동네도 세무서 있잖아…
할머니 어디가신거에요.. 저 배고프고 (족발 소화 끝)
혼자 쑥쓰럽고 (이미적응)
혼란스러워요 (거짓)
속으로 언제오시는거야.. 하고 겁먹고 있는데
저 멀리서
“아가씨~~~!!!!!!!!!!!”
할머니가 타고 가셨던 스쿠터를 뽈뽈뽈 하고 타고오심 ㅠㅠ
나는 진심 예수님을 본것마냥
으아아앙ㅇ!!!!!!!1 할무니이 하고 달려감..
그렇게 할머니와 감격스런 재회를 하고
할머니에게 이거 이거 팔았다고 자랑도 하고
돈도 드리고
짜장면도 얻어먹고 할머니랑 수다떨다가 집옴
할머니가 고맙다면서 감자랑 고구마도 주셨음..
하여튼 그렇게
집오니까 3시 30분….
나간시간 12시 50분정도?
아무튼 참신한 추억이었음..
담부턴 과일 먹을일 있으면 할머니한테 갈려구..
할머니 늦게오신게 세무서 못찾으셔서 늦고
또 생각보다 줄이 너무 길어서 늦고
뭐 문제가 겨서 늦고 그래서 늦으신거래
그리고 손자 8살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