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다니던 회사 여직원이랑 회식하다가
소름이 쫙 돋은 적이 있습니다.
꽤 오래전 이야기인데
첫 회사 다닐 때 일이었습니다.
서비스 리뉴얼이랑 여러가지 일로
다들 야근에 쪄들어서 개고생을 하고
해가 바뀌고 회사에서 운영하는 서비스가
어찌어찌 잘 돌아가서
직원들이 당연히 성과급 받을 수 있겠지 하며
다들 기대에 부풀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헌데..
전년 대비 수십배의 돈을 벌었음에도
사장이 신규 서비스를 위해 여기저기 광고를 하느라 돈이 없으니
“보너스는 못주고 회식이라도 해라”
하면서 삼겹살 집 예약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소고기도 아니고..
삽겹살이라니..
뭐 어쩔 수 있겠습니까..
직원들은 회식자리에서 웃음기 없는 얼굴로
그냥 밥만 꾸역꾸역 밀어 넣으며
그 많은 불만을 삼켜야만 했고
임원진들만 신나서 술을 신나게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 후 임원진들이 술에 취해 집으로 떠나고
젊은 사람들끼리 몰래 2차를 갔습니다.
다들 술이 거나하게 취한 상태였고
진짜 열심히 했는데 보너스가 없는게 말이 되냐
아무 의미 없었다 라며 다들 회사 욕이나 하면서
곧 사표를 쓰네 마네 하고 있었고
나중에는 사장에 대한 불만을 전부 털어놓으며
욕이란 욕은 다 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러다 그 중 여직원이 한명 있었는데,
키도 크고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진 여직원이라
모두에게 호감을 얻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여직원이 웬만해선 술에 안 취할 정도로 술이 센데
밖에 나가서 그 여직원이랑 담배 한대 피우다가
그날은 이상하게 홍조 가득한 얼굴로
말이 살짝 꼬이면서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 직원이 아무리 쿨한 성격이라 해도
속으로는 그렇지 않았구나 했죠.
“아~ 오늘 진짜 취하네~”
그렇게 말을 할때
하늘에서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고
“와 비온다~ 비 너무 좋아~~”
하며 여직원이 평소에 보이지 않던 행동을 보이길래
이 여자가 왜이러나 생각하고 있는데
“비밀 하나 말해줄까요!?”
갑자기 그 여직원이 말을 마치더니
제 옆으로 스윽하고 다가와서
얼굴을 제 귀쪽으로 갖대 대더라고요.
비가와서 후각이 민감해진건지
퀘퀘한 담배 냄새와 비내음을 지워버리는
그녀의 향기가 제 코를 찔렀습니다.
술 기운 때문인지 샴푸 향기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바보같은 심장이 코로 들어온 향기에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고
그녀가 짧은 한숨을 제 귀에 내쉬자
온몸에 얕은 전기가 흐르면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 사실”
“사장님 조카예요”
????????????????????????????????????
소름이 전율과 경악으로 뒤바뀌면서
저는 손에 들던 담배를 바닥에 떨궜고
날이 춥지도 않았는데 두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더군요.
“히히 비밀!!!!!”
활기차게 그 말을 하고 돌아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하루 빨리 이 회사에서 도망쳐야겠단 다짐을 했고
지금은 이직 후 다른 회사에 다니면서도
가끔 그날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