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볼 사람 없을 것 같은 중고책 팔았는데 1년 뒤 문자 하나를 받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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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에 중고로 특정 분야 책 전권을 팔았는데

이게 유명한 책이긴 해도

평범한 일반인이 공부를 하겠단 생각으로

보기 시작하면 끝을 보기 어려운 책이었음

진짜 이 분야를 좋아해야 끝까지 볼 수 있는 책 ㅇㅇ

근데 내가 엄청 깨끗하게 쓰고

되게 저렴한 가격에 올려놨는데도

한 몇달간 연락이 없었단말임.

아마 전권을 다 보기보단

전공자들은 단권만 보는 사람이 많아서 그랬나봄.

그리고 내 책은 구버전이었음.

대학 정공강의는 신권으로 하는 거 알지?

근데 아는 사람들한테는 구버전이 더 평가가 좋았고

깨끗하게 전권 세트로 파는 거 정말 흔치 않았음.

그렇게 올려둔지 한참 지나고

어떤 사람한테 산다는 연락이 와서

계좌이체 받고 주소를 보니까

강남에 있는 되게 유명한 법무법인이더라고?

그래서 계좌 이름으로 그 사이트에 이름 검색하니까

프로필이 바로 뜨는거임

그래서 속으로 ‘오.. 완전 다른 분야인데,

역시 똑똑한 사람은 공부에 대한 열정이

나이 먹어서도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했었고

그렇게 팔고 나서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한 일년 쯤 뒤에 모르는 사람한테 문자가 온거임

책 판매하신 분 맞냐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부터 심장이 두근두근했음..

왜냐면 내가 그 책을 사람들이 사더라도

끝까지 보는 사람은 진짜 드물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3권 후반부에

기름 종이에 문제를 적어 넣어서 끼워놨었고

나도 이걸 완전히 잊고 있었음 ㄷㄷ

대충 ‘이 기이하고도 난해하며

아름다운 책을 끝까지 파고든 점,

대단히 축하드리며

이 문제의 답과 풀이 과정을 적어

이 번호로 문자를 보내시면 소정의 선물을 드린다’고

이렇게 써놨었거든ㅋㅋㅋ

알고보니 그 변호사분이 공부하려 한 게 아니라

자녀분이 공부하려고 산 거였더라고.

나한테 문자로 풀이내용 사진 여러개로 찍어서 보내고

이런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가정교육 잘 받은 티가 확 났었음.

내가 그래서 일년만에 정말 거기까지 다 보셨냐고

진짜 대단하신 거라고 했더니

고등학생인데 그 분야를 너무 좋아한대.

이 책 내용이 공부하려고 보면 중간에 포기하고

진짜 좋아해야 끝까지 볼 수 있는 책이었음.

여튼 그래서 상품권 보내줬더니

애가 부모한테 자랑을 했나봐

식사 대접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는데

(왜냐면 애초에 내가 책을 싸게 팔기도 했는데

상품권 까지 줬으니 남는게 없는 걸 아니까)

진짜 괜찮다고 마음만 받겠다고 거절함.

난 원래도 중고책 사고 난 뒤에

전 사람이 쓰던 흔적 남은걸 좋아하거든?

편지나, 그때그때의 감상이나,

혹은 풀이의 노력이나, 작은 낙서 같은 거.

저 기억으로 좀 더 애틋한 뭔가가 생긴듯

물론 찢어발겨지고

낙서 난리바가지인건 나도 싫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