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사람도 군대 가면 진짜 ‘멍청이’가 되어버림

날씨도 쌀쌀하고 갑자기 생각나서 씀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전에

폭설이 와서 자다가 제설작전이니 뭐니 해서 다 깨우고

눈 조빠지게 치웠음

모든 군대는 다 그렇겠지만

특히 포병은 화포가 다니는 길에

눈이 얼어버리면 큰 사고로 이어질수도 있고,

실제상황이 터질 때 이동이 불가능하니

특히 더 폭설에 민감함

그렇기에 부대내의 ‘염화칼슘’이나 ‘폭설대비용 모래’를 싹다씀

그래도 기록적으로 펑펑 내린 눈을 다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새벽에 꿀잠 자다가 억지로 깨워진 병사들은 분노가 가득했고

결국 눈을 옆으로 치우는게 다였음

하지만 웬걸,

다음날에 염화칼슘이랑 모래를 오지게 뿌린 것이 보람도 없게

사건전날 햇빛에 옆으로 치워놓은 눈이 녹다가

새벽부터 날씨 급 추워져서 경사있는 아스팔트 바닥이 꽁꽁엄

우리는 체력단련에 미친 대대장새끼 때문에

춥든, 덥든 일과 세시쯤 종료후에 꼭 체력단련을 했는데

그때 누가 미끄러져 다치는 경미한 사고가 발생.

체력단련 조기 종료후에 개인정비 시간 전까지 다 같이

부대에 조금 남아있던 염화칼슘 마저도 싹 다 뿌렸음

그렇게 다 끝나나 싶었는데,

좀 어리버리한 우리 포대에 후임이 있었음

멀쩡하긴 한데, 일머리는 존나 없어서 보면 답답한 새1끼 있잖아

일머리는 존나 없는데 또 착하고, 깍듯해서 그런저런 취급받는 후임이였음

다이어트 한답쉬고 맨날 뛰는놈 이었는데

분명 신병땐 안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헬린이가 되어가지고 개인정비 시간에 운동 조지고

지 생활관에서 웃통까고 흐뭇해하는 변태새1끼가 되었음

막 근육 찢기전에 유산소 뛰어야 하는데

바닥이 꽁꽁 얼어서 짜증이 났는지

해괴망측한 해결 방법을 생각해냄

그새끼가 설명했던건

나트륨이 잔뜩있으면 잘 안언다 = 라면스프는 나트륨 덩어리다

라면스프 = 안먹는 보급 쌀국수 분말스프

이생각으로 20리터 화재진압용 등펌프 5개에

쌀국수 스프 몇십개를 쳐넣고

뜨거운물 잔뜩 20리터

등짐펌프 5개에 받아다가 그걸 경사진 아스팔트 위에 뿌림

자기딴에는 뜨신물에 소금 좀 섞었으니 얼일 없다 생각했나본데…

물론 옆에서 당직서면서 담배피고 있던 동기도 나름 그럴싸해서 지켜봤고

마지막쯤엔 그새끼의 감언이설에 설득당한 동기는

“이새1끼 좀 치네” 싶은 마음에

분말스프 몇개 뜯는거 도와주고

담배 끄고 들어왔다는데

이것 때문에 이새끼도 중대장한테 쿠사리 먹을줄은 몰랐을꺼임.

다음날에 체감온도 영하 25도의 기록적인 한파에

아침구보를 하러 나가는중 전 대대원은 끔찍한 상황을 마주함

원래였으면 바닥이 얼긴 얼었어도 원래 울퉁불퉁한 아스팔트라 미끄러질 일은 없었는데

무슨 경사진 스케이트장이 되어버림

거기다가 시뻘건 국물이 꽁꽁 얼어있고

쌀국수 김가루, 미역같은 건데기들이 사이 사이 박혀있어서

세기말같은, 지옥의 홍염 황천 언덕길이 만들어짐

추운날 산속은 안개가 오지게 끼는데

그 안개속에도 농도 짙은 쌀국수 냄새가 개씹오졌음

미끄러지는 애들 다수 발생

넘어지며 바닥에 손짚으면

손이 쌀국수 스프때문에 누래지고 미역같은게 붙어있고 냄새남

부대내의 염화칼슘이랑 모래 전부다 떨어진 상황에서

그지랄이 난거라서 수습도 안되고,

행보관한테 욕처먹고

중대장한테 욕처먹고, 사유서 쓰고

대대장한테 불려가고

대대 징계위원회 열어서 근신 5일 처먹음

그 지랄이 나서 그새끼는 선임들이랑 내 동기들한테

적당히 까불어라, 미.친새끼냐 등

개쌍욕 처먹고

다음날 우리가 삽들고 아스팔트 바닥의 라면국물을 깨부술 때

살면서 들을 모든 욕이란 욕은 다 처먹었음 그새낀

체감온도 영하 25도에, 손은 다 얼고 라면국물은 존나게 단단해서 부서지지도 않아서

다 포기했고

근데 그날부터 염화칼슘 보급 들어오는 그 다음주 월요일까지

뜀걸음이랑 체단을 안하게 되었음

그 사건으로 폐급 되고 욕 다 처먹다가

2일후 부터는 2주동안 꿀빨게 만든 대대의 에이스로 등극하여

동기들이 냉동이랑 라면사줌 물론 나도 사줬음

결국 보급 들어오고,

뿌리고 난뒤 날이 풀려서 다시 체력단련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너무나 추웠던 한겨울의 2주동안

지옥의 황천 쌀국수 언덕길덕에 진짜 편했었음

여담으로 알려주자면

옆에서 그럴싸 하다 지켜봤던 내 동기는 서강대생

뿌렸던 후임새끼는 고려대생임

시간이 지나 여름 훈련 때

텐트에서 자기전에 이 사건 관련해서 잡담 나올 때

일부러 그런거 아닌가 싶어서 한번 떠봤음

“너 일부러 체단 싫어서 그런거 아니냐” 라고 떠봤는데

그새끼가 했던말이 아직도 뇌리속에 박혀서 지워지질 않는다.

“염분이 모자르지만 않았어도 나의 계획은 완벽했다”

군대에서는 학력 상관없이 진짜 다 빡대가리가 되는듯

진짜 겪을땐 재밌었는데 글재주가 없어서 노잼이네 ㅈㅅ

여담으로 하나 더 적자면

징계는 때려야 하는데 마땅히 때릴 죄목도 없고

악의적인 행동도 아니라서

보급품(쌀국수) 횡령 죄목으로 근신 5일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