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난 과거에
수능 막 끝난 고3 시절 대순진리교에 끌려간 적이 있음
강남역에서 친구 만나려고 기다리는데
남녀 둘이 다가와서 길을 물어보더라고;
자기들이 관상 공부하는 사람이라며
내 기운이 어쩌고 조상신 어쩌고 하다가 어디론가 끌고 감
다행히 많이 안 털리고
제사비 명목으로 3만원 털림 시1발
강남역에서 성수역까지 끌려갔다
거기 가니까 나랑 비슷한 멍청이들이
나랑 같이 제사 지내고 돈 털리고 있더라
여튼 난 이미 사이비한테 당한 적이 있어서
그 후에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한 편인데
때는 3년 전,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이었음..
6월인가? 막 더워질 때 쯤
수도권에서 대학을 다니는 서울 사람이고
친한 친구랑 집 가는 방향이 같아서
늘 끝나고 둘이 같은 버스타고 집에 감
친구는 신림 살아서 신림에서 내리고
난 낙성대 살아서 좀 더 가야 우리 동네가 나왔어
그 당시에 내가 발을 심하게 다쳐서 깁스에 목발을 짚고 다녔는데
그래서 걷는 데에 지장이 있었음..
여튼 그날도 어김없이 수업 끝나고 친구랑 같은 버스를 탔고
친구랑 버스에서 집 가는 길에
같이 앉아서 수다 떨다가
친구는 신림에서 내렸고 난 혼자 앉았음
신림 가봤거나 사는 사람들은 알건데
신림엔 늘 사람 복작복작 많고 번화가잖아
신림 지나가는 버스를 타면
사람들이 신림에서 우르르 내리고 또 우르르 탐
난 쭉 앉아있다가 우르르 사람들이 탔는데
남1녀1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탔고
여자만 내 옆자리에 앉고
남자는 우르르 탄 사람들이랑
버스 통로쪽 내 옆자리에 핸드폰 하면서 서서 가더라
이어폰 꼽고 노래 듣는데
옆에 앉은 여자가 버스 정류장을 묻더라고
ㅇㅇ를 가야하는데 어디에서 내려야 하녜
귀찮아서 대충 알려주고 다시 이어폰 꼽으려는데
자기가 광주 풍암동에 살다가 대학 땜에 서울 상경했는데
대중교통이 넘 어렵고 복잡하다 어쩌구 하길래
광주 풍암동에서 올라온 내 친구가 생각나서
내 친구도 풍암동 사람이라고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서울 대중교통 어려워한다고
말을 트게 됐음 (그때 붙임성 개쩔었음)
그러다 버스에서 처음본 사람 고민까지 들어주게 됨;
근데 뭐 서울 생활 힘들다
어쩌고 저쩌고 하는거 들어주고 있다가
자기가 자취하는데
서울은 물가가 비싸다 어쩐다 그래서
어 나도 자취한다고
광주는 물가가 좀 더 싸냐? 뭐 이런 얘기 하다가
사실 자기가 심리학과를 전공했대
그러면서 나더러 무슨 과냐, 꿈이 뭐냐며
자긴 심리학을 바탕으로
대학 과에 관한 웹툰을 써서 웹툰 작가가 되고 싶다길래
‘오 굳~ 잘 되실 거예요!’ 했는데
내가 전공한 과에 대해 알려줄 수 없냐는 거야.
근데 내가 곧 내려야 하기도 하고
이쯤 되니 좀 이상하더라고
사이비 냄새가 슬슬 나고;;
그래서 ‘저 곧 내려야해서요~ 죄송해요’ 했는데
그럼 같이 내려서 근처 카페에 가서 시간 좀 내달래
바로 죄송요~ 하고 일단 내렸어
근데 왜 내가 앞전에 이 여자가 남자 일행이랑 탔댔잖아;
그 새1끼도 나랑 같이 내리더라
그 여자는 ㅇㅇ에 가야한대서 그런가 안 내렸는데
분명 그 여자가 버스 타자마자
내 옆에 앉기 전에 그 새1끼랑 얘기하는거 봤는데?
