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면 이상한 사람 많이 본다던데
나도 이상한 사람 많이 봤다.
1.병장을 사랑한 상병
나 자대배치 받았을 때
남자인데도 예쁘게 생긴 병장 한명이 있었는데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다 병장 전역날이 왔는데
상병 하나가 진심 서럽게 울길래
이때는 아 정이 깊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상병의 행동이 점점 이상했다
전역한 병장한테 계속 전화걸다가
결국 병장이 전화 안받으니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그걸 모두가 보고 안쓰러워해서
누가 외출 나가서 아이돌 브로마이드를 사왔는데
그 아이돌이 티비에 나오면
하던걸 멈추고 집중할 정도로
상병이 제일 좋아하는 아이돌이라
그걸 상병 침상 벽쪽에 뙇 붙여줬다.
그런데 상병이 들어와서 그 브로마이드를 보더니
아이돌 얼굴 부분을 어루만지기길래
음 역시 이 아이돌 좋아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상병이 해맑게 나한테 묻더라
“얘 ㅇㅇㅇ 병장님 닮았지 않냐?
여기 턱선이랑 여기 눈매랑..”
이 인간은 아이돌을 좋아하는게 아니었다.
2.사회에서 마검사를 했다는 후임
후임이 들어왔다.
나는 후임을 기대하고 있었음
옆 소대 김연아 후임이 너무 부러웠기 때문에.
김연아 후임이 뭐냐면
선임 “너 스포츠 선수 중 누가 제일 좋냐?”
후임 “김연아입니다!”
선임 “오~ 해봐.”
후임 “넵! 트리플악셀! 뾸로로로로롱!”
선임 “와 이새끼 에이스네 망설임이 없어”
난 그런 독특한 캐릭터가 너무 부러웠다
그리고 후임이 들어왔다
“야 너 밖에서 뭐했냐”
“예! 저는 마검사였습니다!”
혼란스러웠다.
마검사?
마검사라고?
나 군대있는 사이에 인간세상에서 게이트 열림?
군대에선 정보통제되고 있던거임?
그래서 마검사가 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후임이 마치 페이커가 눈감고
턱 든 사진같은 표정으로 양팔을 활짤 펼치더니 말했다
“저는 ㅇㅇㅇ 게임에서 최강의 마검사였습니다.
그 누구도 절 이길 수 없었습니다”
그 진심인 모습에 아찔하더라
하지만 게임에선 최강 마검사라 할지라도
군대에선 폐급 그 자체였으므로
항상 갈굼을 먹었는데
어느날 갈굼을 먹던 마검사가
털썩 드러누워서 흐느끼며
중얼거린 말이 최고의 명대사가 되었는데
“내 ㅁㅁㅁㅁ(무기이름) 만 있었다면..”
그야말로 모든 능력을 잃고
절망에 빠진 마검사의 모습 그 자체였다
아니 그냥 미친놈이었다
3.전직 특수부대원 후임
옆소대에 새로운 후임이 들어왔다.
걔는 서든어택 대회 랭커라고 자신있게 밝혔다.
자신은 서든어택을 잘하니까 군생활도 잘할 수 있다고.
중대장은 매우 기대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옆소대 애들이 마검사랑 바꿔달라더라.
4.미투 축구 사건
옆중대에 사이 안 좋기로 유명한 두명이 있었는데
어느날 옆중대에서 축구를 하다가
축구 중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고
해당 두명이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갔다는 것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더운 날 서로 웃통 까고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축구에서 승리한 뒤 너무나 기뻐
사이가 좋지 않았던 그 둘 마저
웃통을 벗은 채 땀투성이로 서로를 끌어안았는데
막상 끌어안았더니
서로 미묘하게 어색한 감정을 느꼈고
그 모습이 이상하게 에로하게 보였단다
결국 놀림을 받던 그 둘은
저새끼가 땀냄새를 맡았다
저새끼가 내 유두를 건드렸다 라는 식으로
서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일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둘다 쌍방 성추행으로 영창을 갔다.
5.말 한마디에 칼전역 당했다는 전설의 이웃부대 일병
이건 이웃부대 썰인데 워낙 유명해서 기억난다
gp 배치를 들어가는데
소대장이 gp일을 일병에게 가르쳐주며
이해를 잘 했는지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일병이
지금 현 상태의 gp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고
무슨 문제가 있냐고 소대장이 묻자
만약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사고가 터질 수 있는 구조라고,
만약 자신이라면 이렇게 이렇게 해서
무기를 탈취하고 이렇게 이렇게 해서
이렇게 모두를 죽일거고 이런 전략을 사용해
자신을 잡으러 오는 부대를 격멸하여
최소 몇십명은 혼자서 죽일거라고 말했다더라.
전역당했다더라.
6.지능이 강아지 수준인 후임
후임이 또 들어왔다.
하지만 대우주의 의지인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이번에도 지능이 낮은 후임이 들어왔다.
이쪽은 사칙연산과 구구단은 된다.
덧셈 뺄셈이 불가능한 지능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언어능력이었다.
대충 이 정도의 언어능력이었는데
상병 “야 진지공사 어떻게 해놓으래? 비오면 어떻게 해?”
나 “그냥 현장 판단 중시해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내려오라는데요?”
상병 “오 좋네.”
후임 “현장이 무슨 뜻입니까? 판단이 뭡니까?
중시는 무슨 말입니까?
군대는 말이 너무 어렵습니다”
상병 “그게 군대 용어냐?”
결국 얘는 매일매일 강제로
수필잡지 글 하나씩 소리내 읽게 만들었다
세달 정도 지나니까 비로소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더라
7.업적작 마스터
인원이 더 들어올 예정이 없는데
다른부대에서 튕긴 사람이 들어왔다
대대장이 나랑 상병을 불렀다
이 병은 단 4일만 있다가 위로 가서 전역할 예정이니
친절하게 잘 대해주라고
안그러면 니들은 뒤진다고
뭐지?
너무 궁금해서 걔한테 왜 멀쩡해보이는데 전역함?
그리고 전역할건데 왜 여기 온거임? 하고 물었다.
그러니까 걔가 웃으면서
“저는 이 사단의 모든 부대를 다 경험해봤습니다.
대대, 연대, 본부 직할대까지 하나하나씩 전부..
하지만 이 부대만은 경험해보지 못해서요.
어차피 전역할거지만
딱 하나 모르는 부대가 있다는게 아쉽잖아요?
그래서 체험해보러 왔습니다.”
아 이건 건드리면 안되는 유형이다
상병과 나는 섬뜩해졌다
업적작 마스터가 군용버스를 타고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마검사가 말했다
“제 라이벌 중에서도 저런 녀석들이 있었습니다.
업적에 집착하며 과시하는 어리석은 자들요
그들은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모릅니다.”
마검사의 중2병은
내가 전역하는 날까지 치료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