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큰 돈이 있다는 걸 알고 돈욕심이 나기 시작한 어느 아줌마

  • Post author:

결혼한지 7년 되었고

5살짜리 딸 하나 키우고 있는 평범한 여자입니다

우선 저희집은 외벌이고

남들과 크게 다를 것 없이

열심히 융자 갚아가며 살아가는 집입니다

문제는 남편의 용돈이 한달에 30만원인데요

보통 용돈으로 점심 사먹거나

친구 만날 때 쓰라고 주는 돈이고

휴대폰이나 주유비는 카드로 씁니다

아무튼 25일이 남편 월급날이자

용돈 주는 날인데 아까 낮에

남편 휴대폰으로 뭐 좀 보다가

남편 통장잔고를 보게 됐습니다

근데 알지도 못하는 570만원이 있길래

제가 바로 물어봤거든요

대화체로 써보자면

저: 이거 무슨 돈이야? 왜 이렇게 많아?

남편: 용돈 모은거야

저: 그게 말이돼? 한달에 30주는걸

어떻게 500을 넘게 모아?

친구들 만나서 맨날 얻어먹는 것도 아니고

점심을 안먹는 것도 아니잖아

남편: 한달에 20만원만 썼고

10만원씩 우리 00이 태어날때부터 모았어

저: 그럼 한달 용돈 20만원만 줘도 되겠네?

남편: 그게 말이돼? 용돈은 엄연한 내 돈이고

내가 먹고싶은거 안먹고 모은돈이야

절대 터치할 생각 하지마

저: 어디에 쓸건데?

남편: 몰라도 돼

저: 아니 그정도 돈이면 융자 갚는데 좀 보태던가;

남편: 이거 내 돈이랬지 신경꺼

남의 핸드폰은 왜 보고 난리야

저: 아니 담달부터 용돈 25로 하던지

싫으면 200 정도만 융자 갚는데 써

남편: 너 사람 승질나게 할래?

내 용돈은 무조건 30이고

이 돈 내 맘대로 다 쓸거니까 신경꺼

저: 아니 작은 돈이 아니잖아;

아무리 용돈 모은거라고 해도

그정도면 부부끼리 상의하는게 맞지

남편: 됐고 할말 없으니까 말 걸지마

이거 건드릴 생각도 하지말고

이거 건드리면 월급 통장 내 다른 계좌로 바꿔서 받고

너한텐 이제 생활비 줄테니까 그렇게 알아

가계부도 다 쓰게 할거니까

저: 얘기가 왜 그렇게 되는데?

남편: 내가 너 살림살이 좀 헤프게 써도

내가 아무말도 안했어 너가 주부니까

너 믿고 맡긴거고 너도 스트레스 받는거 아니까

서로 안건드리는 부분이 있는데

왜 내 용돈 모은걸 너가 관여할라고 해

내가 삥땅친 것도 아니고 용돈 모은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고 신경꺼 그냥.

이러더니 옷입고 나갔습니다

물론 남편말 다 맞는 말인거 압니다

근데 아직 융자도 1억 정도 남았는데

가장으로써 일부분이라도 갚을 수 있는거 아닌가요?

아니면 500이면 세식구

여름에 어디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올 수 있는 돈인데,

(신혼 이후 해외여행 한번도 안갔음)

방금 친구랑 술한잔 먹고 들어온다고 톡 왔는데

저녁에 어떻게 잘 구슬릴 방법 없을까요?

물론 제가 관여해선 안된다고 생각은 드는데

돈이 500이 작은 돈이 아니잖아요;

신경을 안 쓸수가 없습니다.

+추가

글쓰고 어느정도 욕은 먹을 줄 알았지만

다들 여유가 넘치시나보네요

다들 얼마나 넉넉하게 사시는 줄은 몰라도

저희 가족한테는 큰 돈입니다.

남편 한달 월급이 실수령 400정도 되고

한달 월급이 넘는 돈이니 크죠..

그래서 어차피 쓸 돈이면

가족한테 의미있게 써줬으면 하는 바램이고요

컴퓨터에 남편 공인인증서 있어서

들어가서 확인했더니

매달 10만원씩 용돈만 모은건 맞네요.

상여금이나 뭐 그런 돈에서

빼돌렸단 생각은 했었는데

4년 넘게 착실히도 모아뒀습니다.

근데 아까 낮에 나가자마자

친한 친구들한테 돈을 다 보내뒀네요

제가 빼갈까봐 그런건지

20만원 빼고 싹 비워뒀습니다.

++추가

그저께 남편 비상금 알았다던 사람입니다

깜빡 잊고 있다가

오늘 시간나서 들어왔더니 제 욕이 엄청나게 많네요;

해명글 좀 써보겠습니다

전 태어나서 일을 해본적이 없어요

대학교 졸업하고 면접 좀 보다가

남편이 하도 결혼하자고 해서 결혼했고요

일하지 말고 집에만 있으라고 한 것도 남편입니다

그래서 어디 일하러 나가는데

좀 망설임이 상당히 큽니다

내가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직장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상하관계 이런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큽니다

그리고 애 유치원 보내고도 할일 많습니다

집청소 빨래 남들 다 하는 살림

저만 하는 건 아니겠지만

제가 손도 느리고 몸도 안 좋아서

좀 쉬엄쉬엄 하는건 있어도

그렇다고 애 유치원 보내고

브런치나 카페에 가는 그런 골빈 사람은 아닙니다

유치원 엄마들하고도 별로 안친하고요

키즈카페 가도 저랑 애랑 둘이서 놀지

다른 엄마랑 어울린 적도 없습니다

여러분 말 듣고나니까

제가 살림을 좀 아껴써서 돈 따로 모을게요

남편 돈 안 건들겠습니다

순간적으로 그 돈 욕심나긴 한건 사실이지만

나가서 제가 벌기는 좀 힘들거 같고

그냥 아껴쓰고 남편 내조 잘하고

애기 건강하게 키울 수 밖에 없네요

제 상황에선요.

뭐 암튼 욕 해주신 분들 말 잘 알겠습니다

제가 고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