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을 친구로 지내다가 1년 넘게 연애하게 된 썰

너무 공허하고 하소연 할데 없어서 여기다가 쓴다

난 대학 신입생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여자애가 있었음

우리과가 남자애들 상태가 좀 메롱이라 여자애들이랑 친하게 지내다

그중에 꿍짝이 잘 맞는 애가 있어서 걔랑 특히 친해졌던거임

내 첫 이성친구

난 촌놈 출신이었고 대학은 부산으로 갔었다

당연히 거의 모든 경험이 처음이었음.

그 흔한 KFC 맥도날드도 부산에서 걔랑 처음 가봤고

스벅이라든지 3d영화 조금 큰 도시에서 산 애들은

질리도록 해봤을것도 난 다 처음이었다

걔는 이것도 처음이야? 저것도 처음이야? 하면서 신나서

여기저기 소개시켜 주고 난 그게 너무 좋았지

군대 있을 때도 가족이나 고향친구 둘을 뺀 사람에게서 온 편지는

걔 한명 뿐이었음

하루는 이등병때 대자보만한 편지가 왔었는데

걔가 써준거였다

선임들은 당연히 여친인 줄 알고 그냥 이성친구가 이렇게 정성스레 해주겠냐고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공시에 뛰어들었다.

서울 노량진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수시로 나 보러 왔었음

생일때 KTX타고와서 뷔페 사주고 옷 사 입혀주고

총선때 평일 하루 쉬는데 나 얼굴 보러 왔다고

비행기타고 서울와서 내 고시원 앞에서 깜짝 등장 해주고 또 비행기 타고 내려가더라

그렇게

8년 반 정도 되는 친구생활을 쫑내고 사귀게 되었음

서로 서로에게 마음이 있었는데

서로가 소중한 친구이니 잘못돼서 친구를 잃을까 걱정 했었단다

나도 그랬고.

대학땐 친구 였는데 그 뒤론 썸 같았었다고 한다

썸만 4년 넘게 탄 꼴

주변 동기들은 니들 정분 날 줄 알았다

그렇게 친구끼리 무슨 연애냐고 부정하더니

결국 사귀게 되었구나 하며 축하해주고

8년 넘게 붙어 다녔던지라 꿍짝이 굉장히 잘 맞았고

서로 나눈 대화도 엄청나게 많았음

서로의 사상과 이념 같은것도 거의 맞았고

그래서 연애가 탄탄대로였다

서로 결혼얘기까지 조심스럽게 나눠봤음

신기할 정도로 어떤 물건 영화 음악 음식에 관해

둘 다 좋아하고 둘 다 싫어하고 둘 다 그저그러했다

너무 서로가 비슷하고 잘 맞았다

내가 나와 사귀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행복했다

그런데

나 군대 있을 때였나

걔한텐 전남친이 있었음

아주 엉망진창으로 헤어진 전남친

전남친이랑 연애할때 전남친이 여친한테 700만원 정도 빌려갔었다

그런데 그걸 2년 넘게 안 갚은거임..

매번 말도 안되는 핑계대면서.

그러다 여친은 마침 소원해졌던 사이 + 빚 회피에 지쳐서 헤어지고

전남친을 민사소송이랑 형사고발까지 해버린거임

이자까지 합쳐서 천만원 정도 받아야 함

아직 해결이 안된지라 연락은 닿아있어야 함

그게 1년 전쯤 이야기

그리고 엊그제 1년 기념 여행을 다녀왔었다.

