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남 때문에 글을 쓰게 되었는데요
구구절절 긴 장문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서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처가에서 도 넘는 처남 취업알선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기왕지사 아내와 한바탕 하고
이견이 갈리는 상황이니
보란듯 적나라하게 써보겠습니다.
처남은 학창시절에 흔히 말하는 일진이었다고 합니다.
1남 3녀 중 막내이고 나이차이가 좀 납니다.
전 40대 후반, 아내는 40대 초반,
처남은 띠동갑 넘게 차이가 나고
30대 초반입니다.
어릴 때부터 공부는 당연히 안했고
남중 졸업 이후 실업계 공고에 다녔습니다.
청소년 때부터 술과 담배, 여자를 달고 살았고
깽값으로 집에서 돈이 많이 나갔었답니다.
필기면제인 의무검정으로 취득한
기능사 하나를 빼면 이렇다 할 이력이 없어요.
고졸, 자격증도 없고 뚜렷한 기술도 없는데
무엇보다 열심히 하지도 않습니다.
전 가업을 이어서 작은 회사에서 제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가족회사이고 아버지께서
약 40년 전 사수에게 배운 뒤 인수해서 키웠습니다.
어렵고 힘든 시간, 시기를 모두 넘기고
십수년 전부터는 대기업 및 수출로
어느정도 안정권에 들어온 상태이구요.
직원도 전부 창립멤버와 같은 분들입니다.
아버지, 작은 아버지 함께 경영하시다가
중국에 법인 내시면서 혼자 독립하셨고
공장장으로 고모와 고모부가,
2공장에서 전담을 하시고
본사이자 1공장인 현 공장은
완제품 조립, 개발, 대외적인 업무들을 주로 합니다.
창립멤버이자 중추적인 분들이
회사가 커지고 확장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독립하시고
아버지는 공대 졸업한 뒤
회사를 잘 다니고 있던 저를
장남이라는 이유로 회사에 소환하셨거든요.
결국 관리 총괄하는 직무로 왔습니다.
아무튼 회사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놀고 먹는 백수 처남을
취업 좀 시켜달라는 처가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습니다.
이미 셋째인 처제도
재무관리팀에 입사 시킨터라
관리자 연봉을 처남도 들었다고 합니다.
구인난이 심해서 동종업계,
또는 중소기업 치고는 연봉이 좀 높습니다.
대부분 장기근속이시기도 하고
경기도이긴 하지만 좀 외진곳이라
사람 구하기가 힘들거든요.
솔직히 처남 이력서가 볼게 하나도 없습니다.
주소와 연락처,
그리고 기능사 하나, 원동기, 1종
이게 끝입니다.
처가 부모님의 요청으로
일단 기술이라도 배우게 해달라 하셔서 기술팀에 입사.
근데 급여는 대리급으로..
얼른 돈 모아서 장가 가야한다는 이유로
회사 사칙에서 조금 벗어나서 연봉을 책정했는데
이런 전례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습니다.
기술팀장님이 고급인력인데
그분께서 갑자기 저보고 퇴사를 하시겠답니다.
처남 안 내보내면 자기가 나가겠다고요.
입사 반년만에 20년 가까이 일하신
기술팀 부장님도 백기를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말대답은 칼 같고,
배우려는 의지도 전혀 없다.
힘든건 안하려고 하고 꾀를 많이 부린다.
이 얘기를 듣고 처남한테 물어보니
변명이 아니라 기술이 없는데 어찌 배우냐
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다시 물어보니
비전공자는 전혀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일을 어떻게 배우냐 이 말이랍니다.
애초에 어렵게 설명을 하는데 자기가 어떻게 알아듣냐고요.
결국 물류쪽으로 인원배치를 바꿨습니다.
운전은 잘한다, 자신있다.
머리 쓰는 기술 업무보다 단순한게 좋다.
협의하여 보직을 바꾸었죠
근데 물류쪽 담당 팀장도 결국 터졌습니다.
남들은 1시간이면 원부자재 상하차 하고
서브 업무를 해도 시간이 남는데
한번 보내면 4시간동안 무소식이랍니다.
남들 한타임 안에 다 끝내는 배송 업무를
반나절이나 걸린다네요
단순히 배송지연이 문제가 아니라
양쪽에서 업무 공백이 생겨서
생산 리스크가 너무나도 크답니다.
그래서 행적을 알아봤더니
진짜 미치겠네요ㅋㅋ;
술 먹었다고 반차, 사전 협의도 없이 무단결근.
쉬는 시간도 안 지키고
심지어 절대금연인데 창고에서 흡연.
생필품이라 절대 취식 금지인데
작업장에서 간식도 먹음.
진짜 하지 말라는건 다 했더라고요
결국 생산직으로 보직을 변경했습니다.
