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불법주정차 신고하러 다니는 남편 때문에 정이 떨어진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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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년차.

남편한테 점점 정 떨어지다 못해

이혼 생각까지 하고 있음.

평소 무단횡단 하는 사람을 보거나

신호위반 하는 차를 보면

흥분해서 소리 지르면서 욕을 하고

그냥 넘어가질 못함.

상대방이 욕을 듣고 시비가 붙어서 싸운 적도 여러번.

같이 운동하려고 헬스 끊으러 갔는데

결제 하시는 분이 현금으로 하면

몇% 할인 가능하다는 안내를 해주는데

그거 다 불법이라면서 어디다 전화하더니 신고함.

내가 꽃집을 하는데

바로 옆 건물에 식당이 두개 있어서

가끔 점심시간에 주차공간 부족으로

우리 가게 앞쪽에 불법으로 주차하시는 분들이 있음.

내가 사장이고 내가 괜찮다는데

남편이 어쩌다 보게 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불법주차로 신고를 해버림.

이거 때문에 싸움 크게 한 적도 있었음.

같이 재래시장에 갔다가

그 안에 분식집에서 순대+떡볶이 먹고

계산할때 카드 안된다 하니까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를 또 바로 신고함.

그거 신고하고 차로 가는 길에

시장 밖에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 노점상도 죄다 신고함.

지인가게 오픈했다고 옷 사러 갔는데

현금우대 써있는거 보고 계속 불편해 하길래

제발 좀 조용히 넘어가자고 말림.

그런데 가게에 명품옷 짝퉁 파는걸 보고

결국 못참고 신고함.

자주 시켜먹는 중국집이 있음.

사장님이 직접 배달도 하시고

단골이라고 서비스도 자주 주시는데

어느날 이 분이 헬멧을 안 쓰고 배달하는걸

목격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신고함.

최근에도 동네 자주 가는 슈퍼에서

봉투값을 안 받고 담아줬다고 신고해서

미안해서 그 슈퍼 가지도 못함.

원래 봉투값 받으시는데

구매금액이 딱 만원 맞게 떨어져서

그날만 안 받으셨던거임.

택시를 타고 가다가

어떤 분이 다급하게 손을 흔들다못해

택시 앞을 막고

배가 너무 아파서 그런다고

병원 좀 태워줄 수 있냐고 물었고

마침 조금만 가면 병원이고

우리도 그 방향이라 합승을 함.

그 분은 아파서 식은땀 흘리면서도

감사하다고 인사까지 했는데

내리자마자 번호판부터 찍더니

택시 합승 불법이라며 또 신고함.

제발 좀 그냥 넘어가면 안되냐고 얘길해도

왜 그래야 하냐고 오히려 따지고 들고

대화를 하다보면 스트레스만 더 쌓임.

이건 오늘 있었던 일인데

이 동네 폐지 주워 생활하는 노부부가 계신데

이분들이 우리 아파트 빈병 분리수거 하는 통에서

병을 좀 꺼내가시는걸 남편이 발견함.

집에 오자마자 또 씩씩거리며 신고함.

관리실에도 전화해서 따지고 난리침.

진짜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화를 내니

너처럼 물러터져서 세상 어떻게 사냐고

법은 지키라고 있는거라며

오히려 나를 바보 취급했고

결국 대판 싸우고 글 쓰는중.

연애 때는 저런 모습 일절 보이질 않았고

결혼하고 바로 저랬음.

다행히 아이는 아직 없음.

연애때 지하상가 출구에

김밥파는 할머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먹지도 않을 김밥을 잔뜩 사기도 했던 남자였음.

이때도 “할머니 여기서 장사하시는거 불법입니다”

라고 말을 하긴 했었음.

그땐 그냥 원칙주의자 성향이 있구나

정도로만 느꼈고

이런 인간인 줄은 상상도 못함.

처음 유난 떤다 느낀 사건은

내가 하는 꽃집 홍보전단을 만들어서

알바를 써서 돌릴 때였는데,

전화로 계속 참견을 하면서

전단지는 사람에게 직접 나눠줘야 한다.

남의 차나 집에 붙이면

전부 불법이고 과태료 문다.

알바가 몰래 뿌릴수도 있으니

똑바로 알려주라며 계속 전화오다가

결국 자기가 직접 알바한테 전화까지 함.

살짝 짜증났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과태료 물까봐

걱정해주는게 고마운 단계였음.

그러다 결혼 1년쯤 지나면서 본색 나왔고.

한번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나가길래

어디가냐 물으니 교회를 간다는거임.

예수 믿는 사람들 싫다던 인간이

갑자기 무슨 교회냐 물으니

씨익 웃으면서 나가길래 의아했음.

나중에 알고보니

교회 근처를 차로 빙빙 돌면서

불법주차된 차량 블박으로 다 찍으며 돌아다니느라

교회 간다고 한 거였음.

아직도 일요일은 알람해놓고 일어나서

꼬박꼬박 교회에 감.

이 근처 교회는 다 순회한 걸로 암.

재작년 여름에 내 친구 부부랑 계곡에 간적이 있음.

