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 시절 내겐 스승님이 있었다.
공터 철봉에서 만난 30대 형님이셨는데
삶의 지혜를 깨우친 듯한 분이셨다.
나는 당시 헤비 스모커였고
담배를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하는 지독한 애연가였다.
나는 그 형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인생의 철학과 철봉을 배웠다.
어느날 내가 담배를 끊겠다고 하시니
스승님이 알았다고 했다.
그렇게 금연한지 10일가량이 지나고
스승님과 밤 11시쯤 마을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스승님이 편의점앞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ㅇㅇ아 맥주한캔과 담배한갑 사와라”
나는 의아했다.
“스승님 제가 담배를 끊은지 10일이 넘었는데
어째서 담배를 사와라 하세요”
“사와라”
그렇게 나는 던힐한갑과 가장 싼 맥주한캔을 사왔다.
“피고 마셔라”
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마침 담배가 근질근질 하기도 했고
까짓거 말을 따르자 생각하여
맥주한모금을 마시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고 피는데
오랜만에 펴서 그런지 굉장히 역한 맛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까치를 다필때 스승님이 물었다.
“맛있냐?”
“솔직히 맛없습니다.”
“더 펴라”
나는 그 말을듣고 한까치를 더 폈다.
하지만 너무 역하고 맛없어서 세모금을 빨고 버렸다.
“맛있냐?”
“진짜 역합니다. 오랜만에 펴서 그런지 똥맛이네요”
“한대 더펴라”
나는 피기싫었지만
스승님의 말대로 한대에 더 불을 붙였다.
하지만 한모금만 빨고 역해서 버릴수 밖에 없었다.
“맛있냐?”
“정말 맛없습니다. 근데 왜 담배를 피라 하신겁니까?”
그러자 스승님이 말했다.
“너가 오늘 담배를 피지 않았다면
넌 100일이 지나도 술을 마실때나
어떤 상황때에 담배를 그리워 할것이다.
그리고 그 100일을 의식하며
아까워하다 결국 담배를 물겠지.
하지만 오늘에서야 넌 진짜 담배의 맛을 느꼈다.
역함, 그것이 뇌에 박혔을때 진정한
비흡연자가 되는것이다.
“..!”
나는 충격을 먹었다.
거짓말처럼 담배와 술이 정말 역한 맛이라고 느껴서인지
내가 금연하는 날짜를 세며
비흡연자가 되려 노력하지 않아도
난 비흡연자로 거듭난 것 같았다.
“참는자가 비흡연자인가? 아니다.
기간은 중요하지 않다.
담배를 욕망하지 않는자가 비흡연자다.”
나는 스승님의 깊은 가르침을 받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담배를 입에 물지 않는다.
스승님께서는 올해 하늘로 승천하셨다.
나는 그분의 장례식에서 삼일장을 지켜드렸다.
그것이 철봉의 제자이자 가르침을 받은
제자로서 내가 할수있는 마지막 예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