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짜 못생겼었다.
단춧구멍보다 작은 눈에
심각한 안검하수 때문에 음흉하고 음침해 보이고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구별이 안됐다.
어느정도냐면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이 내가 조는 줄 알고
눈뜨라고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눈 뜨고 있는데..
피부는 여드름으로 가득해서 울긋불긋하고
아무튼 내가 외모로 차별 당하기 시작했던 것은
중학생 때부터였던 것 같다.
어릴땐 친구도 많고 엄청 활발한 아이였는데
언제부턴가 친구들이 나를
‘나댄다’ 라는 이유로 싫어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어른들은
나를 만날 때마다 이런 말을 했다.
‘예전엔 귀여웠던거 같은데..’
‘여자애는 외모가 중요한데 쯧. 얼굴이..’
그리고 여드름이 나기 시작할 즘엔
‘너 개더러워; 제발 씻고 다니면 안되냐?’
‘진짜 음침하게 생겼네 별명 음침이 하자’
중학생이 되고 나서 부터는
친구들이 잘 생기지 않았고 결국 나는 ‘찐따’가 되었다.
물론 친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고
같은 ‘찐따’ 취급을 받는 친구들과 같이 다녔지만
일반적인 애들은 나를 무시하고 막 대했다.
특히 남자애들은
체조 수행인데 손 잡지말고 옷도 잡지말라며
대놓고 싫어하는 티를 내서 상처를 줬다.
나는 학창시절을 그렇게 보냈다.
나는 엄청나게 소심한 성격이 되었다.
말을 한 마디도 안했던 날도 있었고
성인이 되고 난 뒤엔 대인기피증도 생겼다.
한번은 회사에서
‘OO씨는 왜 이렇게 사람들이랑 친해지질 못해요
면접때는 분명 이러지 않았는데 너무 소극적이에요.’
라는 말도 들었다.
그렇게 나는 대출을 받아서 성형을 하게 됐다.
성인이 되고 여드름은 다 나았지만
얼굴은 변하는 일은 없었고
병원 상담에서 했던 말이
‘안검하수가 너무 심각해서 보험처리도 되는 수준이다.
미간이 넓어서 앞트임을 하고
눈매교정에 지방제거에 쌍꺼풀에..‘
어쩌고 저쩌고.
할 수 있고 고칠 수만 있다면 다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날짜를 정했고 성형을 했고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때 엄마가 엄청 날뛰었다.
얼굴이 그게 뭐냐,
엄마가 낳아준 얼굴에 칼을 대냐 미쳤냐,
돈은 어디서 났냐 대출? 죽고싶냐?
근데 나는 후회하지 않았다.
성형 후 대박 났으니까.
진짜 너무 못생겨서 욕먹는 얼굴에서
평균 얼굴 이상이 되었다 생각했다.
엄마는 붓기가 빠지자
성형 왜 했냐는 말은 두번 다시 안 하셨다.
성형이 잘 되고 나서 어떻게 되었냐고?
다른사람처럼 행복하게 살아야 하겠지만
근데 그랬으면 찐따가 아니지
당연히 그러지 않았다.
나는 그 당시 중증의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우울증의 원인은 당연하게도
‘내 못생긴 외모’ 때문이었다.
거울을 보면,
진짜 무슨 괴물같이 생긴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어디 아픈 사람의 얼굴처럼 심각했다.
근데 이 증상이 성형을 하고 난 뒤에도 똑같았다.
난 원래의 내 얼굴을 아니까.
그래서 거의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밖을 나가지 않았고
어쩌다 밖을 나가더라도
후드나 모자로 얼굴을 다 가리고 나갔다.
나는 그렇게 20대 초반을 밖에도 안 나가며
히키코모리로 살았다.
방이 거의 쓰레기장 수준이었고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나를 다 손가락질 할 거라고 생각했고
사람들이 다 나를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울을 봐도 예전 얼굴이 보이는 이 증상이
정신병의 증상이란걸 알게 된 건
성형을 하고 몇 년이 지난 후였다.
나는 정신과에 가서 내 고민을 다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정말 아무 문제도 아니라는 듯이
‘전혀 그런 고민할 것처럼 안 생기셨는데요?’
이렇게 말을 하셨는데
난 이게 당연히 예의상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근데 히키코모리를 벗어나고
평범한 삶을 살다 보니까
뭔가 이상하다는 걸 하나씩 느꼈다.
종종 번호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생겼고
조금만 친절하게 대해도
내가 좋다고 따라다니는 사람도 계속 생겼다.
그래서 친언니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언니가 너무 당황스러워 하면서
‘너 성형하고 용 됐잖아.
강남 방면으로 하루에 100번 절 해야됨.
그리고 너 정도면 전혀 안 못생겼어;
성형하고 이뻐졌다니까? 왜 그런 고민을 하는거임?’
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금은 증상이 많이 나아졌는데
안면장애처럼 보이던게 사람처럼 보이다가도
가끔은 거울 보면 입이 쭉 튀어나와 보이거나
눈이 작게 보이거나 광대가 커보이거나.
근데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다 몇시간 지나면 또 정상인 사람처럼 보인다.
지금은 그래도 어느정도 사회생활은 하는 중이다.
완벽하게 다 나은건 아닌데
일반인 코스프레 하면 아무도 모른다.
최대한 말을 안하고 듣기만 하고
그냥 입 닫고 있으면 사람들이 찐따로 안 본다.
입 열면 찐따 같으니까.
늦바람이 들어서 클럽도 가보고
비키니도 입고 워터파크도 가보고
이런저런거 인싸스러운거 다 해봤는데
솔직히 나같은 찐따는 집에서 게임하는게 훨씬 재밌고
성형을 해서 이뻐진다고 해도
드라마처럼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큰 착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