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일이긴 한데
여자친구 때문이 아니라
여자친구 아버님 때문에 파혼했었음.
여과없이 그냥 굵직한 사건이 뭐였냐하면,
그해 여름 다가오기 전에
5월즘이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틀었는데
에어컨 밑에 물이 한가득 고이는 거임
그래서 a/s 센터를 불렀는데,
그때가 한참 성수기라 좀 걸린다고해서,
어쩔 수 없이 예약 걸어놓고
선풍기로 겨우 버티고 있는데
여자친구 아버님이 이 얘길 듣곤
직접 손 봐주신다면서 갑자기 오셨더라고
어안이 좀 벙벙했는데
나한테 무슨 간단한걸로 a/s를 부르냐고,
이것도 하나 못고치냐고 막 뭐라뭐라 하시드만
에어컨 뒷통수를 다 까부수더니
혼잣말로 궁시렁 대시면서 뭘 만지는데
처음엔 진짜 고치는 줄 알았더니
에어컨을 그냥 박살을 내버리셨더라?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에어컨이 너무 오래됐고 노후화 돼서 그런거니깐
어차피 새로 샀어야 했다는 둥
그런 말을 하시다가 조용히 사라지셨음
그 이후 한참 뒤에 a/s기사가 왔는데
그 물 펌프? 그거만 갈아줬음 됐을텐데
뭐하러 메인기판을 건드리셨냐고,
이거 못쓰신다고 하더라..
그래서 여자친구한테는
그냥, 뭐 오래돼서 버렸다고 대충 둘러댔음.
그 이후 거짓말처럼
이번엔 냉장고가 고장났는데
냉동실이 다 녹아버려서
반찬 같은거 다 버리는 일이 생김
근데 또 여자친구가 자기 아빠한테 말을 한건지
또, 드라이버 들고 말도 없이 오셨더라
그래서 내가 볼때는
a/s 불러야 될 것 같아서, 그냥 냅두자고 했더니
또 에어컨때처럼
이거 하나 못고쳐서 사람을 부르냐고;;
그러더니 갑자기 냉장고 뒷문을 뜯어봐야겠다면서
냉장고를 앞쪽으로 빼자는거야
그래서 이거 무거워서 어케 둘이서 드냐고 했더니
자기 혼자 빼겠다고,
막 흔들흔들 하다가 냉장고 앞에
장판에 걸려버려서 장판을 30센치 정도를 해드심
그때 전세였는데;
그래서 집주인한테 말했더니,
그거 거실 장판을 다 갈아야 한다고
멀쩡한 장판을 왜 이렇게 만들었냐고 하더라
결국 냉장고도 버리고 장판도 갈았음.
그때 돈이 엄청 깨졌는데,
괜히 이야기 하면 미안해 하실 것 같고
어차피 가족이라 생각하니깐
그 돈이 아깝지는 않았음.
나만 수긍하면 넘어갈 수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그냥 넘겼음.
그러다가 우리 아버지가 농사를 지으시는데,
고구마를 가을에 수확해서
여자친구 집에 먹으라고 보내드렸음
그 이후 예비 처가집에 놀러갔는데
고구마가 맛이 없다
고구마 모양이 안 이뻐서 사람들이 안 좋아하겠다
상품가치가 너무 없다
너무 많이 보내셔서 다 버려야겠다 등등
뭐 이런소리를 계속 하더라
얼굴이 화끈거리다가 열받아서
그러는 아버님도
멀쩡한 냉장고 에어컨 해드셨을때
제가 그래도 좋은게 좋은거라고
아무말도 안하고 넘어갔고
장판도 그거 새로 까는데 얼마든 줄 아시냐고
막 혼자 열분 토하니깐
그당시 여자친구가 왜 그러냐고
오빠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고
자기 가족들한테 막말하는거 보고
서운하고 진심으로 실망했다고
뭐 그런말 계속 하길래
고구마 맛없으면 버리면 될일이지
그걸 당사자 앞에서
그것도 아버지가 신경써서 보내주신건데
내 앞에서 그런말 하는 너네 부모가 맞는거냐고
결혼 없던 일로 하자고 하면서
한바탕 하고 파혼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