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회생활을 다소 늦게 시작했음.
첫 회사에 입사하고 보니
같은 팀에 동기가 있다는데
사정이 있어서 일주일 늦게 입사한다고 함.
입사하고 나니 ojt교육 받고 지내면서
주로 선임들이 만든 하드카피 파일 정리를
계약직 분들이랑 같이 했음.
중요 서류는 아니어서 기간 지난 건 파쇄하고
기간 남은 서류는 정리해서 바인딩을 반복.
일주일 후 서류 정리가 다소 밀린 상황이라
일 못한다고 밉보일까봐 엄청 일찍 출근했는데
어느 앳된 여자애가 우리팀 사무실 입구에 있었음.
새로 계약직이 왔나? 하는 생각에
데리고 들어간 후
물 한 잔 내어주며 잠깐 기다리라고 한 뒤
서류 정리하며 내 이상형에 비슷한 친구라
머리에서 그 여자 예쁘네? 하면서 있었는데
갑자기 선임이 부르더니
그 여자애가 내 동기라고 함.
그런데 아직 대학 졸업반이었고
나와의 나이 차이가 생각보다 많이 나서
동기지만 나에게 극존대를 썼음.
뭐 나랑 동갑인 여직원 중 대리인 사람들도 꽤 있었으니
나도 어렵겠네? 하는 생각이 들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지냈음.
그렇게 지내는 도중 나이 차이가 많이 나더라도
동기이고 교육도 같이 많이 듣다보니
조금 친해지기 시작했음.
그러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내가 그 여자동기와 조금 친해지다보니
나보다 나이가 어린 선임 중 한명이
여자동기 정보를 알려달라며
중간에서 도와달라고 요청도 왔음.
별로 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꾸 거부하니 은근히 갈구는 것도 있고 해서
여자동기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던가
커피 종류라던가
아니면 남자친구 유무 등 간단한 정보만
여자동기에게 물어보고 전달하고 그랬음.
이게 정보를 알아내야하다 보니까
사적으로 연락하는 일도 생기고
어느새 나도 마음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음.
그래도 나이 차이가 생각보다 많이 나기도 하고
나이 어린 선임들 중 괜찮은 사람들도
여자동기에게 관심도 많다보니
나이도 많고 외적으로 내세울 것도 없는 나는
그냥 짝사랑 비슷하게 내 마음만 가지고 지냈음.
그러다가 지속적으로 여자동기에게 어필한
나이 어린 선임이 있었는데
여자동기가 어느날 부담스럽다며
선을 긋는 일이 생겼었음.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이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회사 내에선
나에게 밖에 이야기 한 적이 없는데
이걸 어떻게 알고 있느냐? 까지 이야기도 나오고
나도 졸지에 여자동기 이야기를
남들에게 떠벌리고 다닌 사람이 되어버렸음.
너무 미안해서 사과를 했지만
많이 화가난 듯한 여자동기는
어느 순간 나를 피하기 시작했음.
저 일이 일어나기 전까진
나에게 극존대하다가
살짝 가끔 편한 말투도 했던 여자동기가
다시 극존대를 하기 시작했음.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고
여자동기와 외부 교육을 받으러 가게 된 일이 있었음.
이동하는 내내 서로 아무 말도 안했고
불편한 시간이 흐리고
교육장에 도착한 후 교육을 받은 뒤 점심시간이 되었음.
교육장에 여자동기는 아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는 아는 사람이라곤 여자동기 밖에 없었는데
나랑 밥먹을 사이는 아니었던터라
혼자 밥이나 먹어야겠구나 싶었음.
여자동기를 보니
아는 사람들과 하하호호 대화를 나누며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었고
나는 터벅터벅 혼자 식당으로 걸어가고 있었음.
근데 갑자기 여자동기가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나를 발견하곤 나한테 뛰어오더니 같이 밥먹자고 함.
그렇게 둘이서 점심을 먹었음.
조심스레 내가 물었음.
왜 나랑 밥을 먹냐고?
교육장에 내가 아는 사람 없는 것 같아서
같은 팀인 본인이라도
같이 밥을 먹어야겠다 싶었다며 말함.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고
주말에 갑자기 여자동기한테 카톡이 옴.
자기 친구들이랑 바다 왔는데
예전에 내가 바다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한 말이 생각나서
대리만족하라며 바다 사진을 보내줌.
그냥 고맙다고만 말하고 카톡을 끝냈음.
