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주 예전 얘긴데 (2000년대 초였나 그랬음)
아는 친한 선배가 한명 있었는데
그 선배가 사람도 좋고
아랫사람에게 자상하기도 했고
내가 인간적으로도 형님으로서도
진짜 좋아하고 존경했던 분이었음
근데 그 당시 내가 짝사랑 하던 누나가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이 선배랑 셋이 술을 마셨음.
한 12시 좀 넘을 때까지 마셨나
이 누나가 술을 미친듯이 먹더니 꽐라가 된거임.
평소에도 자주 꽐라되던 누나라
새벽에 갑자기 불러내서
내가 집에 데려다준 적도 몇번 있었는데
(어장이었는지 사귀진 못했음)
근데 암튼 이날도 누나가 깔라가 돼서
시간도 늦었고 이 형 차로 데려다주기로 했음.
누나는 뒷자석에 눕히고 나는 조수석에 탔지.
근데 이동하다가 형이 갑자기
차를 고속도로로 훅 빼더니
급발진 난거 마냥 미친듯이 달리는거야
진짜 체감상 한 200키로는 밟았음.
갑자기 형이 말도 없어지고
딴사람이 된거 같아서 (분위기가 싸했음)
“형? 왜 그래요 형? 이 방향 맞아요?”
하는데 대답도 없고
눈을 봤더니 눈에 초점도 없음.
술에 취한거랑은 다른 느낌이고
걍 뭔가에 씌인 느낌.
난 어린 마음에 옆에서 어쩌지도 못하고
뭐지? 뭐지 하는데
갑자기 달리던 차를
도로 중간에 있는 어떤 망한 주유소?
(주변에는 풀숲 외에 아무것도 없었음
진짜 사진 저 느낌 그대로임)
같은곳에 차를 대더니 나를 휙 쳐다보곤
“야, 니가 먼저 할래 아님 내가 먼저 할까?”
이러는거야;
그때 순간적으로
아 이 형 이거 때문에 이렇게 다른 사람 된건가
아니 난 지금도 ㅈㄴ 무서운데
형도 완전 딴 사람된거 같아서
뭔가 이 상황에 괜히 건드렸다가
무슨 일이 날 것 같아서 진짜 조심스럽게 말했음..
“형,,ㅎㅎ;; 아니 왜 그러세요..
전 그러고 싶지 않아요..
형 너무 취하신거 같아요 그냥 가요..네?”
그랬더니
“아..씨ㅂ.. 괜찮아 이 새기야..
원래 다 이렇게 하는거야
쟤도 원해서 저렇게 꽐라 된거잖아
너 안할거지? 그럼 나만 한다?”
이러는거임..
아니 원래 다 이런다고? 상식적으로 이게 맞나?
내 머릿속은 ㅈㄴ 혼란스러웠고
단 한가지 확실한건
이건 무조건 말려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음.
근데 쪽팔리게도
내가 좋아하는 여자인데도 이 상황이 너무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하겠더라.
주변엔 폐건물 밖에 없고
진짜 내가 여기서 조금만 잘못해도
뭔일이 날지 모르는거잖음..
지금은 그래도 내가 헬창이라 몸집이 크긴한데
저 당시엔 진짜 멸치 중에 멸치였거든..
“형.. 그러지마요 제발ㅠㅠ 그냥 가요 네?
그냥 다른데 좋은데 저랑 같이 가요
형 형이 원하는데 어디든 다 따라갈게요
누나 데려다주고 둘이서 놀러가요 네?..”
이러면서 살살 꼬드기면서 계속 말리니까
갑자기 나한테 욕 한마디 안하던 선배가
한동안 날 계속 무표정으로 쳐다보다가
뒷자석을 번갈아서 보더니
날 한심하다는듯 째려보면서
“하 ㅈㄴ 답답하네 진짜”
이 한마디 하곤 차 휙 돌려서 다시 돌아왔음..
돌아오는 도중에 한마디도 없이
정적만 있는 상태였는데
진짜 차 잠깐 섰을 때 도망갈까 생각했는데
좋아하던 누나 뭔짓 당할지 몰라서
끝까지 참고 있었다..
진짜 아무일 없었다면 없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고 무서운 기억임
이 때 이후로
사람 절대 평소 모습으로 판단 안함..
술취한 모습이 실제 모습이라 생각함.
담날에 그 누나한테 전화해서
어제 기억나냐고 했는데 전혀 기억 안난다더라
시간 흐르고 그 누나는 결혼까지 했는데
결혼하고 너무 재미가 없다면서
나랑 둘이서만 술 마시자고 하길래
그건 절대 아닌거 같다고 만남 거절하고
연락 아예 끊어버림.
지금 생각해보면 그 누나도 제정신은 아니었던거 같음.
그 선배랑은 저날 이후로 피해다니면서
아예 연 끊었음..
몇년 전에 소식 들었었는데
지금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고 들었음
사람이 제일 무섭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