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살면서 발포 비타민이란걸 처음 봤고
들어본적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냥 선물을 받았는데
한국어가 아니라 영어로 써져있길래
아~ 비타민이구나~ 하고
가방에 넣어두고 까먹고 살았어요
아무튼 그러던 어느날
친구가 갑자기 소개팅 할 생각 없냐면서
강제로 소개팅 자리를 만들어줬는데..
제가 소개팅, 면접 그리고 발표
이 세가지가 세상에서 가장 심장 쫄리고
떨리는 일이라 생각해서 거절했더니..
친구가 괜찮다며
자기도 함께 가주겠다고 제안하면서
평생 연애 안하고 살거냐는 말에
혹해서 소개팅 자리에 가게 되었습니다..
근데 소개팅 자리에 도착하고
남자분이 오자마자
친구가 자긴 눈치껏 빠져준다며
갑자기 가버리더라고요..
끝까지 있어주겠다 약속해놓고
너무 벙쪄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데
남자분이 계속 저한테 말 걸어주시고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가주셔서
어색한 분위기를 다 풀어주셨고
진땀이 나면서도 그 자리가 좋았어요..
그렇게 커피를 마시다가
남자분이 화장실을 다녀오신다며 가셨고
저는 화장 고친다고 손거울을 찾다가
해당 문제의 비타민을 발견했습니다..
갑자기 그게 왜 보인진 모르겠는데
심장이 너무 떨려서
‘그래 청심환도 없는데 비타민이라도..’
라는 이상한 사고방식으로 입에 넣었어요..
근데 입에 넣자마자
왜케 맛이 이상하고 텁텁하지 하는 순간
남자분이 다시 자리에 오셨고
오물대는걸 보시곤
‘ㅎㅎㅎ혼자 뭐 드세요?’ 하시길래
‘아 비타민이요!!!! 드실래요!!!?’ 하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하시길래
혼자 입에 먹고 있기 민망해서
덜 녹았는데도 목구멍에 넘어가겠단 생각에
아메리카노를 입에 넣는순간 일이 터졌습니다..
입안에서 거품이 마구마구 생겨나는데..
멘붕와서 삼킬지 말지 혼란스럽고
(혹시라도 불량이라
입에서 터지는건가 싶어서 못 삼켰어요..)
입술에 힘 꽉주고 있다가
결국 못버티고 입이 벌어졌고 사단이 났습니다..
무슨 꼬북이 마냥
거품물이 입사이로 쭉 뿜어져 나왔고
남자분 얼굴에 정확하게 맞췄는데..
순간 그분 표정을 잊을 수가 없네요..
소개팅녀가 갑자기 입에서
거품 뱉으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은
아마 태어나서 처음 보신 것 같았는데..
저도 처음이었습니다..
진짜 입안에서 폭죽 터지는거 마냥
거품이 터지는데 남자분이
어쩔줄 모르고 당황하시다가
어디 아프냐고 괜찮냐고 큰소리로 물어보시고
카페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저는 부르거나 말거나 쪽팔려서
화장실로 미친듯이 뛰어갔고
발포 비타민 변기에다 뱉어버렸더니
그제서야 뭐가 문제였는지 알았습니다..
녹아서 3분의 1쯤 남은 발포비타민이
변기에서 뽀글뽀글 거품이 생기고 있는 걸 보고
무슨 이딴 비타민이 있나 싶고
비타민을 왜 거품나게 쳐 만든걸까 화도 나고..
그냥 뛰어나가서 도망가버릴까 고민하다가
솔직히 남자분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얼굴에 철판깔고 아무렇지 않은척 나왔는데..
사람들이 걱정되는 눈으로 다 쳐다보시고
남자분 시선도 이상하고..
그냥 죽고싶고 눈물날 것 같고
지금이라도 그냥 문열고 도망갈까 싶고
뭐라고 변명해야할지 감도 안오고..
발포 비타민 꺼내들고
이거 때문이라고 ㅠ
저는 살면서 이런거 처음 먹어봤다고
입에 넣고 아메리카노 마셨다가
이게 터진 것 같다고 거의 울면서 설명했고
남자분도 결국 웃으시고
헤프닝으로 잘 끝났습니다..
지금은 그분이랑 연애하고 있고요..
그냥 남자친구랑 첫만남 이야기 하다가
그런 모습 보고도 호감 가져준
남자친구 생각나서 써봤습니다..
다들 발포 비타민 선물로 할땐
상대방이 이게 뭔지 아는지 꼭 물어보고 해주세요..
그분에겐 상처가 될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