이때 우린 과일,간식,음료를 준비했고

친구네가 고기,밥을 준비함.

도착해서 보니 취사금지라고 크게 써 있고

어쩌지 하다가

친구가 다른 사람들도 다들 고기 구워먹는거 보니

괜찮은거 아니냐며 그냥 먹을까 물어봄.

당연히 남편은 그거 불법이라고

안된다며 또 설교를 시작했고

분위기 싸해지려고 해서

내가 백숙이나 먹으러 가자고 남편의 설교를 끊음.

결국 근처 백숙집에 가서 식사를 했는데

원두막 식으로 한 테이블씩 떨어져 있는 구조였고

옆 테이블엔 다른 손님들이 음식 기다리며

고스톱을 치고 있었음.

그리고 우리 음식이 나왔고

남편이 차에가서 한참을 안오기에 가봤더니

계곡에 고기 구워먹는 사람 많다며

단속하라고 민원을 넣고 있었음.

물론 그 고스톱 치시던 분들도 전부 신고.

거긴 남편이 총각시절

여러번 가본적 있는 계곡이었음.

친구가 고기 준비해온다는거 뻔히 알면서

미리 말도 안해주고

왜 면전에다 대고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이렇게 하면서 성취감 느끼는 것 같음.

괜히 놀러갔다가 기분만 상하고 왔고

다시는 부부동반, 모임, 여행은

가지도, 가자고도 않으리라 다짐함.

마지막으로 이거 때문에 가장 크게 싸운적도 적어봄.

어릴적 친정 아버지가 소주한잔 걸치시면

전기구이 통닭을 사들고 오셨던 추억이 있음.

트럭에서 파는 전기구이 통닭

요즘은 보기가 힘든데

우리집에서 10분 정도 거리 공터에

매주 목요일마다 트럭으로 장사하시는 분이 계심.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팔고 계셔서

목요일만 이쪽에 온다고 들어음.

한번씩 먹고 싶어서 목요일을 기다렸다가 사먹곤 하는데

어느날부턴가 그 트럭이 안 보임.

뭔 사정이 있으시겠지 하고

오늘은 오셨나 하고 그날도 나가는데

남편한테 전화가 옴.

통닭 아저씨 오셨는지 나가보는 길이라니까

어차피 가도 없다고

헛고생 하지말고 그냥 집에 있으라는거임.

일찍 들어갈테니 치킨이나 시켜먹자며.

설마 그 아저씨도 신고한거 아니지? 했더니

너무도 당당하게 거기서 장사하는거

불법이니 신고했지; 하는거임.

이날은 너무 화가 나서 쌍욕까지 내뱉고 싸움.

통닭 사오면 늘 나보다 자기가 더 환장하고

닭다리 전부 지가 다 먹어놓고

저렇게까지 하는게 너무 화가 났음.

진짜 남편 입을 용접기로

봉인시켜 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면 이해되려나

상담을 받아보라는 조언이 많았는데

이미 여러번 설득을 해봤으나

자기가 하는 일은

전부 옳다는 그 확고한 신념이 강해서

설득 자체가 되질 않음.

저렇게 신고하는 사람도

세상엔 필요하다는 사람도 제법 있던데

옆에서 2년이 넘는 시간을

신고에 꼽혀 사는 남편을 바라보는 내 입장에선

하루하루가 그냥 지옥임.

그냥 보이는 것만 신고해도 되는데

굳이 자기가 직접 찾으러 나서고,

이거 때문에 큰 싸움도 여러번 나다보니

아파트, 가게 근처에도

전부 소문이 쫙 퍼져버려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는 수준까지 옴..

누가 꽃집에 찾아와서

보복할까봐 벌벌 떠는 것도 내 몫이고.

이혼 밖에 생각이 안남 그냥.

추가+

제 글에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덕분에 이슈가 되었습니다.

저는 인터뷰도 하게 됐고

방송에서도 몇번 재연되어 나오기까지 했네요.

남편이 아침에 즐겨보는 방송에도

저희 부부의 사연이 소개되었구요.

전문변호사와 정신과전문의 등등..

여러분들이 나오셔서

저희 남편 문제에 대해 심각함을 경고했고

그 덕에 남편도 다시 한번

깊은 고민을 해보는 계기가 된듯 했습니다.

저는 이혼을 요구했고

남편은 상담도 받고 치료도 하겠다며

제 앞에서 신고어플과 관련번호도 다 지우며

반성하는듯 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번 믿어보려 했으나

한달도 못넘기고

결국 다시 어플 깔고

저 몰래 신고를 즐기는 남편 모습에

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게 아니란 말이 맞구나를

절실히 느끼며 이혼절차를 밟게 되었습니다.

남편과 떨어져 지내는 요즘

꿀맛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고

속이 정말로 시원하고 후련합니다.

아직 이혼이 끝난건 아니지만..

아무튼 저보고 훌륭한 남편인데

공개적으로 욕 먹인다고

제가 나쁜년이라며 남편 옹호하시던 분들

제 남편 이제 임자 없으니

마음에 들면 데리고 사셔도 됩니다.

한번 살아보시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