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랑 2년 만났음
예쁘고 착한데 성격까지 잘 맞고
본인보다 나를 더 챙기는 그런 여자였음
만나는 동안 매순간이 즐겁고 행복했는데
너무 미안하더라
만난지 한 1년 좀 지났을 때였나
우리집에 일이 생겨서
경제적으로 좀 많이 힘들어짐
등록금, 생활비 벌려고
학교 알바 잠 학교 알바 잠
어디 나가도 가격표부터 보이고
밥은 학식,
아니면 알바하는 곳에서 대충 때우고 그랬음
데이트는 2주에 한번 했는데
작년 여친 생일때 간 곳이 2인 7만원짜리
가성비 오마카세였음
그것도 겨우겨우 갔다옴.
데이트라고 해봤자
진짜 사람 한명 겨우 들어가는 내가 사는 고시텔에서
둘이 하루종일 유튜브 보고
그 와중에 나는 피곤해서 잠만 자거나
밖에서 먹더라도 거의 여자친구가 다 계산함
그런데도 서운하다는 말 한번 안하고
많이 힘들지? 금방 좋아질거야
내가 옆에 있을게 화이팅!
이러면서 오히려 나를 더 챙겨주더라
그렇게 반년 좀 지났나
미안한 감정이였는지, 찌질한 내가 싫었던건지
헤어지자고 하니까
싫어, 나는 널 사랑하고 너도 나를 사랑하잖아
근데 왜 헤어지냐
내가 옆에 있을게
그러니까 우리 앞으로도 계속 평상 같이 있짜
이러길래
마음 다시 잡아먹고
그래 빨리 집안 문제 해결하고
취업하고 성공해서 여자친구 행복하게 해줘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반년 더 만남
그런데 그 반년이 지난 오늘까지
집안 문제 해결될 기미는 아예 안 보이고
내 몸도 정신도 썩어가고 있는데
얼마전 우연히
여자친구 아이쇼핑 하던 사이트를 봤는데
뭔 100만원짜리 지갑을 보고 있더라
생각해보니
내 생일때 자고로 남자는 지갑이 좋아야해!
이러면서 명품 카드지갑 사줬었는데
막상 여자친구 지갑은
어디 번화가에서 5만원에 파는
그런 지갑인에 눈에 들어오더라
아 얘는 자기가 사고 싶은걸 포기하면서까지
나같은 새키 챙기는데
난 얘를 위해 뭘 해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집안일도 힘들다는 핑계로
얘한테 해준게 진짜 하나도 없더라.
그러고 나니까 나 자신한테 화가 나더라고
그래서 홧김에 그 지갑 지름ㅇㅇ
방학동안 등록금 빼고
250 모아둔거 다 집으로 보내려고 했는데
그냥 100만원 없었다 생각하고 질렀음
그러고 아까 저녁에 생일 선물로 주니까
엄청 기쁜 표정으로 방방 뛰다가
갑자기 정색하더니
야 너 이거 살 돈 어디서 났어?
혹시 집에 보낼 돈으로 샀어? 미쳤어?
그 돈으로 사면 어떡해?
이러면 내가 좋다고 받을 거 같아?
환불하자 나 이런거 진짜 필요없어
이러길래
그거 내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야
라고 하니까
무슨 말이냐고 그러더라
그래서 걍 덤덤하게 말했음
헤어지자
이유는 저번이랑 똑같다
이제는 사랑보다 미안한 감정이 더 크다
그리고 찌질한 내 모습이 싫어서 그렇다
너는 나같은 새키 만나면 안된다
나보다 훨씬 좋은 남자 만나야된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너한테 받은 것들
너가 해준 모든 것들을
그 지갑으로 갚을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받아줬으면 좋겠다 라고 하니
그냥 아무말도 안하고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더라
근데 난 또 매정하게 거기다 대고
잘지내 하고 그냥 집 들어옴
아마 내 인생에 있어 다시는 없을 그런 사람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