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 계산 안 하고 도망간 여자와 추격전 끝에 결국 잡아낸 피시방 알바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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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군대를 막 전역하고

능력도 조또없는 고졸 취업생이

급하게 할 수 있는거라곤 겜방 알바나

식당 설거지가 대부분이던 이데올로기의 시기였음

그 당시 방황을 해도 부모님 조차

인정할만큼 암울하고도 암울한 시기였는데

아무튼 결국 택한건 겜방알바였는데

당시 알바계의 나름 귀족 알바였음

특히나 평일 새벽알바는 알바계들 사이에선

신의 직업으로 불리는 정도였으니까ㅇㅇ

암튼 찐따 같은 파카입고 출퇴근하던 계절이었으니

당시 존나 추운 겨울이었고

그때가 12월 20인가 그랬는데 아직도 기억나는게

크리스마스 때문에 들뜬 커플들이

밤에 할짓 없으니까 겜방에 몰리는 바람에

가뜩이나 부럽 반 짜증 반으로 일할 때였는데

표정이 썩어있는 여자가 종이가방 들고

올블랙 패션으로 새벽 1시쯤 당당히 입장하더군

대충 키 160 몸무게는 75는 되는 것 같았는데

당연히 여자들 국룰인 오디션이란 게임 할 줄 알았더니

웬일로 아이온을 하더라

그렇게 그날은 그냥 아무일 없이 퇴근을 했는데

다음날 밤에 출근했더니

그 복장 그대로 올블랙과 종이가방.

어제와 똑같은 모습으로 그자리 그대로 있는거야

놀라서 바로 카운터로 왔더니

사용시간은 이미 20시간을 넘긴 상태였음

겜방 알바계에선 규칙이 나름 있었던게

20시간 정도하면 돈을 어느정도 받아야했음

먹튀하는 새끼들이 늘상 존재했기 때문에.

그리고 먹튀하는 새끼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늘 불안하고 자신감 없는 표정을 하고 있거든?

그래서 겜방 알바 6개월 이상 해보면

입장하는 순간부터

‘아 저놈은 먹튀할놈이구나’ 하면서 대충 감이 옴

이것도 약간 직업병인거지

무튼 그년도 역시 얼굴에 기름은 떡져있고

코밑에는 검은 담뱃기름이 찌들려있길래

선불금액을 받으러 갔음.

“저기 사용시간 20시간이 넘으셔서

선불 금액을 조금 주셔야 할거 같은데요”

그러니까 하는말이

“아 남자친구 오면 드릴게요 지금 돈이 없네요”

그 얼굴에 남자친구 라닠ㅋㅋㅋㅋㅋㅋ

얼씨구나 이년이 가게를 잘못 골랐구나 하면서

그때부터 집중관리에 들어갔음

그렇다고 마냥 내쫒을수도 없는 노릇인게

겉보기에는 그지 같아도

나중에 반전을 거듭하며 계산 착실하게 해가며

단골까지 되는 알짜베기 손님들도 있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었음

그냥 조금 더 관심을 두고 관찰할 뿐이었지.

그때 사장님이 그냥 장사 개초보였어.

내가 일하고 몇달 뒤에 새로 가게를 인수 받으면서

나 같은 알바생들까지 덤으로 인수 받은

그런 재수없는 케이스였는데

늘 구석에서 게임하던 사장은

너무 순진하고 세상물정을 몰랐음

그래서 무슨 마찰이 생기면

꼴에 몇달 더 근무했던 나에게 모든걸 부탁했고

덕분에 매니저로 일하면서 일하게 되니까

뭔 쓸데없는 책임감 같은거 느끼면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을 때여서 더 집중적으로 마크한 것도 큼.

사장이 어떻게할까 막 조마조마 하고 있을 때

내가 “제가 일하는 시간대에선 절대 도망 못가니까

오전에만 신경써서 잘 봐주세요”

라며 사장한테 믿음을 줬음.

