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당시 대학교 동기가 군대를 가게 되어
저보고 ‘과외할래?’ 라고 물어보길래
저는 입대가 6개월 정도가 남은 상황이라
돈도 필요했고 쿨하게 오케이 했었습니다.
그렇게 고2 여학생을 과외하게 되었는데
엄청 예쁘장하게 생겼더군요..
어머니도 뭔가 우아하고 여유가 넘치시고
돈도 좀 있어보이고 화목한 가정이던데
거기서 저는 수학 과외를 했습니다.
여학생이 문과였고
다른 과목은 모두 2등급 수준인데
아무리 노력해도 수학만 3~4등급이 나와서
저도 너무 안타깝더라구요.
그래서 뭔가 군대 가기 전에 쓸데없는 목표인진 모르겠지만
‘이 여학생 수학 2등급을 만들어보자!’
이런 목표가 생겼었습니다.
그래서 정해진 과외 시간이 아닌데도
주말에 할 일 없으면 공짜로 수업해주고
매일 매일 전화해서 숙제 했는지 체크했네요..
그러다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아시곤
수업료를 더 주시겠다고 하셨는데
돈 때문에 그런 거 아니었다고 극구 사양하다가
결국 카드를 주셨고
주말에 학생이랑 점심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했는데..
제가 군대 가기 딱 2달 남았을 때
학생이 모의고사가 있었는데
과외를 갔더니 싱글벙글 저를 쳐다보면서
성적표를 주는데 수학 2등급..
저도 모르게 소리지르며 학생이랑 하이파이브 했네요
그리고 며칠 뒤에 얘기를 꺼냈습니다.
곧 군대를 가게 되어 과외를 더이상 못하겠다고
미리 말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학생이 미친듯이 울더라구요;;
그래서 더 좋은 선생님 소개시켜주고 갈거니까
걱정말라고 말했더니
선생님 아니면 싫다고..
암튼 그렇게 과외를 끝냈고 저는 군대를 갔는데
훈련소에 있을 때부터
하루에 한번 꼴로 학생한테 일기같은 편지가 오더군요.
저는 당시 이 학생이 전혀 여자로 보이지 않았고
그냥 귀여운 동생이고
고마운 동생 정도였습니다.
근데 편지가 훈련소에서 멈춘게 아니라
이병, 일병때도 고3이라 바쁠텐데
매일 매일 편지가 왔고
덕분에 부대에서 엄청 유명해졌었고
여자친구 아니라고 엄청 해명하고 그랬었습니다..
암튼 그러다 수능치고 면회를 오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때 당시에 저도 오랜만에 보고 싶었고
알겠다고 했는데
혼자 그 먼길을 면회 오더니
경희대 합격했다고 보여주더라구요.
진심으로 둘이서 소리 지르다가
얼떨결에 한번 안게 되었습니다..
진짜 사심 없었어요..
그리고 면회장 옆에 산책로를 걷는데
갑자기 학생이 고백을 하더라구요..
저를 좋아한다고요.
그래서 제가 군인 신분이라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너 정도면 대학가면 남자들 줄 설거라고
대학 생활 즐겨야하는데
나 때문에 방해될 거라고 미안하다고 거절을 했네요..
내가 지금 하는 말들
너가 대학 들어가고 즐기다보면 이해 될거라고요.
그 뒤로 학생에게 편지가 한통도 안 왔습니다..,
아무리 고백 거절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던 동생이라 서운하기도 하고
단단히 화가 난건가 싶었는데..
6개월 뒤부터 잘 지냈냐 하면서
또 편지가 오기 시작하더니
대학교에서 미팅도 해보고 대학생활 해봤는데
제 말 틀린 것 같다고
저만한 사람이 없다고요;
그 뒤로 제가 병장 달았는데
이번엔 2주에 1번씩 면회를 왔었습니다..
그때 부대에서 더 유명해졌었어요.
어차피 곧 전역할 병장인데
2주마다 1번 꼴로 면회를 오니깐요..
근데 원래도 예쁘게 생겼었지만
대학 들어갔다고 진짜 엄청 더 이뻐졌더라구요..
솔직히 이쁜 여자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어느 남자가 안 흘들릴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면서 저도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고
제대할 때 제가 먼저 고백해서 사귀게 됐네요..
그때부터 7년을 이 학생이랑 연애했고
지금은 결혼하고 애도 있는데..
어제 술먹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뻗었더니
등짝을 한대 때리더군요..
과외 학생에게 선생이 맞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