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 장기연애하던 분과 헤어지고
미친듯이 소개팅했는데
남자도 30대 중반 꺾이고
후반 접어드니까 진짜 쉽지 않더라구요.
37살 되니까
소개받는 여자분들도 30대 중반들이 많았는데
이 분들이 싫은 게 아니라
만나면 본인들 객관화는 안하고
상대방만 이것 저것 따지고 재는 게 엄청들 많았습니다.
해주는 게 당연한 거고
더 열정적으로 잘해주길 바라고..
그냥 때려치고 이번 생에 결혼은 끝났다
혼자 살자 생각하고
연가쓰고 인천 옹진군에 있는
덕적도라는 섬에 혼자 바람쐬로 놀러갔습니다.
거기서 혼자 돌아 댕기고 있는데
20대로 보이는 처자 둘이가 저한테 오더니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해서 찍어주다가
말 좀 섞고 여행 재밌게 하시라 인사하고
또 혼자 돌아다니다가 민박집 왔는데..
엥??
제 옆방이 아까 그 처자들이네요?
다 늙은 아재 반갑다고 반겨주는게 고마워서
혼자 처묵하려고
바리바리 싸온 먹을거리들 싹 풀어주고
저녁도 마당에서 같이 먹고,
처자 둘이랑 저까지 셋이서 밤새 소주 기울였습니다.
저보다 어리단건 예상을 했지만..
친해지고 나이 물어보니 97년생..
본인은 86년생..
11년 차이..
오빠라고 해도 되냐고 하길래
아빠라고 부르라고 했습니다 허허
그렇게 가까워지고 담날 아침까지 같이 먹고
저 먼저 짐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데
한 처자가 인스타 맞팔 하자더군요.
그러면서 사는 곳 물어보길래
당산 산다니까 자기는 회사가 당산 쪽이라고
퇴근하면 밥 사달라길래
빈말이겠거니 생각하고 고개 끄덕인 뒤
제 갈 길 갔습니다.
그런데 이틀 후 디엠이 오길래 확인했더니
왜 연락 안하냐고
자기 삐졌다고 해서 뭐지? 하다가
미안하다고 하고
그 날 저녁에 만나서 바로 밥 사주고
결국 다음 달에 결혼합니다.
ㅎㅎ..;
인생에서 우울하고 암울하던 시절
혼자 떠났던 인천의 작은 섬에서
우연히 마주쳐서 사진 좀 찍어 달라던 그 처자가
지금은 제 옆에 누워서 왕꿈틀이 먹고 있네요.
와이프가 스튜디오 촬영은 생략하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덕적도에서
셀프 웨딩촬영 하자길래 군말없이 따르고
사진 촬영 잘 마치고
지금은 인천항 연안터미널로 가는 배 안입니다.
1년만에 다시 찾은 덕적도..
저에게는 인생의 반쪽을 찾은 신의 섬 같은 곳이네요.
형님들.
결혼 포기했던 38살 노총각도 드디어 장가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