대충 그렇게 얼버무리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년은 담뱃기름이 하루가 다르게 얼굴에서 번식을 하고

우리나라도 사우디 같은 산유국이 맞구나 하고 있었는데

4일째 되던날 금액이 결국 10만원을 돌파하더라.

얘가 뭔 깡인지 정액도 안 끊고

착실하게 1시간 기본요금이 시간마다 청구되고 있는데

후불로 쳐먹기는 얼마나 쳐먹는지

한번 먹을 때마다 라면 1개, 핫바 2개는 기본이었음

가끔 자리를 치워주러가면

머리 냄새+의자에 냄새가 섞여서 진짜 숨도 안 쉬고 치웠는데

가끔 치우다가 “남자친구 분은 언제 오세요?” 라고 물어보면

“아 크리스마스에요” 라며 대답하곤 했음.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12월 25일

여전히 그년의 사이버남친은 도착하지 않고

점점 그년의 얼굴은 안절부절+담뱃기름+핫바 단백질 등으로

깨끗해도 보기 힘든 얼굴인데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음

나중에는 거의 반포기식으로

사장과 나는 저년이 먹튀임을 99% 이상 확정하며

더이상 돈 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도망갈때 잡을 궁리만 하고 있었음

가게 구조상 절대로 도망가기가 쉽지 않았던게

화장실도 출입문 반대편에 있었고

손님이 북적거리는 대형가게도 아니였고

좁은 출입문 하나에 바로 가파른 계단(3층)

그리고 느릿한 엘리베이터가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날 제치고 도망간다는건 말이 안됐었음

그러던 중 드디어 일이 터지더라.

정확히 7일 뒤. 12월 27일 새벽.

갑자기 그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음.

자리는 만신창이고 머리 얼굴은 한번도 씻은적이 없어서

난생 처음 여자에 대한 환상을 모조리 깨준 고마운년이

카운터로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돈 좀 뽑아올게요” 하는거야.

드디어 올게 왔구나 싶었음.

그래 개년아 갈테면 가봐라 하면서

“신분증이랑 핸드폰 맡겨주세요” 하니까

이년이 이미 다 예상했다는듯이

두개를 한번에 한주머니에서 꺼내는거야

이미 다 준비 했다는게 티가 나더라

그리고 보내줬음.

는 훼이크고

바로 잠바입고 바로 미행하러 갔지

그날 눈까지 오던 아침 7시쯤이었을건데

가게는 거의 다 단골 위주인데다가

새벽이라 말 없이 나가도 손님오면

게임하던 단골 형들이 카운터와서 계산해주고 그랬기 때문에

대충 말하고 바로 뒤따라갔는데

근데 ;;;;;;;;; 이년이 존나 빠르더라.

순식간에 놓친거야

당연히 계단으로 1층을 내려가면 있을거같던 그년이

감쪽같이 사라진거야.

1층 내려가서 밖으로 나가면

길이 양 옆으로 길게 나있어서

멀리 도망가는게 보이기라도 해야되는데

이년이 무슨 증발하듯이 사라졌음

머리속이 멍해졌지

손에 쥐고 있던 반 쓸모없는 신분증과

건네받을 당시 고장난 것임을 거의 눈치챘던 핸드폰은

역시나 고장이 나있었고

잡을 자신감이 꽉차있었기에

모든걸 알면서도 눈감아주며 보내준건데

그냥 이년이 완전히 증발했어.

순간 하늘도 쳐다봤다.

혹시 날라가고 있는게 아닌가 하고.

근데 무게 생각하면 불가능해서 다시 고개 숙임.

그리고 가게에 돌아와서 패닉 상태로 그년을 기다렸음

솔직히 건장한 남자나 고딩들이 먹튀를 해도

100%확률로 잡았던 난데

6개월간 일하면서 대충 7~8명이 도망갔는데도

다 잡았었거든.

그것도 확실하고 완벽하게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이.

