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아버지가 은퇴하시고
조그만 사업을 하시느라
시골에 폐교 초등학교를 하나 구입하셨음
처음엔 매입을 안하고 임대로 시작했는데
임대라서 리모델링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내려간 상황이라
집도 따로 구했어야 했는데
아버지가 그럴 필요 있냐고
그냥 여기서 당분간 살자고 해서
나랑 아버지랑 폐교에서 1년 정도 먹고 살게됨.
1년동안 살면서 느낀게
우리나라에 폐가 체험 동호회가 생각보다 엄청 많은걸 느꼈음.
어디 폐가에 귀신 나온다는 소문만 있으면
진짜 전국에서 별의별 놈들이 계속 찾아옴
폐교라는게 소문만 났다하면
주말은 그냥 핫플레이스가 되는거임
근데 우리 폐교가 핫플레이스가 됐다.
어느날 폐교만 전문적으로 찾아다니는 애들이
우리 아버지 폐교를 우연히 왔다가
아버지가 그날따라 달이 너무 밝아서
후레쉬도 없이 교실안을 돌아다녔는데
걔네들이 그걸 귀신으로 착각하고
동호회 카페에다가 글을 적었나봄.
그때부터 평일 주말 안 가리고
이상한 애들이 계속 찾아왔어.
개인이 오는 경우도 있었고
커플들끼리 2대2로 팀을 이루고 오는 애들
또는 그냥 동호회에서 단체로 오는 애들
아주 각양각색이었음
빡치는건 꼭 커플로 오는 애들은
남자애가 교실에 들어가서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안에 있는 물건을 부숴버린다거나
암튼 꼭 뭔가를 건드리더라고.
원래 남자가 여자랑 있으면
개깡다구가 생겨서 X신짓 많이 하잖아.
걔네도 여친 앞이라 그런듯했음.
처음엔 나나 아버지나
얘네들 잡으면 여기 사유지로 바뀌었고
들어오면 안된다고 잘 타일렀음
동호회 카페에도 글 좀 잘 올려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나중엔 우리도 밤에 잠도 못자고
얘네 잡으러 다니느라 추격전 찍고 그랬는데
얘기 좀 하자고 불러세우면
비명 지르면서 도망가는데
아버지랑 나랑 놀이공원 귀신의집 직원된 느낌이었음
그래서 나중엔 짜증나서 경찰에 신고하고 법대로 했음.
제일 기억에 남는 놈이 있는데
해병대 군복입고 여친이랑 와서
교실 정가운데에서 해병 박수 치면서
노래하던 놈이 제일 기억에 남음.
내가 나오라고 소리 지르려고
창문 드르륵 하고 여니까
노래 부르다가 비명 지르면서 그대로 기절하더라
한번은 어떤 X신이 교실 가운데서 강령술?
뭔 귀신 부르는 의식인가 뭔가
암튼 뭔 이상한 의식 치루다가
교실 마룻바닥 태워먹은 적도 있었다.
그러다 사람 접근 못하게 하려고
큰 진돗개 한마리를 데려다 놨는데
운동장에 뛰어놀라고 풀어놨더니
지키라는 학교는 안 지키고
맨날 인근 민가의 다른 개한테 놀러가서
둘이 안 떨어질라고 하길래
그냥 그 집 아저씨 키우라고 주고 왔음.
그외 자잘한 일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시골이라 주위에 축사가 많았거든?
이상하게도 소가 자주 탈출을 하더라고
축사 시설이 열악해서 그런지
얘네가 탈출을 굉장히 잘했음
문제는 소가 탈출하면 동네 사람들이
꼭 우리 학교로 소를 몰더라
운동장이 넓으니까 운동장에 가둬놓고 몰아서 잡는데
경찰, 119는 물론이고
동네 아재들이 밧줄이랑 트랙터 끌고 다 모임
아버지랑 나랑 그거 보다가
걍 한숨쉬고 들어가고 그랬다
니네 식당에서 소고기만 사먹으니 모를텐데
소가 생각보다 진짜 엄청 큼.
그리고 해외에 시커먼 소들이나 무섭다고 생각하던데
우리나라 누렁이 소도 존나 잘 뛰고
달려올때 땅 울리면서 위화감 장난아님
내가 스페인 투우경기장은 안 가봤지만
그냥 여기가 코리아 투우경기장이었음
그리고 한번은 태권도 사범하던 친구가
자기네 도장 애들 운동장에서
여름 캠핑하면 안되냐고 하길래 안된다고 했는데
아버지가 재밌겠다면서 진행시키라고 하길래
어쩔 수 없이 했었거든.
애들 밤에 담력 테스트 한다고
코스 짜서 목적지 찍고 오는 걸 할거라고
친구가 나보고 귀신3 좀 해달라고 해서
애들 지나가는 시골길 풀숲에 엎드려 있다가
애들 지나갈때 발목 덥석 잡는 역할을 했는데
보통 발목 잡히면 놀라 자빠지는데
한 여자애가 발목 잡히자마자
내 얼굴에 무한 싸커킥 날리더라
그때 코피 터졌는데
괜히 태권도장 다니는 애가 아닌걸 느꼈음
암튼 그러다 군대갔음.
막상 쓰고 보니 별거 없네
암튼 끝까지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