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초딩때 뭐만하면 훔쳤음
갖고 싶은건 많은데 용돈을 많이 안줬고
보통 문방구에서 연필 지우개 주기적으로 훔쳤는데
의리 지킨다고 친구들 물건은 손안댔고
분식집에서 오뎅 같은 것도 훔쳐먹고 그랬음
그러다 부모님 돈도 훔쳤었는데
당시 하루 용돈이 500원이었는데
진짜 돈은 손 안댈려고 하다가
겟앰프드에 현질해야 되는데
당시 5천원은 질러야 악세사리 겨우 하나 살 수 있었고
하루 용돈 500원으론 어림도 없었음
그렇게 지갑에 손대는 일이 잦아졌고
완벽 범죄로 훔친 것도 아니고
누가봐도 걍 대놓고 훔치니까
엄마의 파리채 강도는 점점 쎄져갔음
결국 엄마는 안쓰던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보안이 강해져서
500원만 훔쳤는데도 걸리고 그랬다..
하지만 이게 중독이 되니까
파리채로 맞을 거 알면서도
쿨타임 돌면 불굴의 의지로 계속 훔쳐댔음
그러다 도둑질 멈춘 계기가 있음
피시방에서 동네 형 메이플 하는거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귀를 잡고 끌고가길래
쳐다보니까 엄마였음.
왜 그러냐고 귀 찢어질거 같다고
제발 놓고 가자고 했더니
“귀 찢어지면 안되지~” 하면서
머리채 잡고 끌고 가더라
(사실 전에도 놔줘서 도망친 전과 있긴 했음)
근데 진짜 난 이때 돈 훔친적 없어서
나 진짜 안훔쳤다고
내가 돈 훔쳤으면 게임하고 현질하고 있지
왜 피시방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겠냐고 했는데
어디서 거짓말이냐고
평소보다 더 강력한 강도로 파리채 휘두르더라
(내가 도둑질은 해도 거짓말은 안함)
암튼 질질 짜면서 안 훔쳤다고 하는데도
돌아오는건 파리채 풀스윙이였음
살 까지고 피멍 들 정도로 너무 아파서
그냥 내가 훔친거 맞다고
잘못했다고 싹싹 빌고 빌어서 그제서야 끝남..
그날 저녁에 아빠 퇴근하고 와서
저녁 먹으라고 하는데
난 진짜 억울해서 식음전폐 하고 있었음
보통 같았으면 식음전폐해도 무시하거나
“음~~ 맛있다” 하면서 치킨 냄새 풍겨서
매번 실패하고 통하지 않던 방법이었는데
그날은 진짜 억울해서
이 방법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시위였음
근데 이날따라 좀 다른 패턴으로
“아드으을~” 하면서 계속 밥 먹자 하는거야
난 이게 심하게 때린게 미안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아빠가 새벽에 엄마 자고 있을 때
용돈 5만원 가져간다고 엄마한테 말했는데
엄마가 잠결에
지갑에서 꺼내가라고 해놓고 까먹은거였음
난 나름 나만의 신념이 있었고
5천원 이상은 절대 훔친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5만원이나 훔치니까
선넘었다 생각하고 진심으로 풀스윙 날리신거였음
근데 아빠 용돈 3만원인데
5만원 가져갔다고 아빠도 풀스윙 맞음
그렇게 난 씩씩대며 다시는 그러지말라고
눈물 흘리며 저녁 먹으면서 아빠 맞는거 구경함
이날 이후 억울한게 ptsd로 돼서 도벽이 고쳐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