덕분에 사장은 나를 무한히 신뢰했었고

이번일도 나를 믿고 내가 하자는대로 했던 사장이었는데

그랬기에 충격은 더더욱 컸지

이년의 달리기는 보기와는 다르게 빨랐던거야

그년이 나가고 대충 30초 뒤에 나갔는데

그 사이에 그렇게 긴 길을 지나서

사라졌으리라곤 전혀 예상을 못했던거지

카운터로 와서 그년을 기다렸어.

아니 기다렸다기보단 어찌할 줄 몰라서

제발 와주기만을 빌고 있었다고 표현하는게 맞을듯

곧 아침해가 뜰 무렵이었고

3시간 뒤면 사장이 오는 상황.

나는 도저히 이 실망감을 전해줄 자신이 없었고

카운터에 비치는 그녀의 자리에선

요금만 조용히 올라가고 있을 뿐이였지

게임금액+쳐먹은금액이 20만원을 넘어가고 있었어.

난 이미 반 포기하고

그래 깔끔하게 나의 패배를 인정하자.. 하며

내 월급에서 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물론 그런면에선 인색한 사장은 아니였으나

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돈까스 30번 안 시켜먹으면 되지 하면서

그냥 내 월급 깔 준비를 하고 있던 찰나

내 머리에서 번뜩하고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음

생각해보니 이년이 일주일동안 아이온만 했잖아.

그리고 일주일동안 내가 그년 자리를 치워줄 때나

지나칠 때마다 살짝살짝 보면서

그년 게임 아이디를 기억하고 있었거든

럭키!!!!!!

나도 아이온을 했기 때문에 잘 아는데

분명히 그년은 스크린샷을 남겨뒀을거 같았음.

게임하는 년놈들 특징이

게임하다가 껄껄 웃는 상황이 오면

갑자기 급정색을 하고 스크린샷 버튼을 연타하거든

조또 안되는 추억거리를 만들고 싶어서 하는건데

나중에 그거 한 50장 모였을때

오감자 먹으면서 보면서 낄낄 거리는게 재미는 세종대왕급임

무튼 일단 그년 자리를 가서 스크린샷 폴더를 찾았어

그럴 수 밖에 없었던게

그년 아이디가 4글자였는데 확실하게 기억이 안나더라고

예를 들어 아이디가 “흑드라군”이면

륵후라곤? 흥루라훈? 혹도라룬?

이런식으로 머리속의 뉴런 새기들이 긴가민가 했었음

그래서 스크린샷 폴더를 열어봤더니

역시나 생긴거랑 다른 존예 캐릭터들로

수십장에 스샷들이 남아있더라

그리고 확실한 아이디와 함께.

자리에는 그년이 일주일간 남긴 채취가 가득했는데

의자는 빨아야할 정도로 냄새가 심각했고

자리에는 종이가방이 있었는데

종이가방엔 일주일동안 갈아입은 스타킹이 있더라.

원래 스타킹을 좋아하는 나긴 했지만

그런 스타킹은 쳐다도 보기 싫었음

얼굴도 일주일동안 안 씻던 년이

스타킹은 꼬박꼬박 갈아신은걸 보면

분명 허벅지에서 냄새 올라오는게 지도 느껴졌을거임

그런 얼굴이였거든.

무튼 바로 카운터로 가서 캐릭 검색을 하니까

대충 4~5개의 서버에서 캐릭이 검색되었지만

길드명, 캐릭성별, 레벨 등등만 대조해봐도

딱 이거다 싶은게 한개 있더라

방명록을 까보니 토나오는 애교와 함께

호구 남성들의 애절한 글들이 여럿 있었는데

바로 조심히 아이온을 접속했음

사실 이년 캐릭을 찾은 이유는 딴게 없었음

그냥 도망가더라도 이년이 애지중지하며 키운 캐릭들과

가짜 모습으로 꼬신 사이버 남친들,

그리고 인맥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개망신을 주고 싶었을 뿐임.