이미 회사에 소문이 난 상태라
어떤 부서에서도 원하지 않던 상태였는데
결국 생산직은 꼰대들이라 타령하며
결국 적응을 못했습니다.
위생라인이라 위생복을 입어야 하는데
불편하다고요.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츄리닝 입고 돌아다니고
그냥 남 밑에 일하는 성격이 못됩니다.
좋게 말해서 자유분방한거지
제 성질에 못이기고 모든것이 불만인데요.
언제 한번은 연봉은 또 어찌 알았는지
장기근속 중인 대리랑 저울질을 하더라고요.
이 대리가 나이는 좀 어린데
5년 전 신입으로 입사를 했고 공대 나왔습니다.
자격증도 다수이고
회사에 전기 소방쪽 선임도 걸려있구요.
무엇보다 중국어도 능통하며 영어도 됩니다.
아버지 지인의 회사 상무님 아들인데
소개 받고 직원인데도
이제 30살인데도 회사 에이스죠.
결국 본인 뜻대로 안되니까 퇴사 한다더라고요.
솔직히 그냥 꼴도 보기 싫었는데
아내의 간곡한 부탁에
또 어르고 달려면서 좀 더 다녀봐라 했더니
사직서 조차 안쓰고 그냥 다음날 퇴사.
실업급여 해달라고 해서
진짜 참을 인자 백번 읊고서 해줬습니다.
다신 보지말자 다짐하면서요.
그런데 처가에서 재입사를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퇴사하고 실업급여 다 받고
무직으로 지내니까 퇴사 1년만에 다시 받아달라고요.
난처해서 사정 설명하고 안된다 했습니다.
근데 계속 어떻게 안되겠냐
불쌍하지 않냐 하시는데
옆에서 보던 처제가 나서줬습니다.
셋째 처제가 재무관리 과장인데 똑똑합니다.
싹싹하고 성격도 밝고
전문대 졸업하고 취업이 좀처럼 안되었는데
저희 회사 들어오고 나서
엄청 열심히 했고, 적금도 잘 들고,
방송통신대 졸업한 뒤로
자격증 취득, 어학학원도 열심히했고요.
아무튼 처제가 회사에 도는 소문과
그동안 제가 멱살 잡고 끌고 온 얘기를 했습니다.
내 동생이지만 너무 철이 없다.
회사에서 아주 개망나니였는데
형부가 그래도 처남이라고 쉴드 치면서
기회를 수십번을 줬었다 라고요.
결국 처가 부모님들도, 아내도,
더이상 말을 이어가질 못했고
화가 난 처남은 씩씩거리면서 나가더라고요.
그렇게 얘기가 끝이 난 줄 알았는데
얼마전 처가에서 또 연락이 왔습니다.
처남 살리는 샘치고 한번만 더 기회를 주라고,
연봉이 적어서 그랬다던데
나이도 좀 있어서 그런거니 이해 해달라고요.
직업도, 능력도, 돈도 없으니
장가는 어떻게 가겠냐며
젊었을땐 패기롭고,
인물은 또 그럴저럭 괜찮으니 연애도 하고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도 백수로 지내니
이젠 이성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고요.
전 거절을 확실히 하고 싶었는데도
그냥 무대포로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하니까
이건 뭐 진짜 답이 없습니다.
두번째는 상송 문제인데요.
아버지 초창기 사업 스타트 장소였던
작은 공장부지가 하나 있습니다.
처음에 중국산 기계 4대를
아버지, 작은 아버지, 고모님 내외분께서 했던 자리고
회사가 어려웠을 당시에도
그 건물은 처분을 못하셨답니다.
추억과 애정이 남달라서요.
빚도 늘고 월급도 못챙겨가던 날도 있었지만
어찌됐던 사업이 성장하게 된 곳.
지금은 건물 동을 쪼개서 세를 주고 있는데
나름 도심지역이라 땅값도 많이 올랐고요.
근데 장인어르신께서
그 자리에서 개인 사업을 좀 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보증금은 일단 없는 것으로 하고
세도 말도 안되는 수준으로요.
근데 그 자리는 제가 증여를 받은 자리입니다.
저희 아버지 연세가 70세 중반이신데
절차대로 제가 상속 받은 건물이고
(크진 않고 2층 공장 건물)
세를 받는데 거길 거의 무상으로 반을 쓰시겠다고요.
강원도에 친지분이 두부관련된 사업을 하시는데
두부랑 두부로 만든 과자.
제법 돈이 잘 된다는데 체인점을 내고 싶어합니다.
거절하고 싶은데 여러분도 아시잖습니까..
진짜 미쳐버리겠습니다.
제 아버지가 어렵게 일구시고
뒤늦게 겨우 안정된건 맞는데
저희 회사도 마냥 배부른 형편도 아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