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른 다섯 노총각 아재여.
작년까지 회사 다니다가 올해부터 작게 회사를 설립했어.
작게 회사를 시작하니 몸이 재산이라는 생각과 함께
마치 내 위와 장에서 용종이 까꿍~하고 살고 있을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어.
그래서 바로 건강공단에서 하는 검진과 함께
위+대장내시경을 예약했지.
위는 원래 비수면으로 몇 번 해봤었고
(괴롭긴 한데 금방 끝나니까 충분히 할만함)
비수면 대장내시경은 인터넷 돌아다니는 글 보니까
아팠다는 사람도 있지만
‘버틸만 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암튼 할만하다는 글을 다수 봤기 때문에 용감하게 비수면을 선택했다.
그러질 말아야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분이
“대장을 비수면 하시게요??? 힘드실 텐데..”
했을 때 이 바보 같은 선택을 멈췄어야 했던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암튼 검사 전날 약을 타왔어.
다들 약 먹는 것이 대장내시경 보다 고통스럽다고 했는데
이게 웬걸
내가 갔던 병원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물약을 먹고 이런게 아니고
15분마다 큰 알약 4개를 먹는 형태로 관장을 진행했었어.
다량의 물과 알약 4개를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 15분 간격으로 몇 번 먹고,
화장실 몇 번 들락거리니 대장내시경 별거 아니네
괜히 쫄았네 라는 기분이 들더라고..
오전 일찍 예약을 해서 대충 옷입고,
건강검진 때문에 키 몸무게 피검사 간단히 하고 바로 내시경 실로 들어갔어
엄청 긴 검은 호스를 보니 나도 모르게 위축이 되더라고..
내시경 실 들어가기 전에 녹색 바지로 갈아입는데
뒷 부분이 네모지게 열리게 되어있고,
오픈하면 나의 토실한 엉덩이가 빵-긋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었어
어시스트 하는 나이 조금 있는 간호사 분이 두분 있었고,
의사 선생님 올리오기 전에 농담도 주고 받고 하하호호 분위기가 매우 좋았어.
내가 수면 내시경을 안하는 이유가
사실 몽롱한 상태에서 방언 터지는 사람이 많다고해서 안하는 거거든.
실제로 간호사 분께 물어보니 욕하는 사람, 음담패설 하는 사람, 몸부림 치는 사람
아무튼 수면 내시경 하면 무의식 상태에서 이상한 행동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고 하더라.
굳이 그래서 걱정하거나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암튼 곧 의사선생님이 올라오셨던 위내시경부터 시작했어
위 내시경은 입에 마취 스프레이를 뿌린 후에
예전 무도에 보면 개구기 같은거 있잖아.
그거보다 크기가 작은 개구기를 살짝 물고 내시경 기구를 입에 쑥 넣게 돼.
처음에 목구멍 넘어갈 때 술 많이 마시면 토하는 느낌처럼
몇 번 웩웩 하다보면 금방 검사가 끝나게 된다.
식도는 또 일자로 되어있고,
내시경으로 자세히 관찰 한다기 보다는
찰칵찰칵 사진을 찍으면서 나오기 때문에 검사도 오분정도면 끝나..
하지만 위내시경이 끝났을 때
나는 다가올 악몽 같은 미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드디어 녹색 바지의 대문이 열리고
나는 항픈이 된 상태로 모든 걸 놓고 있는 상태였어.
항문에 크림 같은 걸 바르고 의사의 거침없는 스킬에 나는 당황할 틈이 없었어.
처음에 내시경 기구가 쑥 들어갈 때는 별 느낌 없었고,
고통은 급똥 최종보스 단계의 느낌 정도라고 해야하나..
암튼 “어? 생각보다 참을만하네” 였어.
그런데 대장은 일자가 아니고 커브가 있자나
그 길을 헤쳐나가기 위해 내시경 기계는 바람을 내뿜고
나는 자세를 바꿔야 하거든?
이게 진짜 헬게이트였어
의사 선생님이 “아프면 얘기하세요. 참지말고.” 했을 때
ㅋ이거 별거 아니네 했는데
좀 있다가 기구로 바람을 훅 넣는데
엄마가 보고싶어지더라고
용종이 내 대장에 월세도 안내고 자리 잡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살아라 하고 싶은 정도의 심한 고통이었어.
더 치욕스러운 거는
왼쪽으로 누워있는데 오른쪽으로 돌아 누으라고 했을 때..
X꼬에 호스가 꽂힌 채로 몸을 이리 저리 돌릴 때
기분은 마치 싸구려 로봇 장난감보면
리모콘하고 로봇하고 전선이 연결 되어있잖아.
그 장난감이 된 기분이었어.
내 의지는 그냥 있고 싶은데
말대로 안할 수가 없잖아..
의사 선생님 말대로 X꼬에 호스가 꽂힌채 좌로 우로 똑바로 누울 때는 아..
특히 똑바로 누울 때는 한쪽 다리를 한쪽 무릎 위에 올리거든
(다리 꼬고 앉듯이..)
그때 진짜 치욕스럽더라.
그리고 항문에서 물 같은게 줄줄 새고,
간호사분이 거즈로 닦아주시는데
진짜 지옥이 있다면 여기겠네 착하게 살껄 했음
누가 남자가 대장 내시경할때 소리 내지 말라고 했었는데
이건 안 나올 수가 없어.
잇 앗 앗흥 잇흥 끙 키흥
나도 내 성대에서 이런 기괴한 소리가 나오는지 전혀 몰랐지
여차저차 내시경이 목표 끝까지 갔나봐
의사 선생님이 “거의 끝났어요” 할때 진짜 끝나는 줄 알았거든?
이제 시작이란 소리지
내시경을 빼면서 관찰과 촬영을 하거든?
물론 넣을 때처럼 고통스럽진 않지만
첨에 말한 급똥의 고통이 대뇌를 때리는데
비수면을 선택한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여차저차 검사를 끝내고 (대장만 20분 걸린듯)
“화장실 다녀오세요” 했을 때 녹색 바지가 오픈된 줄도 모르고
화장실로 뛰어가서 방귀를 쏟아냈어
그와중에 한강 물온도 검색하고 있었음
다행이 검사 결과는 별 이상 없었고,
나의 지난 과오를 반성한 채 쓸쓸하게 평소 걸음걸이 1/3 속도로 집에 갔음..
문제는 집에서 좀 쉬었다가 잠깐 일보러 갔을 때 발생했어
사무실 잠깐 나와서 의자에 앉아 한시간 정도 일을 봤는데
X꼬에서 아릿한 고통이 점점 커지는 거야.
전국에서 제일 큰 학교 전교생이 똥침하는 듯한 고통이 찾아오던데
진짜 뒤질 것 같더라
얼른 일 마무리하고 집에 왔어
인터넷 보니까 좌욕이 좋다고 해서 좌욕하고 진통제 먹고 바로 잤다.
지금 이틀 지났는데도 좀 짜릿짜릿한 느낌이 남아있어
나는 역시 동성과 연애는 불가능 할 것 같다는 교훈을 남긴채
지옥 같은 대장 내시경의 고통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애
진짜 사이버 수사대에 대장내시경 안 아프다고 쓴 사람들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하고 싶은 심정이야
비수면 대장내시경 고통이 개인차가 있다고 하긴 하더라
하지만 나는 담에 때려죽여도 절대 비수면으로 안할래..
내가 고통 느끼는게 심한편인 것 같지만..
암튼 비수면 대장내시경 할 형 누나 동생들은 참고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