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때부터 절친이었으니 벌써 15년 친구네요
처음 봤을 때부터 살이 쪄있었습니다.
중2 건강검진때 이미 86kg를 넘겼었고
지금은 그때보다 살이 더 쪄있는 상태입니다.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녔고
대학은 달랐지만 집에서 통학했기에
정말 많이 붙어다녔었는데
저에게 제일 많이 했던 말이
“난 물만 마셔도 살쪄ㅠ 막 먹어도 안 찌는 니가 부럽다”
“체질이 진짜 중요한거야” 였는데
저는 진짜 그런 줄 알았습니다.
저는 짜장면 한그릇, 햄버거 세트 하나를 먹는,
즉 1인분을 다 먹는 그런 사람이었고
친구는 늘 다 먹지 않고 늘 남겼었습니다.
그래서 친구가 진짜 억울하겠다고 생각했었고요.
근데 같이 동거한지 3개월 쯤 되니까 왜 그런지 알겠네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대학 졸업하고 저희 부모님이 해주신 작은 아파트에 살다가
친구의 간절한 부탁으로 딱 1년만 같이 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수학여행 온 소녀들 마냥
들떠서 깔깔 거리고 밤늦게까지 수다 떨고
주말에 같이 청소도 하고 장도 보고 재밌었거든요
근데 딱 3주 갔습니다.
그때부터 친구의 본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저는 재택근무를 하고 친구도 취준생이라
둘다 집에만 있다보니 24시간의 모습이 다 보이는데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 말은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거든요.
“나 라면 하나를 다 못먹어.”
“남들 먹는거에 반만 먹는데 왜 살이 안 빠지지?” 등등
특히 제가 뭔가를 먹고 있을 때 꼭 하는데,
근데 저는 이유를 알거 같거든요
친구가 왜 살 찌는지.
제가 재택근무이긴 하지만 오전 7시에 일어나서
왕복 50분 거리 수영장도 걸어다니고
집에와서 보통 9시에 일을 시작하는데
친구는 오전 10시~11시 기상
일어나서 과자 1~2봉지나 초콜릿 같은거 먹고
살 찐다고 제로콜라를 먹습니다.
오후 2시쯤 되면 제가 첫끼를 먹어서
친구도 같이 먹게 되는데
저는 밥 한숟갈에 반찬 1개 집어먹으면
친구는 밥 한숟갈에 반찬 2~3개.
찜닭 같은 것도 무조건 고기 두개씩 집어서 먹습니다.
그리고 저는 밥 안 남기고 깨끗하게 먹고
(애초에 먹을만큼만 덜어서 먹기에)
친구는 밥을 한두숟갈 꼭 남깁니다.
그리고 라면 같은 경우에도
제가 면만 다 먹고 국물 절반 이상 남기는데
친구가 그걸 보고는
“라면 하나 다 먹는 니가 신기해..” 라고 하는데
친구는 국물 다 먹고 면만 한젓가락 남깁니다.
아무튼 오후 4시~5시쯤 되면 냉장고를 열어보는데
저희 할머니가 과수원을 하셔서
냉장고에 감이랑 귤이 터져 넘치도록 있었는데
친구 오고나서는 냉장고가 꽉찬 적이 없어요.
제가 밥 먹은지 얼마 안 됐고
과일 생각 없다고 하고 안 먹거나 한두개 집어먹는데
친구는 평균적으로
귤 5~10개, 감 2개 깎아서 누워서 넷플 보면서 다 먹습니다.
그리고 오후 7시 쯤 저녁을 먹는데
제가 한숟갈 먹을 때 반찬 하나만 올려서
굉장히 오랫동안 꼭꼭 씹어먹는 편이라
친구랑 밥 먹는 속도가 많이 차이가 납니다.
친구는 반대로 보통 사람보다 빨리 먹는 편이다보니
자기 다 먹고 나면 제가 먹는걸 구경하는데
“너 진짜 맛있게 먹는다”
“배 많이 고팠어? 굶은 사람 같아”
“너 그렇게 먹는데도 살 안 찌는게 신기해..”
“먹는건 너가 더 먹는데 왜 나 혼자 찌냐 억울해”
등등 살 관련 얘기만 계속 하다가
저녁 먹고 제가 소화 시키자고 꼬드겨서
집앞 산책 1시간 정도 하고 들어오면
꼭 귤 한두개 집어서 먹습니다.
그리고 오후 11시쯤 되면 친구가 저한테
“우리 뭐 하나 시켜먹을래?” 하고 물을 때가 있는데
초반에는 거절 못해서 같이 먹다가
다음날 속 쓰리고 살도 찌는거 같길래
제가 “응? 이 밤에? 이 밤에 먹자고???”
하고 좀 오바해서 되물으면 안 시키긴 하는데
간간히 새벽에 부시럭 소리나서 나가보면
생라면 뿌셔 먹고 있거나
냉장고에 있는 것들 꺼내서 혼자 먹고 있습니다.
살 안 찐 사람한테는 살 얘기해도 타격 없겠지만
살찐 사람한테 살 얘기하면
나쁜년 소리 듣는게 현실이다보니
뭐 이걸 말을 해줘야되나 말아야되나 모르겠네요.
친구는 과일이나 간식들을 생각 안하고
그저 ‘밥’을 많이 안 먹는데 찌는게 억울하다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이런 사람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요.
그냥 제 심정은 딱 이겁니다.
물만 마셔도 살 찌기는 개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