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저는 서른살 남자이고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는 상태입니다.
원래 올해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연기되었고
계속 미뤄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 와중에 2주 전
20대 초반에 만났던 전여친이
제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있다고
현여친에게 디엠을 보냈고
여자친구가 이게 무슨 소리냐며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여자친구가 보여준 사진 속의 아이는
저를 꼭 닮아있었습니다.
그 후로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질 모르겠습니다
전여친과 아이를 직접 만났고
친자확인 검사를 했고
전여친과 현여친 그리고 저가 삼자대면을 했고
전여친이 아이를 데리고
저희 부모님 집에 찾아와 한바탕 난리가 났었습니다.
전여친은 지금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자신과 결혼해서 같이 아이를 키우자 합니다.
머리로는 그게 옳은 길이라 생각은 하지만
지금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싶지 않고
전여친과 결혼할 마음은 더더욱 없습니다.
전여친과 연애 당시
성격이 매우 강한 스타일이라 제가 늘 맞춰야만 했으며
무엇보다 남자들과의 술자리를 끊지 못해
항상 그 일로 싸워야만 했었습니다.
참다 참다 1년을 못 채우고 헤어졌는데
바로 한 달도 안돼서 새 남자를 사귀는 걸 보고
저도 남아있던 미련이나
정이 다 떨어져버려서
지금까지 생각 한번 안 해보고 살았는데
갑자기 제 아이라며 나타나선
혼자 키웠다니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습니다.
아니 황당하다 못해 괘씸하고 화납니다.
그때 왜 임신한 걸 알리지 않았는지
그때 알았더라면 아이 때문이라도 결혼했을 텐데
그리고 여태껏 알리지 않고 살다가
왜 하필 여자친구와 너무 행복한
지금 나타나서 괴롭게 만드는건지
그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성격은 아직도 못 버려서
말도 안 하고 혼자 아이를 낳고,
제가 아닌 여자친구를 통해 듣게끔 하고
삼자대면에 아이를 데리고 오거나
무작정 부모님 집에 찾아가서
폭탄 터트리듯이 사실을 알리는
전여친이 끔찍하게 혐오스럽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거 잘 알지만
전여친이 저럴수록 아이까지 미워집니다.
제가 자기들을 버렸다고 생각해서
저에게 적대적이고
자기 엄마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여자친구를 흘겨보고 버릇없이 구는 아이에게
단 1도 부성애가 생기지 않습니다.
저를 너무도 빼닮았지만
혹시라도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친자확인 검사를 했고
검사 결과에 너무도 낙담했던걸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은 그때와 달리 아이 때문에
전여친과 결혼하고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도 키우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같은 심정이면 양육비만 주고
다시는 전여친도, 아이도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저도 괴롭고 힘들지만
여자친구 역시 너무나도 힘들어해서
그게 제일 가슴이 찢어지게 아픕니다.
지금 만나는 여자친구가 너무 좋은 사람이고
장인어른, 장모님도 너무나 좋은 분들입니다.
어제는 여자친구가 울면서
결혼 준비하면서 남들은 많이 싸운다는데
우리는 감정 상하는 일 한번 없었고
오빠네 가족들도 다 좋았는데
자꾸 우리 때문이 아닌 일로 결혼이 미뤄지고
(여자친구 직장에서 일어난 문제)
결국 이런 일까지 생기는 걸 보면
오빠랑 나는 인연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했던 말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