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싸움만 하던 일진이랑 친해지자마자 공부 시켜서 대학 보냄.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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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우리 학교 짱이랑 같은 반이 된적이 있었음.

공부는 당연히 안했고

툭하면 싸우고 애들 삥도 뜯는 그런 애.

근데 보통 짱이랑은 달랐던게

항상 혼자 다니고 말도 없고

요즘 말로하면 아싸 느낌?

아무나 잡고 싸우는게 아니라

약한 애들 괴롭히는 양아치나

싸움 잘한다고 애들한테 위협하는 애들 있으면

자기 일도 아닌데 나서서 싸우고 그랬음.

나 같은 평범한 애들을

때리거나 괴롭히지는 않았는데

항상 돈이 없었던건지 삥을 뜯긴 했음.

하루에 딱 한명에게 천원씩.

말은 빌려달라고 하는 거였지만

솔직히 다들 받을 생각은 안하고 줌.

그래도 당시 학생수가 한반에 60명 가까이 되니까

많이 뜯겨봐야 두 세달에 한번 정도였고

(다른반 애들한테도 빌림)

없다고 하면 딱히 뭐라고 하진 않고

알았다고 하고 그냥 넘어갔었음.

그리고 우리학교 애들이

다른 학교 애들한테 맞거나 삥 뜯겼단 얘기 들으면

따지지도 않고

그놈 찾아가서 싸우고 오고 그랬음.

내가 얘랑 고1때부터 계속 같은 반이었는데

어린 내 눈엔 동급생 친구라기 보단

뭔가 무서운 형 같은 느낌이었다고 해야하나

1,2학년이 지날 때까지

딱히 얘랑 대화를 해본 적도 없었고

그래서 집안 사정이나

가족 관계에 대해 전혀 몰랐음.

단지 시골에서 살다가

서울로 유학겸 상경해서

외삼촌 집에서 학교 다닌다는 것만

대충 다른 애한테 들어서 알고 있던 상태.

그러던 고3이 되고 얼마되지 않은 봄에

내가 몸살이 심해서 5교시가 끝나고

선생님께 말하고 조퇴를 하게 됨.

집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웬 아주머니가 튀어나오시더니

날 붙잡고 뭐라뭐라 웅얼 거리셨음.

그러면서 무슨 종이를 내미는데

보니까 우리학교 이름, 주소가 적혀있었고

난 순간 이 아주머니의 웅얼거림과

행동을 보고는

말을 못하시는 분이란 걸 바로 알게 됨.

왜냐면 어릴 때 시골에 가면

항상 작은 이모 집에 들렸었는데

나보다 형이였던 이모 아들이 말을 못했음.

그래도 만날 때면 항상 같이 재밌게 놀고

나한테도 잘해주던 형이라

참 친하게 지냈었음.

암튼 그 형 때문에 난 이 아주머니가

말을 못하시는 분이란걸 단번에 알았음.

그래서 학교 가는 길을 잘 설명해드렸는데

알았다고 고개는 끄덕이셨지만

여기서 학교까지

걸어서 10분은 넘게 가야했었고

중간에 골목길도 찾아야했기에

그냥 제가 안내해드리겠다고

저만 따라오시라고 말씀 드리니까

고맙다며 내 손을 잡으시면서

몇번이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셨음.

아주머니가 큰 보따리를 두개나 갖고 계셔서

하나는 제가 들어드릴게요 하고

같이 학교로 향했음.

그렇게 학교에 도착해서는

“아주머니 이제 어디로 가면 돼요?

교무실로 가실거에요?

아니면 누구 찾아드려요?” 라고 하니

아주머니가 품에서 종이 몇장을 꺼내심.

하나는 편지 봉투로 “선생님께”

라고 쓰여있었고

나머지 세장은 종이 달력을 잘라 만든 메모지였는데

각각 다른색 볼펜으로 글이 쓰여있었음.

첫번째 빨간 글씨는

아까 처음 나에게 보여준 우리 학교 이름 주소였고

두번째 파란 글씨는

‘서울 동대문구 xxxx’ 라는 집 주소였고

세번째 검정 글씨는

“3학년 9반 xxx” 라고 적혀있었음.

3학년 9반은 우리반이고

xxx은 위에 말한 우리반 짱이었음.

순간 난 이 아주머니가 글을 모르신다는 점과

xxx의 어머니란 걸 깨닫게 됨.

그래서

“아주머니 xx이 어머니세요?

저 xx이랑 같은반이에요!” 라고 하니

엄청 반가워 하시며 내 손을 토닥토닥 해주셨음.

학기초라 진로 상담으로

학부모 면담을 하던 시기였고

전주엔 우리 어머니도 다녀가셔서

그 때문에 오신거라 짐작할 수 있었음.

“어머니, 선생님 면담하러 오셨어요?

담임선생님 계시는 교무실로 가면 될까요?”

라고 말씀드리니

너무 기뻐하시면서 고개를 끄덕끄덕이셨음.

그래서 아주머니를 모시고

교무실로 가서 담임선생님을 뵙게 해드렸음.

선생님도 처음엔 당황하셨지만

빠르게 상황 판단 하신 눈치였음.

