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친구들이랑 학폭 당하기 싫어서 운동하는 썰

  • Post author:

중학교 1학년때 일임.

당시 같이 놀던 친구 2명이 있었는데

둘다 멸치에 약골이었음. (나 포함)

진짜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느낌이라 해야하나

그러던 어느날

친구A가 갑작스레 운동을 하겠다며

‘멸치탈출’을 선언함.

우린 운동에 관심도 없던 상태였는데

나랑 친구B랑도 얼떨결에 운동을 시작하게 됨.

운동 장소는 아파트 뒷편 공터.

철봉이라던지, 싯업 보드라던지

웬만한 운동기구는 거의 다 있었음

다만 그 시절엔 운동 알려주는 유튜브도 볼수 없었기에..

정자세나 루틴 같은 건 알 턱이 없었음..

그래서 평일 저녁 7시에 만나 8시 30분까지

팔굽이랑 윗몸, 달리기 같은

맨몸 운동만 주구장창 하고 있었던거임

거기에 철봉이 있어서 턱걸이도 해봤는데

셋다 한개도 못땡기더라

그때 철봉 잡고 낑낑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훈수질을 했었음

턱걸이는 너희 수준엔 아직 무리다

누구지 하고 쳐다봤더니

그 사람, 얼굴은 분명 어른인데 키는 우리만 했음.

155~157cm?

남자치고 상당히 작은 키였음.

누구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갑자기 철봉에 매달리더니 턱걸이를 시작하더라.

그리고 진짜 정자세로 ㅈㄴ 빠르게

한 30개를 당겨버림.

그것이 우리와 사부님의 첫 만남이었음.

사부님은 톨킨 소설에 나오는 드워프 그 자체였는데

키는 작은데 피지컬 쌉괴물이었음

팔도 목도 다리도 짧은데 다 두껍다고 해야하나

등짝이랑 가슴도 태평양처럼 넓고

날카로운 걸로 찔러도 안 들어갈 것 같았음

주먹엔 굳은살이 박혀있는데

ㄹㅇ 코뿔소 가죽 그 자체였고..

얘기 들어보니 키가 작아서

공익으로 동네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던 사부님은

중학생때 괴롭힘을 당한 이후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음

복싱, 유도, 공수도 등

안해본 운동이 없는 운동중독자에다가 인간병기였음

운동 끝나고 몸풀기 겸

공터에서 또 운동한다고 하던데

우리보고 하는 말이

“너희들 강해지고 싶어?”

“..예! 강해지고 싶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달린다.”

그리고 우린 ㅈ됐다는걸 뒤늦게 깨달음.

담날부터 매일매일 개빡세게 굴림.

완전 스파르탄 식이었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게 스쿼트 300개 채우기 전까진

집에 절대 안 보내줬음ㅋㅋ

그전까진 밤 늦게까지 게임하다 자고 그랬는데

사부님이랑 운동하기 시작한 후부턴

집에 가자마자 쓰러져 바로 쳐자게 됨.

아침마다 근육통 때문에 일어나기 힘든 건 당연했고..

그렇게 운동한지 3주쯤 됐을까.

갑자기 친구 B가 사부님에게

이런 훈련 말고 싸우는 법을 알려달라고 함.

소심했던 친구B는 당시

같은반 양아치에게 괴롭힘들 당하고 있었는데

사부님이 주먹 쥐는 법부터 가르쳐주기 시작하더라

우린 그렇게 그래플링 기술도 배우고

뛰기 전에 항상 킥이랑

펀치 같은 동작을 100번씩 하게 됨.

사부님.. 지금 생각해봐도 참 착한 형이었음..

나이 차이 꽤나는 동생들 운동도 가르쳐주고

가끔씩 운동 끝나고 편의점 데려가서

컵라면이나 음료수도 사주고..

주말엔 우리 데리고 등산도 함.

사부님한텐 뭔가 확고한 철학같은 게 있었는데

“힘 없는 정의는 무능이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다.”

라고 항상 우리한테 진지하게 이야기해줌.

난 이때 난생 처음으로 누군가를 존경하게 됨.

돌이켜보면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음..

빡세게 운동한 다음 욕실에서

차가운 물을 맞고 있으면

뭔가 살아있다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음.

자기 전에 거울보면서 쉐도우 복싱하고

자면서 짝사랑하던 여자애 앞에서

졸라 멋있게 싸우는 상상도 하고..

그렇게 슬슬 살이 오르면서 힘도 세짐.

그전까진 팔씨름 최약체였는데

어느새 반에서 2등이 되어버림.

그리고 3달 후,

사부님은 ‘소집해제’ 및 ‘복학 준비’를 이유로

제자들에게 이별을 통보함.

“내가 없어도 너희들은 성장할 것이다.

가슴속에 열기를 간직하고 끊임없이 정진해라.”

그렇게 사부님은 떠났지만..

우린 운동을 그만두지 않았음.

이미 우리는 운동이란 것에 빠져있었던거임.

그렇게 사부님이 없는데도

우린 운동을 그만두지 않았음.

방학에도 꾸준히 했음.

꾸준히..

그러던 어느 금요일 저녁이었을거임

친구B가 눈이 밤탱이가 된 채 나타난거임.