이때부터 난 좀 불안해짐
거기서 2분 정도 거리를 걸어서
다른 정류장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우리 아파트가 나오는데
버스 내려서 목발 짚고 쩔뚝거리면서
다음 정류장으로 이동하는데
그 남자 새1끼가 날 따라오는거야
인상착의 아직도 기억남ㅅㅂ
내가 여자치고 키가 좀 큰데 (169cm)
나랑 키 비슷하고 삐쩍 골았고
눈 작은데 못 생기고 까만 뿔테안경에
청남방+검정바지 입고 있었음
일부러 그 새끼가 날 따라오는건지 아닌지 보려고
진짜 천천히 걸었는데
다리 다쳐서 목발 짚은데다
일부러 더 천천히 걸으면 엄청 느리게 걷는건데
안 다친 보통 사람은 당연히 날 지나칠거 아냐;
근데 그 새끼는 거의 내 옆에서 날 따라 걷고 있었어
너무 쫄리고 당황해서 내가 먼저 그 새끼한테
‘저기요 왜 자꾸 따라오시는데요?;;;;’하고 화냄
그랬더니 어버버 거리면서
‘제가 언제 그쪽을 따라왔다고 그래요’ 이러는데
거기가 길목이 좁지가 않았는데
누가보면 그 새끼가 내 일행인 줄 알 정도로
가까이 나한테 붙어서 걸어왔단 말야
그래서
‘아까 버스에서 내려서부터 쭉 따라 왔잖아요
왜 따라오시냐고요?????’하고 열받아서 막 소리침
사람들도 좀 쳐다보니까
자긴 뭐 이쪽에 볼일이 있다고 어버버 거리길래
따라오지 말라고 하고 빨리 걷다가
그 새끼 따돌리려고 근처 서점에 들어갔어
무서워서 같이 버스 탄 친구 있는 단톡방에
내 상황 설명하고 지금 어떤 미친놈이 날 따라온다 개쫄린다고 하고
당시 사귀던 전남친한테도
어떤 남자가 나 따라온다고 무섭다고 카톡하니까
전화와서 남친이랑 전화하면서 그 새끼가 있나 없나 보고 있었어
근데 입구에서 대충 보니까 이제 안 보이더라고
남친이랑 서점에서 통화 시작해서 몇분이나 통화했나 보니
10분도 더 넘었길래
이쯤되면 없겠지ㅎㅎ; 하고 나왔다?
근데 시1발
흙서점 옆에 꽤 큰 건물있거든
그게 관악구 장애인 복지관인데
지도에는 안 나오지만
건물 구조가 흙서점이 좀 앞으로 나와있고
복지관이 뒤로 움푹 들어가있는 구조라
흙서점 안에서는 복지관 쪽이 잘 안 보임
ㅅㅂ 내가 그새끼 없는 줄 알고 서점에서 나오니까
그 새끼가 복지관 앞에서 기다리다가
내가 나오는 걸 보고 정확히 내 쪽으로 걸어오더라고
남친이랑 서점에서 통화한 시간이 15분 가량이었는데
거기 복지관 앞에서 나 나올 때까지
15분 정도를 기다린거 아니야
그때부터 진짜 미치겠는거임;
저 새끼가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게 100%인데
아까 버스에서 그 여자랑 얘기할 때
나 자취한다고 한거 저 새끼도 들었을텐데 싶고
자취생이라 당장 나 마중 나와 줄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남친은 친구네 조문 가서 멀리 가있고 돌아버리겠는거임;;
목발 짚으면서 빨리 간다고 가는데
얼마 못가서 그 새끼한테 따라잡혔고
남친이랑 통화중에 폰 내려놓고
“그쪽 지금 나 나올 때까지 기다린거 아니냐.
당신 경찰에 신고할거다” 어쩌고 하면서 그새끼한테 막 화냄
경찰 얘기하니까 그새끼도 당황했는지
자긴 그 근처에 볼일 있어서 온거라는데
자기가 장애인 복지관에 볼일이 뭐가 있음;
게다가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나 나오니까 내 쪽으로 오는거 분명 봤는데;;
따라오면 경찰 신고할거라고 샤우트 함 지르고
다시 전남친이랑 통화하면서 빵집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 쪽으로 감
빵집이 되게 유명한 데다 앞에 버스정류장도 있고
바로 근처에 지하철역 있어서 사람이 바글바글 많은데
내가 저쪽으로 목발 짚고 가면서
그새끼가 나 따라오나 안오나 보려고 뒤돌아봤는데
코너 부분에서 나 찾으려고 두리번 두리번 거리고 있더라;;
통화하던 중에 전남친이
집에 절대 바로 가지말고 신림사는 친구네로 가라고
자기도 바로 오겠다고 해서
옆에 지나가는 택시 바로 잡은 다음에
기사님한테 일단 출발해주세요 하고
창문열고 뒤돌아 보니까
그 새끼가 어딘가에 전화걸면서 내가 탄 택시를 쳐다보다가
나랑 눈이 마주침;;
순간 나한테 왜 그러나 싶고 갑자기 욱해서
두손으로 쌍뻐큐 날린 다음에
기사님한테 제발 빨리 가달라고;;
이상한 사람한테 쫓기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
봉고차 타고 따라오는거 아닌가
나 쫓아와서 나 납치해가는거 아닌가 별 생각 다 드는데
친구한테 한번만 나와달라해서 친구네 도착하고
좀 있으니까
전남친이 친구네 도착하고 나 우리집까지 데려다주는데
그 근래엔 근처에 그새끼가 숨어있다가
나 잡아가는거 아닌가 막 별 생각 다들었음..
키 나랑 비슷하고
까만 뿔테 쓴 남자 보이면 얼굴 자세히 보면서
혹시 그 새끼 아닌가 더 들여다보게 됨..
다행히 별일은 없었지만 그 새끼는 날 왜 따라왔을까 싶고
다리 다쳐서 잘 걷지도 못해서 그런건가 싶고
사이비 같기도 한데
사이비가 저렇게 따라온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거든;
내가 그때 아무 위기 의식 못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까지 궁금하고 그때 생각하면 소름끼침..
얘네가 옛날에 쓰던 방식으론 사람들이 안 넘어오니까
방식을 바꾼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남자든 여자든 조심해서 다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