여친이 일 때문에 바쁠 때가 1년에 2번 있는데

그때가 겹쳐서 한달 늦게 1년 기념 여행을 다녀왔었음

그렇게 만나서 버스로 이동중 여친이 카톡창 여는걸 봤는데

전남친 톡이 그날 오전 자로 와있는거임

연락은 닿아있어야 하니까… 했는데

그래도 조금 신경이 쓰였다

그러고 데이트 다음날 펜션에서 여친한테 맛있는 저녁 해주고

여친은 자기가 설거지 하겠다며 설거지를 하는 중

그게 신경이 쓰여서 몰래 카톡을 들어가봤다

지문인증으로 잠겨 있었는데

걔가 연애 초반에 ‘우린 오래된 친구사이니까 비밀같은거 없다’ 면서 내 지문을 등록해줬었음

그렇게 카톡을 들어가서 전남친 톡방에 들어가봤는데

천만원 되는 돈 때문에 법적 싸움까지 벌여 엉망진찬으로 헤어진 전 연인의 분위기가 아닌거임

“ㅋㅋ” “ㅎㅎ” “^^” 이모티콘 천지고

내가 봤던 마지막에 왔던 전남친의 톡 내용은 “데이트 잘하고와^^” 였다

카톡을 올려보니 여친이 평소에 먹었던 저녁 회식메뉴가 올라가있었고

술 먹었다는 날은 전남친한테 카카오택시 정보가 올라가있었고

여친이 얼마전 프사가 마카롱 세트가 되어있었던 날이 있었다.

난 웬 마카롱이야? 했는데

교수님이 출장다녀와서 (대학교에서 일함) 선물로 사줬단다.

근데 그 마카롱이 전남친이 선물해줬었던 거임…

난 조금 정신이 아득해져서 카톡을 마구 올려봤는데

전남친이 보고싶다 보고싶다 천지에 그에 대한 여친의 대답은

나 같으면 돈 빨리 갚고 제대로 보겠다~ 였음

그리고 여친이 쓴

“자기가 더 변태면서^^”

전남친이 쓴

xx일에 롯백에서 볼까?

등등

일단 머리가 어지러워서 폰을 닫았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집에와서 생각에 잠겨보다가

여친이 나한테 네이버 아이디랑 비번도 알려줬었고

자기는 폰 앨범 날라간 적이 있어서 자동으로 네이버 클라우드에 연동되게 해놨다 는 말이 생각나서

여친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클라우드에 들어가봤음

전남친 사진은 없길래

오해였나 그럼 그 카톡은 뭐지 했던 찰나

휴지통에 용량이 차있길래 뭐지 하고 눌러보니

전남친이랑 찍은 사진들이 있는 거임

나랑 사귈 때 찍었던데

너무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려서 밤새 토했다

그러고 다음날 여친한테 따져봤음

나한테 숨기는거 있냐 비밀있냐

그런거 없대

몇월 며칠날 (그 사진들 정보 들어가서 언제 찍힌건지 확인함) 누구 만났냐

그 시기에 하도 많은 사람들이랑 만나서 모르겠다.

마카롱 누가 준거냐 교수님이 준거 맞냐.

맞다. 대체 뭐 때문에 이러냐?

결국 내가 본걸 사실대로 말함

대답은

다 알아버렸구나 뭐라 할 말이 없다 였음

그 뒤의 대답은

잘못했다 다신 전남친이랑 연락 안하겠다

만난건 최근인데 무슨 사이인진 모르겠다 그냥 술 친구다

전남친쪽은 다른 생각있어서 그런거 같은데

난 그사람한테 아무감정이 없어서 괜찮을줄 알았다.

너한테 숨기려고 한건 아니었다

돈 받고 끝낼 사이어서 어차피 길게 이어질 사이 아니라 만났던거다

변명 같지도 않은 말들을 듣고

그렇게 나는

우린 끝났다며 두번 다시는 연락하지 말자고 어제 헤어졌다

20살 때부터 9년동안 항상 내 옆에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사라졌다

친구일 때도 연락 자주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톡 와있고 그랬는데

어떻게 바람이 나도

온갖 더러운꼴 다 본 법정까지가서 개판으로 싸움난 빚이 천만원이 있는 전남친이랑 나나 싶다

내 20대의 전부를 함께 한 사람이었다

나를 잃었다

글을 못써서 두서없이 마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