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년차 결국 이혼하게 되었습니다.
뭐 제 일생을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제가 제대했을 시기에
어머니께서 몸이 많이 안 좋아지셨고
어머니께서 운영중이던 가게를 제가 이어서 하게 되었습니다.
생선조림, 찜 전문점입니다.
그렇게 한 6년가량 운영하다가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게 되었고
결혼한 뒤 현재는 11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간 싸운 얘기들의 주 원인은
저한테서 나는 비린내 때문입니다.
와이프는 항상 저에게
“비린내가 너무 난다”
“집에 들어오면 문 손잡이 절대 잡지말고
바로 화장실 들어가서 씻어라”
“화장실 문 열어둘테니까
집에 물건 건들지말고 바로 들어가라”
“퇴근때마다 위생장갑 한장씩 챙겨와서
도어락 장갑 끼고 열어라”
“옷 같이 못 빨겠다. 세탁기를 하나 새로 사서
너 옷만 돌리던가 손으로 빨던가 해라”
등등 가시가 박힌 말들을 자주 했고
제가 와이프에게 화낸 부분은 항상
말 좀 적당히 필터링 거쳐서 뱉어주라
일하고 온 사람한테 너무한거 아니냐
사람처럼만 제발 대접 좀 해줘라 였구요.
그렇게 수차례 싸우다
와이프는 자기가 냄새에 예민한걸 어떡하냐
니가 집은 쉬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듯
나도 그렇다며 울길래
근 1년 정도는 퇴근하면 집 근처 사우나가서 씻고
잠옷 챙겨온거 입고 집에 가고 그랬습니다.
와이프는 전업주부이지만
집에서 거의 노는 듯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제 벌이가 그렇다고 작은 편도 아니며
와이프 하고 사는 것들
제가 생선 팔아서 다 할 수 있는 것들 입니다.
애초에 벌이가 나쁘지 않았으니
어릴적에 가게 이어받을 생각 했던거구요.
뭐 그러다가 일이 터졌습니다.
같이 외식을 하러가는 날 아침에
제가 차키를 챙기니까 그러더라고요.
차 의자니 핸들이니 창문이니
온갖 부분에서 니 비린내가 진동을 할텐데
어떻게 차를 타고 갈 생각을 하냐고.
너는 내 생각 자체를 아예 못하냐고.
뭐 그래서 일단은 좋게좋게 가자 싶어
사과하고 택시타고 갔습니다.
(와이프도 차가 있는데 제가 타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티를 내서 말을 아예 안 꺼냈습니다)
그리고 식당에 도착을 했는데
청국장 백반을 시키니
반찬으로 생선구이가 나왔습니다.
근데 와이프 입에서
“하 이 지긋지긋한 비린내 좀 그만 좀 맡고싶다”
하더니 나오자마자 젓가락 내려놓길래
일어나서 저 혼자 그대로 집에 왔습니다.
와이프는 항상 싸움이 시작되면
캐리어에 짐싸는 사람인지라
저는 항상 사과하고 기분 풀어주고
짐싼거 같이 도로 정리해주고 했습니다.
근데 이번엔 그냥 제가 나가고 싶었고
그래서 한두달 나가 살 생각으로
캐리어에 제 짐을 하나 둘 챙기다보니
진짜 비참하더라구요
상황이 비참한게 아니라 제 짐 자체가 너무 없어서요.
그제야 알았습니다.
내가 사는 집에 온전한 내 것이 뭐가 있을까 봤더니
일하는 옷 3개, 팬티양말칫솔 등이 끝이란걸요.
내가 이렇게 살라고
한달에 하루, 두달에 하루 쉬면서
10년을 넘게 일하며 돈을 벌어준건가 싶기도 했고
뭐 결국 이번주에 이혼 마무리하고
집에 들어와서 맥주 먹다가 글 한번 써봅니다.
애 때문에 참고 산거 아니냐 물어보실 것 같은데
예상외로 애는 없습니다.
결혼 1년차도 안 됐을 때부터 위 이유로 각방 썼습니다.
한번 부부관계를 하게 되어도
뭐가 그렇게 기분이 그런건지
냄새가 불쾌하다는 표정과 티를 내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아이계획이 사라졌습니다.
아무튼 지금 기분은 어떠냐 물으신다면
지금은 너무 행복합니다.
솔직히 우울할 줄 알았고 슬플 줄 알았는데
속이 뻥 뚫린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ps. 궁금해 하시는 부분을 더 말씀드리자면
1.연애하던 시절
이때는 뭐.. 제가 생각하기엔 콩깍지도 있었고
함께 같은 공간에서 산 것은 아니었기에
그랬던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2.진작에 이혼
편부모 가정에서 자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릴적의 설움 같은게 있습니다.
행복한 가정 꾸려서 하하호호 하면서 사는거요.
어머니한테 가정문제 전혀 없이
와이프랑 잘 살고 있다고 보여졌으면 하는
마음이 너무 컸고 그 때문에
이혼이란 단어를 아예 접고 살았던 것 같네요.
이제부턴 진짜 제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