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전문대 졸업한 뒤 취업 생각 때려치우고
맨날 피시방에서 밤새면서
부모님 돈이나 축내는 한심한 인간이였음
운동이든 공부든 시도해본 적도 없었고
그때 학자금 대출에 집에 아픈 사람까지 있는데
돈도 없는 상황이라
그냥 피시방 야간 알바나 하면서 그냥 물 흐르듯이 살았음
근데 항상 같은 시간대에 오는 어떤 여자 손님이 있었는데
항상 혼자와서 크아를 했거든
그 중에서도 꼬물이를 맨날 함
사실 관심있어서 지켜본 것도 맞는데
맨날하는 게임인데도 진짜 엄청 못하더라
원래 참견 잘 안 하는데
그날 따라 뭔가 훈수를 두고 싶어져서
가서 이것저것 알려주면서 같이 몇판 하게 됨
그러다 친해지고 썸 타다가 사귀게 됨
알고보니 와이프는 7급 공채 공무원이었음
사귀고 좀 있다가
본인 자취방에 와서 살아도 된다길래
거절 안하고 바로 거기서 살았음
근데 같이 사는 조건이
게임을 하고 싶을 때는 해도 되는데
같이 있을 때는 적정시간 정해놓고 하고
본인 없을 때는 운동을 하든 독서를 하든
영화를 보든 뭐라도 의미 있는걸 해야했음
처음에는 금단증상이 심해서
하루종일 TV보고 책읽고 그랬음
그러다보니 답답해서 산책하고 조깅하고
나중에는 헬스도 열심히 했음
사실 이 시기에는 건강한 백수였지
그래도 몸이 건강하니
삶의 의욕도 생기고 뭔가를 해보고 싶어짐
그래서 고민을 이야기 했더니
여행갈 때 도움되는 영어회화 공부해보는게 어떻냐고 해서
다음날 어학원에서 회화공부함
그러다가 의욕이 생겨서 토익에 도전
6달 정도 영어만 미친듯이 파서 335에서 850맞음
문제는 이때쯤 와이프네 부모님이랑 우연히 만났고
어쩌다보니 결혼 얘기도 나왔는데
와이프는 이때 나랑 결혼할 생각이랬음
근데 장모님은 결혼 허락 못한다면서
큰거 바라는거 아니고
9급만 하면 자기도 오케이 하겠다고 함
그래서 공시 준비하게 됨
무슨 자물쇠 반인지 들어가서 하루종일 공부만 함
솔직히 내가 이걸 왜 하는지 모르겠고
개같았는데 어쩔 수 없이 참고 그냥 다님
첫시험에서 모르는건 그냥 찍었는데
신기하게 찍은거 대부분 다 맞았고
합격해서 지금 직장에 들어옴
나도 신기한게 야간 피돌에서 공무원 되니까 행복했고
와이프랑 결혼도 함
약간 데릴사위 느낌이긴 한데
내가 돈이 없으니까 장인이 집 해줘서 거기서 사는중
처가가 딸만 두명이라 친아들처럼 대해주심
오히려 우리 부모님보다 더 잘 해줌
처가 가서 누워자도 뭐라 안하고
먹고 싶은 거 있음 사주시고 잘해주심
와이프랑 살아보니까 조금 잡혀사는 느낌이긴 한데
내가 덜렁이라 밸런스가 잘 맞음
입직하고도 몰래 마통 뚫어서 코인하다가
몇천 말아먹어서 한달정도 욕 좀 먹긴 했는데
그런데도 잘해주는 거 보면
내가 와이프 하나는 잘 만났다 싶음
피돌이나 하면서 평생 혼자 앰생으로 살 인생이었는데
구제해준 와이프한테 고맙고
맨날 개소리 하는데도 받아주는 것도 고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