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만 계속 보다가
부산까지 와서 바다 한번 못본게 빡쳐서
바닷가를 걷고 있었음..
근데 분위기가 좀 느껴지는 외국인이 한명 지나가길래
자세히 봤더니
아무리 봐도 레오카락스인거임..
해운대 바다에서 막 걷고 계셨음..
그래서 싸인 받을려고 천천히 다가가는데
레오카락스가 담배를 피면서 바다를 보고 계심
담배 3개를 연속으로 피는데
애연가라고 들은 적이 있어서 접근 안하고 기다렸음..
담배필때 귀찮게 하기 싫어서..
근데 15분째 4개를 태우면서 바다를 봄..
정말 신기한건
은색 동그라미 통 같은거에 담배 꽁초를 넣는데
담배를 끝까지 다 피고 통에 넣는거 보고
꽁초 함부로 안 버리는 모습에 매너있네 생각함..
물론 거기에 금연금지구역 표시가 있긴 했는데
개무시하고 바다 보시면서
담배 졸라게 피심..
15분동안 1분도 안 쉬고
한모금 빠시고 10초 참다가 뱉으시고
단식 호흡하듯이 담배피는 사람 첨봄..
그래서 더 방해하면 안될 것 같아서
이거 어쩌지 싶더라..
그러다 갑자기 핸드폰을 키시더니
부산 바다를 열심히 찍으시면서
미친 광인처럼 혼자 점프하며 동영상을 찍으심..
조금 무서웠음
지나가는 사람들 아무도 못알아봄
나 혼자 알아봄
지나가는 일반 사람들은 저 사람 왜저래 하는 눈빛이고
나는 예술의 거장이
왜 저렇게 동영상을 점프하며 바다를 찍는거지?
이또한 예술인가? 하고 보고 있었음..
점프해서 찍다가 앉아서 찍다가
갑자기 왼쪽으로 뛰면서 하늘을 찍더니
갑자기 또 앉아서 찍다가
그냥 남들이 보면 미친놈인 줄 알듯..
암튼 그러다가 갑자기 해변가에 누워버리심.
개당황함..
주무시는 것 같았는데
그냥 기절하듯이 선글라스 벗고 주무심..
아 이건 에바인데
다음 영화 보러가야 하는데
자는 사람 깨워서 어떻게 싸인을 받음..
영화냐 레오카락스한테 싸인이냐
생사가 갈려있는데
영화를 포기하고 레오카락스가 정답이다 싶었음..
살면서 언제 바닷가 앞에서
시네마처럼 싸인 받아보겠냐 이게 맞다 생각하고
영화 패싱함
레오카락스는 자고 있는데
옆에서 앉아서 싸인 받을 사진이랑
팬 옆에 두고 기다리다가
나도 미드나잇 2일 연짝으로 달리고
어제도 그제도 계속 영화만 봤으니 체력 다 빠졌는데
레오카락스 옆에서 앉아있는채로 나도 잠들어버림;
내가 이름 메모지에 적어서
TO.XDXOSOQ 이런식으로 써두고
은색팬이랑 사진이랑 두고 잠들었는데
눈 뜨니깐 레오카락스 양반이
자기 마음대로 싸인에다가 이름 적어주시고
사진 뒷면에다가 편지처럼 5줄이나 긴 문장을 써줬는데
사진 찍어서 파파고 돌려도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상하게 뜸
넌 어떠니
넌 행복하니
아름다운 태양 아래
너는 태양의 아들
너와 나는 물고기
뭐 이렇게 뜸..
찾아보니 막줄에 물고기라는 단어는 프랑스어로 맞던데
도대체 왜 편지 마지막에
너와 나는 물고기 라고 써주셨는지 의문임..
하여튼 저렇게 이상한 편지 써주고 가셔서
조금 상세하게 알아봐야할듯..
도통 퐁네프의 연인들 뒷면에도
무슨 편지를 쓰고 가신지 모르겠음..
이렇게 이름 앞에 싸인 해주시고
뒷면에 편지 적어주시고 가셔버림..
난 1시간 정도 잠들었는데
레오카락스 자는거 옆에서 20분 기다리다가
도대체 난 언제 잠든진 모르겠음..
하여튼 싸인 받긴 했으니..
거장이랑 함께 노숙해서 지금도 매우 기쁨..
하필 잠들어버리고
그래도 자기 싸인 받고 싶어서 기다린거 알고
사인 해주시고 가신거 보고
바다 보는데 이게 시네마인가.. 하고 울컥했음
진짜 거짓 1도 없는 실화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