그리고 아주머니가 아까

“선생님께” 라고 좋은 필체로 적혀있던

편지봉투를 꺼내서 선생님께 드렸음.

선생님께선 조금 읽더니

나보고 그 녀석을 데리고 오라고 했음.

그때가 7교시 수업중이었는데

교실로 가서 수업중이시던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녀석을 데리고 교무실로 향했음.

너네 어머니 오셨다고 말하니

녀석이 많이 놀라고 걱정한 눈치였음.

그렇게 교무실로 가는데

문득 봤더니 녀석 셔츠에 피가 살짝 묻어있었음.

하필 아까 점심 시간에

다른반 애랑 싸움이 있었는데

그때 코피가 좀 났던게 셔츠에 묻었던 거였음.

평상시에 대화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야 너 옷에 피! 그거 보면 어머니 걱정하시겠다

내꺼랑 바꿔 입자”

라고 말하니 멀뚱히 눈을 크게 뜨고

날 쳐다만 보길래

나도 모르게 옷을 벗으면서

“뭐해 빨리 벗어” 라고 소리쳤음.

그러자 녀석도 옷을 벗고

서로 바꿔입은 채로 교무실로 갔음.

가자마자 아주머니는

녀석을 껴안고 우셨음.

한참을 그렇게 우시더니

손으로 수화 같은 걸 하셨는데

녀석이 그런 어머니에 맞춰서

수화를 하는 걸 보고 난 많이 놀랬음.

수화를 하던 모습이

평상시 내가 알던 녀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음.

그리고 아주머니가 가져오신 큰 보따리에는

선생님들 드시라고 음식을 준비해오셨던 거였음.

아주 작고 마르신 아주머니가

그 무거운 보따리를 두개나 들고

여기까지 오셨다는게 뭔가 뭉클했는데

암튼 나도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잠깐 보고있다가 집으로 돌아갔음.

가는 길에 기분이 울컥하고

이상하고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음.

다음날 학교에 가니 녀석이 날 불렀음.

그리곤

“야 어제 고맙다 엄마가 너무 고맙대.

너도 봐서 알지만 우리 엄마 말 못하셔.

더군다나 글도 모르시는 분이

어제 말도 없이 서울 올라오셨다가

혼자 몇시간을 헤매셨는데

너 덕분에 학교까지 올 수 있었다고

너무 고맙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만원짜리 한장을 꺼내더니 나한테 주면서

“우리 엄마가 너 주래.

직접 맛있는 거 해주고 싶다고 하셨는데

오늘 시골 내려가야해서

이걸로 맛있는 거라도 사먹으라고 주셨어”

하며 돈을 주는데

이게 뭔가 받기가 좀 그랬음.

어머니 행색이나 뭐 이런거 보면

여유 있는 집은 아닌듯 했기 때문에

“그냥 당연한 일 한건데 됐어

너 필요한데 써” 라고 말하니까

녀석이 좀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그리고 어제 셔츠 고맙다.

그거 빨아서 널어놨는데 내일 갖다 줄게.

아님 그럼 너 뭐 필요한거나 바라는거 있냐?

내가 해줄 수 있는거면 해줄게”

라고 말했음.

그런데 지금 생각해도

내가 왜 그렇게 말했는진 나도 알 수 없는데

“바라는거? 그럼 같이 대학가자”

라고 말했음.

그러니까 녀석이 놀라면서

“뭔소리야” 라고 하더니

이내 “미친” 이라면서 웃음이 터졌고

내가

“일년 공부하면 충분히 가.

같이 대학가서 놀자” 라고 말했음.

왜 그렇게 말했는진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지만

그냥 전날과 그날의 녀석 모습에

친해지고 싶었던 거 같음.

그런데 그날 이후로 내 자리로 오기 시작하더니

진짜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음.

수업 못 알아듣는데 그래도 열심히 듣고

같이 독서실도 다니고

서울역에 있던 단과 학원도 다니면서

고3동안 아주 아주 친해짐.

솔직히 나도 공부를 좋아해서 한게 아니라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사년제 대학은 꼭 가야된다고 매번 말해와서

억지로 공부하던 상황이었음.

그래도 얘랑 공부하면서

조금은 즐겁게 공부하고 그랬던 것 같음.

역시 둘다 그해 수능 성적이 안 좋아서

같이 재수를 했음.

그러면서 여름엔 녀석 시골 고향집에 가서

한달정도 여행도 하고

어머니 농사일도 도와드리고

산이며 개울에서 놀고 낚시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지냈고

결국 같은 대학까지 가면서

지금까지 25년을 절친으로 지냈음.

가끔 내 덕분에 대학도 가서

지금 밥 안 굶고 산다고 농담도 자주 했는데

녀석 어머니 살아계셨을 때

언제나 진심으로 나에게 고마워 하셨고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잘해주셨음.

글 쓰다보니 이 친구 처음 만났던 생각에

글이 엄청 길어졌는데

지금 건강이 안 좋아서 병원에 있는 친구가

다시금 그날, 처음 대화 했던 그날처럼

건강하고 멋진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음.

정말 사람 좋고

나랑 지내면서 어려운 분들도 정말 많이 도왔고

좋은 일도 많이 하는 멋진 친구임.

같이 기도 한번만 해주면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