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엄마가 패딩 하나를 사주셨음.
그때 우리 아버지 사업이 잘 안돼가지고
집이 많이 어려웠는데도
엄마가 학교가서 무시 받으면 안된다고
거의 30만원 가까이 되는 패딩을 사준거임.
난 그 패딩을 매일매일 입고 다녔고.
암튼 연말즈음인가
내가 교실 내 자리에 앉아있었고
우리반 일진들이 패딩을 공처럼 말아가지고
그거 던지면서 놀고 있었음.
수업시간인데도 선생은 연말이라
지 할일만 하느라 교실에 없었거든.
근데 얘네가 공놀이할 패딩이 더 필요하다면서
내 패딩을 빌려달라는거야.
나는 내 패딩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알고 있었어도
묵시적인 강압 속에 순순히 넘겨줄 수 밖에 없었음..
그렇게 얘네가 패딩 갖고 놀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공놀이가 지루해졌는지
내 패딩을 다시 책상 위에 놔뒀는데
한놈이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면서
교실에 있는 커터칼 하나를 가지고
책상에 있는 내 패딩 뒷면에다가 칼집을 내더라..
패딩 안에 있는 솜이 거의 다 보일 정도였고
나는 그걸보고 기겁한 상태로
“엄마가 사준건데.. 엄마가 사준건데..” 하면서
패딩쪽으로 달려가려고 하는데
얘네가 “야야 장난이잖아 ㅋㅋ”
라면서 나를 패딩쪽으로 못가게 막아섰음..
그리고 패딩에 칼집낸 놈이
패딩을 손바닥으로
안에 있는 솜 모두 밖으로 나오도록 계속 내려쳤음
교실 안에는 패딩에서 빠져나온 솜이
나풀나풀 날아다니고 있었고
이 장면은 내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고 눈물 흘리는 한 장면으로 남아있음.
나는 다시 한번 기겁을 하며
울면서 패딩쪽으로 밀고 들어갔음.
그놈은 내가 처절하게 패딩쪽으로 다가오는게 재밌었는지
패딩 솜이 더 빠져나오도록
더 세게 계속 그 부분을 손으로 내려쳤고
다른 애들은 그 장면을 보면서 낄낄 웃고있고
결국 패딩 솜이 다 빠져나간 뒤
겨우 내 패딩을 뺏을 수 있었음.
내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있는데
칼로 내 패딩 그은 놈은 낄낄 웃고
반 애들도 나의 처지를 크게 신경쓰진 않았음.
칼집낸 놈이 이런걸로 뭔 울기까지 하냐면서
수선비로 만원인가 줬었던 것 같은데
흉측한 몰골이 된 내 패딩을 집으로 가져가면서
도저히 엄마한테 괴롭힘 당해서
패딩이 이 지경이 되었다 말을 못꺼냈음.
집이 힘들어도 얼마없는 돈 써가면서
자식놈 무시 받고 살지말라고 사준 패딩을
병X 같은 내가 못 지켜낸 것 같아서 너무 서러웠고
오늘 일어났던 일을 말하기가 너무나 두려웠음.
그래서 그냥 반에서 놀다가
뾰족한 부분에 긁혔다고 둘러댔는데
엄마가 아무말 없이 그냥 알겠다고 하시더라..
다음날 학교가면서 예전에 입던 패딩입고 갔고..
당연히 선생은 나같은 말없는 찐따가
뭔 패딩을 입고 오든지간에 신경 안썼고
패딩 찢은 얘네는
“야 어제 패딩 어떻게 됐냐?” 물어보고
나는 꼴에 쿨한척 하려고 화는 못내고
“수선집 맡겼어” 라고 했음.
딴 얘기지만 학창시절에
선생님이란 존재한테 도움 받은 적이 한번도 없는듯.
3일 후 쯤에 엄마가 수선된 패딩을 가져왔는데
처음 쌩쌩할 때랑은 완전 다르게
엄청 수척해진 패딩이 있더라.
나는 이게 아직도 평생의 트라우마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하고
직장도 다니고 현생 살면서
그 기억 정말 최선을 다해 잊으려고 노력했는데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도저히 잊히지가 않아.
학폭은 없어져야될 범죄가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