그리고 다음주 출근하고 있는데
헐레벌떡 여자동기가 뛰어오는데
그냥 그 모습이 너무 귀엽길래 쳐다보고 있었음.
그런데 여자동기가 갑자기 내 얼굴보더니
살짝 씩 웃고 지나감.
그러다 그 쯤에 앞서 말한 나이 어린 선임이
여자동기에게 정말 마지막으로 고백 한번하고
차이면 끝내겠다며
마지막으로 한번 더 도와달라고 사정사정함.
난 계속 거부를 했지만
또 다시 거부에 대한 댓가로 시달림을 당하기 시작.
팀원이나 여자동기 앞에서 이유없이 나를 갈구기도 하고
도와달라며 퇴근 후에도 지속되는 전화와 카톡
그리고 거부에 대한 댓가로
심해지는 갈굼은 나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었음.
그러다 여자동기가 어느날 카톡이 오더니
도와준다고 이야기 하라고 함.
이걸 어떻게 알았나? 싶었지만
아니라고 괜찮다고 했으나
본인이 알아서 한다고
도와주는 척이나 잘하라며 나를 다그침.
그리고 머칠 뒤 그 나이 어린 선임은 대차게 차였고
나는 뭐가 되었든 여자동기에게 미안해서
사과를 하고자 밥을 먹자고 했음.
약속을 정하고 밥을 먹는데
본인은 괜찮다며 되게 즐거운 듯 밥을 먹길래
나잇값 못해서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한 뒤
커피사서 준 뒤 집으로 보냈음.
그 뒤로 다시 나에게 극존대도 안쓰고
괜히 장난도 먼저하고
밤에 가끔 카톡도 오길래
나에 대한 실망감이 많이 풀렸구나?
정도로 생각하며 다행이다 싶었음.
그러다 어느날 밤 연락이 왔음.
눈치가 없는 건지 없는 척을 하는 건지
본인이 답답해서 먼저 말한다며.
그리고 다음날 내가 잠깐 회사에서 외출할 일이 있었고
나가려 엘베를 타려 하는데
여자동기가 무슨 일인지 따라 나오며 엘베를 같이 탔음.
엘베에 둘 밖에 없었는데
갑자기 나를 쳐다보더니
본인이 헐레벌떡 뛰어온 날 내 표정보고 알았다며
자기 어떠냐고 물어봄.
난 벙쪄있었는데
여자동기가 이제 나잇값 좀 했으면 한다며
서로 알아가보자고 말하길래 그냥 끄덕였음.
엘베가 1층에 도착해서 나는 내렸고
여자동기는 엘베타고 다시 올라갔음.
그렇게 아내를 만나기 시작했음.
연애할 때 괜찮은 남자들이 연락 많이 했을텐데
왜 나를 만났냐고 했더니
자긴 외모 안본다며
웃을 때 귀여운 남자가 좋아서 나 만났다고 함.
난 웃을 때 전혀 귀엽지가 않아서
아내가 굉장히 특이취향이라고 생각함.
그리고 결혼할 때에도 가족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에서
부모님은 아내 처음보자마자 너무 예쁘다고
고맙다고 바로 허락해주셨고
형과 형수가 아내한테 후회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도망치라고 조언을 해주었다고 함.
지금도 의문이면서 너무 고맙고 행복함.
왜 나를?
+
1.아내는 언제 저에게 관심이 생겼나?
연애할 때 아내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처음 언급한 사건 이 후 본인이 너무 미안해서
아내 일을 아내 모르게 말 안하고 많이 해줬는데
나중에 이걸 알게 되었고
그 때부터 저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졌다고 함.
2.그 선임은 어떻게 되었나?
나도 알지 못함..
갑자기 어느새 퇴사한다고 하더니
퇴사하고나서 연락을 해본 적이 없음.
당연히 결혼식에도 오지 않았음.
3.어떻게 오해를 풀었나?
아내 일을 도와주는 모습과
그 선임이 선을 많이 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어쩔 수 없이 그랬겠구나 싶었고
내가 갈굼 당할 때마다 그 선임한테 연락이 왔었다며
딱 그 때 느낌이 들었다고 함..
아 어쩔 수 없었겠구나 하고.
그리고 내가 두번 다시 실수 안하려고
혼자 속앓이 하는 것 같아서
나중엔 안쓰럽고 계속 신경쓰였다고 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