알고보니 위에서 말했듯이

친구B는 같은반 양아치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는데

그 양아치 쫄따구인 애랑 친구B랑 같은 학원을 다녔음.

근데 그 쫄따구도 양아치에게 괴롭힘을 받는

친구B를 평소 만만하게 봤던거임.

그렇게 학원에서 시비거는걸 못참고

쉬는시간에 ㅈㄴ 치고박고 싸웠다고 함.

우린 그 얘기를 들으면서

시원하다고 참교육했다면서 웃고 있는데

근데 그때 뒤에서 누가 친구B를 부름.

돌아보니 B랑 싸웠다던 그 쫄따구였음.

B가 학원 끝나면

공터에서 운동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던거임.

게다가 뒤에는 2명이 더 있었는데

딱봐도 껄렁껄렁해보이는 놈들.

그중 한명은 괴롭힌다던 그 양아치였음.

당연한거지만 난 ㅈㄴ 쫄았음.

그때까지만 해도 누구랑 싸워본 적은 없었으니까.

그리곤 그 양아치가 B한테

방학이라고 요새 안 맞아서 감 잃었냐

오랜만에 교육 좀 시켜야겠다 뭐라 중얼 거리는데

갑자기 B가 가드를 올리는거임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가드 올린 친구 B에게서 사부님 모습이 보였음..

당연히 상대편도 ㅈㄴ 당황했고

양아치가 다가와서 딥킥을 날리는데

친구B가 바로 원투로 응수함.

내가 알던 그 찐따같던 B가 맞나 싶었음

그리고 다른 양아치가 멱살을 잡았는데

뒤에서 보고 있던 친구A가

그 양아치 손을 한손으로 잡고 떼어냄ㅋㅋ

그렇게 상황이 쉽게 정리되나 싶었는데

쫄따구가 형들 지금 여기로 오고 있다고

기다리라고 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 멀리서 누가 걸어옴.

고딩이었음. 2명.

알다시피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체격차이는 어마어마함..

완력으로 상대가 안되는건 물론이고..

니들이 얘 얼굴 이렇게 만들었냐 하는데

손에서 땀이 ㅈㄴ 나기 시작함..

다리도 막 떨리고 도망가야 된다는 생각 밖에 안했음..

근데 우리보고 대답 안하냐며

다짜고짜 뺨을 때리는데 순간 눈앞에 새하얘짐..

“만약 사부님이 있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텐데..”

“하지만 사부님은 이제 오지 않는다..”

“내가 만약 사부님이었다면..”

“사부님처럼 강했더라면..”

그때 갑자기 뒤에서 누가 어이 라며 우리를 부름.

쳐다보니 아파트 2층이었음.

사부님이었음.

공터 바로 뒤 아파트가 사부님 집이었다는데

알고보니 사부님이 떠난 후에도

우리가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이날도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거임.

고딩 형들은 스승님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당연히 매우 당황했는데

작은 키를 보더니 바로 무시하더라.

진짜 이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데

고딩 형들이 주먹을 날리는데

스승님이 가볍게 손바닥으로 주먹을 쳐냄ㅋㅋ

무슨 만화에서만 보던 장면 그대로 ㄹㅇ..

그리고 한대 치는데

무슨 절굿공이로 닭뼈 부수는 소리가 남;

그냥 일방적인 싸움이었음.

키 차이, 쪽수 차이는 무의미한..

사부님은 그 짧고 굵은 몸으로

엄청난 속도로 고딩들을 제압해버림.

거의 한개 소대급 전투력을 가진

드워프의 주먹질에 싸움은 순식간에 종결..

그리고 친구B는 양아치에게 사과를 받아내고

그동안 뺏어갔던 물건들과

두번 다신 건들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아냄.

그리고 돌아가는 길,

사부님은 우리에게 해장국을 사줌.

오랜만에 만난 사부님이 반가웠지만

해장국 집에 앉아있던 우리 셋은

눈물만 흘리며 조용히 앉아있었는데

사부님이 울지말라고 하심.

사부님은 식당에 있던 어른들 중 가장 작았지만,

우리에겐 그 누구보다 큰 어른이었음.

그 뒤로 친구B와 나는

사부님이 다니던 체육관에 등록함.

친구A는 자연스레 운동 그만뒀고..

난 중학교 졸업하면서 그만뒀는데

친구B는 그 체육관에 계속 쭉 다녔고..

지금은 ㄹㅇ 헬창이 됨..

인스타에 지 몸 사진만 주구장창 올리던 녀석이

얼마전에 사부님이랑 같이

클라이밍하는 사진을 올렸길래

사부님 생각나서 연락해봤는데

지금은 결혼해서 애아빠 됐다고 함.

지금 생각해봐도 진짜 멋있는 사람이었음.

잘 지내신다니 다행이기도 하고.

이것도 나름 이야기가 되겠다 싶어서

이렇게 썰을 풀어봄.

난 그 시절 사부님에게 크게 배운 것 세가지가 있음.

첫째.

주먹에 굳은 살 박힌 사람 건들면 ㅈ된다는 것.

둘째.

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

셋째.

사람은, 사람에게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