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나랑은 무속신앙?
그런 거 전혀 관심없고
좀 실례되는 말이지만 믿지도 않고
오히려 꺼려하는 쪽에 가까움.
그러다 몇개월 쯤 전이었나
엄마랑 이모랑 셋이서
이모집에서 국수 먹으면서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내가 그당시에 원래 있던 지병이 좀 심해졌었는데
하필 밥상머리에서 그 증상이 생김..
그러다 지병 얘기가 나왔었음.
병원에서도 지금 먹는 약 말고는
뭐 더 해줄 수 있는 치료도 없다 그래서
걍 그런갑다 하고 살고 있다, 뭐 이런 얘기를 하니까
이모가 심각한 목소리로
“얘 OO아.. 너네가 이런 얘기 싫어하는 건 알지만
지인 중에 좋은 무당이 한명 있다
그 분이 너네를 보고싶어 하는데 안가볼래?”
이런 얘기를 함
그래서 우리는 현대의학을 믿겠다면서
흐지부지 대답하고 밥 잘먹었다 하고 헤어짐.
그날 이후로도 이모가 종종 연락와서
그 지인이 진짜 이상한 사람 아니고
사기꾼 이런것도 아니라고
학력도 좋은 멀쩡한 사람이라고 엄청 어필하더니
며칠 뒤에 우리집에 와서
그 지인한테 내 얘기를 했는데
이걸 전해주라 했다면서 무슨 천주머니를 줬음.
그래서 엄마랑 나랑
아 뭘 그런 얘기를 다 하고 다니냐고 이모 구박했는데
무당이 준 정체불명의 물건이 궁금해져서
긴장하면서 펼쳐봤는데
무슨 뜬금없이 머리빗이 들어있었음
나무로 만든 얼레빗 있잖아 그런거.
그래서 이건 어떻게 쓰는거냐고 하니까
이모가 그냥 갖고 다니라면서
머리 빗을 때 쓰라고 전해달랬다길래
걍 들고 다니다가 머리도 자주 빗음.
시키는대로 잘했음.
근데 진짜 글 쓰는 나도 안 믿기는데
그 나무빗 받고 몇주동안
지병이 점점 호전되는게 확실히 느껴지는거임;
어차피 이 지병 그 자체로
목숨이 위험하다거나 하진 않았는데
완치는 불가능하다고 했었거든.
그래서 작정하고 빨리 나아야겠단 생각도 없었고
딱히 노력도 안 했음.
병원에서 현상 유지하는 약도
주기적으로 타다 먹고
그냥 평생 관리하면서 살 생각이었는데
증상이 점점 좋아지니까 어쨌든 좋은 일이었음.
그래서 엄마랑 나랑 신기하다고 하고 있고
이모는 거봐라 내 말이 맞지 않냐면서
진짜 한번만 얘기하러 가보자면서 다시 꼬시기 시작함.
그래서 우리도 그때쯤 되니까
가서 나쁠 것도 없단 생각도 들고
빗도 받았는데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듦.
그래서 주말 점심 쯤에 이모 따라 그분 댁으로 갔음.
(사시는 곳은 따로 있고 그 신당? 그런 곳은 따로 있댔음)
갔더니 걍 주택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따로 집이 있더라.
암튼 첫인상은 되게 순하게 생긴 아주머니셨는데
약간 초등학교 급식 교사 인상이라고 해야하나
대문 열고 나오시면서
이모랑 엄마한테 인사하고 나를 보더니
아유 OO아 한번 보고싶었다면서
잘 찾아왔다고 하더니
손 잡아주고 다 같이 들어감.
안에도 걍 생각보다 너무 가정집 같아서 놀랐음..
벽 따라서 색 화려한 깃발 달린?
길다란 장대 있는 거 말곤
걍 보통 사람 사는 집 같았음.
매실차 주시면서 그냥 평범하게 사는 얘기 하다가
내가 먼저 너무 궁금해서 나무빗에 대해서 물어봄.
이거 혹시 벼락 맞은 대추나무
뭐 그런 신묘한 나무로 만든 빗이냐 물어봤더니
아니래.
그럼 무슨 빗이냐 했더니
그거? 복숭아나무 빗인데 공장제일걸?
하면서 인터넷에서 샀다함
그래서 아 그러면 무슨 카톨릭 신부님들처럼
축성 같은거 하셨냐.. 물어봤더니
갑자기 막 웃으시면서
비닐포장 뜯어서 파우치에 담은건 직접 한건 맞대.
그 말 듣고 그럴리가 없는데;
제가 이거 받고 지병이 나았다고 했더니
우연인 것 같다고 계속 웃으심
그럼 왜 이걸 저한테 주신거냐 물었는데
자기가 아들만 3명이라
여자애들 선물을 뭘 해야할지 몰랐지;
하시더니 매실차 호로록 드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저는 왜 만나고 싶으셨냐 하니까
갑자기 웃음 딱 멈추시길래
이제서야 비밀을 말해주시나 싶었는데
자기 막내 아들이
내가 졸업한 학교에 진학할 예정인데
그거 관련해서 뭐 좀 물어보고 싶었다함;;;
그럼 아까 집에 들어올때
잘 찾아왔다고 하신건 뭐냐 물었는데
아니 복잡한 골목인데 잘 찾아왔다고 한거라더라..
그래서 그냥 학교 관련 얘기 좀 해주고..
평소에 무당집에 대해 궁금한거 물어보고 옴..
왜 집에 대나무 장대에 깃발,
비치볼 같은게 걸려있냐 했더니
장대는 창을 의미하고,
무당의 물건에는 오방색을 써야하는데
문화재급 무당이 아닌 이상은
전용 무당용품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면서
공산품으로 해결했다고
오방색 들어간 물건으로
아동용 색동저고리 걸어놨더니
주변 주민들이 음산하다고 민원 하도 걸어서
빡쳐서 비치볼 걸어놨다함..
존나 별거 없더라..
암튼 저녁까지 얻어먹고 돌아옴..
나중에 얘기 듣다가 알게 된건데
진짜 명문대 석사까지 하시고
결혼하고 잘 살고 있다가
갑자기 무병와서 치성굿 드리다가
이길로 들어서셨다고 하던데
아주머니네 외가 어른 중에 무속인이 있었는데
아마 그 분을 자주 접하다 보니까
자기한테도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하셨음.
어려운 용어로 설명해주셨는데
뭐 무당집안이란 말이 생기는게
어릴 때부터 굿판 자주보고
그런 환경에 노출되는 사람들이
또 신병 걸리고 내림굿하고 그런다고 하더라.
마무리 어케 하지;
암튼 나무빗 존나 좋음
정전기도 안생기고 머릿결 존나 반질반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