20만원 까짓거 내가 낸다 하지만

값으로도 살 수 없는 너의 그 소중한 캐릭이

한순간에 쓰레기가 되게 해주겠다

뭐 이런 되도않는 복수심리였음

무튼 그년이 키우는 서버에 레벨 1짜리 캐릭을 생성했는데

외치기를 할려면 일정 레벨이 필요하더라고.

아마 초기 아이온이라 아마 7렙인가 그랬는데

급해죽겠는데 그와중에 렙업하고 있었다..

7렙 만들려고 이빨 바락바락 갈면서

손님 오건말건

뭔 두루미 같이 생긴 애 잡으면서.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든게

그년이 지금 접속해있나? 하며 캐릭 검색을 했음.

귓말은 절대 할 생각이 없었던게

순식간에 예상치 못했을때

블록버스터급 충격을 주고 싶었거든

예를 들어 저녁 8시에 사람들 젤 많이 모여있을때

공개적으로 외치기를 해서 쪽을 주거나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거나 등등

근데 이년이 지금 접속중인거야.

위에 말은 거창하게 썼지만

사실 그년이 도망가고 캐릭을 키우려고

접속했을 때까지는 15분도 안 지났을 때거든

분명 택시비도 없게 생긴 년이

도망간지 15분도 안됐는데 접속중이라면?

근처는 대학가라 겜방이 좀 많았거든

바로 촉이 왔지

그 근처 겜방은 대충 머릿속에 다 위치가 있기 때문에

바로 단골 형들한테 말하고 뛰쳐나갔지

그순간 머릿속에는

반쯤 상했던 돈까스 30개가 다시 싱싱해지기 시작하더라

3군데 쯤 돌았을까

헉헉거리며 4번째를 갔을때

구석에서 아이온을 켜놓고 엎드려 쳐자고 있는,

익숙한 올블랙 패션이 내 눈에 뛴거야

바로 머리끄댕이를 잡고 올려서 얼굴을 확인했지

솔직히 다른 사람이었으면 하는 걱정은 전혀 없었음

그런 걱정을 하기에는 걔가 너무 반가웠거든

그년이 날 보더니

안구가 적출될만큼 놀란 표정을 짓더라

우리 겜방에서 직선거리로

200미터도 안되는 겜방에서 쳐자고 있던거야

바로 소리 질렀지

“잡았다 X발!!!!!”

솔직히 그럴 용기가 그땐 어떻게 났나 싶은데

사람들이 다 쳐다보더라

그쪽 알바생도 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고.

그래서 아저씨네 겜방도 큰일날뻔했다고

우리 겜방에서 20만원어치 쳐먹고 도망갔다고 하니까

바로 데리고 가라고 하더라

근데 이년이 거기서 사용한 금액을 내야하는데

자기가 지금 돈이 없대

그래서 내 피 같은 천원 내주고 데리고 왔지

빅딜을 성사한 기분이더라

옥수수로 금을 바꾼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200미터 내내 멱살 잡고 끌고 왔음

막 불편해 할때마다 째려보면서

아는 욕은 전부 다 했는데

여자에겐 늘 매너와 수줍음을 강조하던 나였기에

그런 나의 모습은 나조차도 놀랐음

내가 이런 면이 있다고? 하며

속으로 나 자신에게 감탄할 뿐이였지

멱살을 잡은 그년을 질질끌고 가게 문을 여는 순간

단골형들이 미친듯이 웃더라.

그렇게 사장에게 전화를 하고

사장은 고생했다며 무려 하루 휴일을 공짜로 줬음.

그렇게 험난 하루를 마감하고

쉬는날 하루 돈까스 2번을 시켜먹으며

저녁에 게임에 접속해서 그년 욕을 있는대로 했고

게시판에 먹튀+생김새 드립 게시물을

분당 3회씩 올리며

그년이 넷상에서도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들었어.

그렇게 기쁘게 연말을 보내니

다가오던 1월 1일.

새해 아침에 뜨는 해를 바라보는 기분은

전역날 아침에 뜬 해보다 더 상쾌하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