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해진 회사 후배가 있는데
키가 185정도 되고 팔다리도 엄청 깁니다.
정준하나 운동선수 처럼 큰게 아니라
차은우처럼 얄상하게 크고
얼굴도 조각만한 친구입니다.
어깨도 넓고 옷도 잘 입습니다.
그냥 딱 봐도 여자들이 좋아하게 생겼습니다.
어쩌다보니 요새 그 친구와 가까워져서
어제 술을 한잔하게 되었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술을 마시던 중
우연히 그 친구의 카톡창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부러 보려던건 아니었고
그냥 그 친구가 카톡을 확인한다고
카톡 창을 열었던 것을 무의식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깜짝 놀랬습니다.
첫번째 대화방부터
핸드폰 화면 가득 전부 다른 여자였습니다.
각기 다른 여자들한테 온 카톡이었는데
그 친구가 읽지를 않고 있더라고요.
대부분 “오빠 뭐해요”
“오빠 왜케 답장이 느려요ㅋㅋ”
“오빠 저 심심해요”
뭐 이런 카톡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후배는 얼마 전에 오래 만나던 여자친구와 정리를 하고
지금은 잠시 휴식기를 취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제가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이거 다 뭐냐고ㅎㅎ
그러니까 하는 말이
“선배님 그냥 제가 안해도 카톡이 이렇게 와요..
아침에도 오고, 점심에도 오고
저녁 때도 오고, 똥쌀 때도 오고, 밥 먹을 때도 오고”
그냥 수많은 여자들한테 카톡이 온다하더라고요.
특별히 자기가 먼저 관심을 드러내거나
딱히 그런 것도 아니랍니다.
그냥 속해있는 모임이나
대학시절 동아리, 예전 알바할 때 친해진 무리
뭐 이런 모임에서 만난 여자들이
답장을 안해도 연락이 안 끊긴다고 하더라고요.
단톡에서는 말을 안하는데
본인에게만 그렇게 카톡을 한답니다.
제가 놀랐던건 거기에 제 여자동기도 있었습니다.
동기들 사이에서 진짜 조용하고,
동기 모임도 잘 안 나오는 친군데,
이 후배한텐
“XX씨 오늘은 친구들 안 만나요?”
이렇게요.
진짜 이걸 보면서 후배가 참 대단해보였습니다.
“선배님 비밀로 해주십시오.
XX선배랑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자들이 선톡 못한다는 건 거짓말이구나
선톡을 못 한다는 건
나 같은 사람이나 평범한 남자들한테 안한다는 얘기구나.
이날 예쁜 여자보다 더 우위에 있는게
키크고 훈훈한 남자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날 술에 잔뜩 취해서 집에 오는데
저의 20대 대학생활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삶이 주마등 처럼 스쳐지나가더라고요.
전 연애를 한번 하기 위해
정말 미친듯이 노력했었거든요.
전 잘생기지도 않았고
키도 170 초반에 아주 평범한 남자인데
대학 들어가고 여자친구 만나고 싶어서
정말 부단히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까인 것도 진짜 많이 까였고요.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겨서
슬쩍 다가갔다가 바로 철벽방어 당했을 때
그날 소주로 마음을 달래야 하는 상황.
남자들은 많이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여자친구를 만나고 난 이후에도
진짜 노력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기념일 다 세심하게 챙기고,
데이트 할 때는 항상 동선 짜서 나가고
데이트 비용도 정말 많이 쓰고.
저 같은 평범한 남자들이
20-30대를 지나면서 겪어야 하는
어떤 숙명 같은 일이라 생각했거든요.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그렇게 해도 안 아까워’
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어쩌면 저 같은 사람들이
자기 위로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 같네요.
졸업하고 회사원이 된 후에는
솔직히 이전보다 한결 연애는 쉬웠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처럼 어린 마음에
여자한테 안절부절 못하고
어설펐던 모습들도 사라졌던 것 같고
그냥 싫으면 말던지 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입이 벌어지는 미녀를
만나거나 그런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저처럼 평범한 여자친구들을 만났어요.
반추해보면 평범남과 평범녀가 만나면
평범녀가 연애에 있어 항상 우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 여자친구들을 생각해보면
항상 다 착하고 주변사람한테도 잘하는데
저한테만 못되게 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매력이 없어서였겠죠.
어제 후배 카톡에
그 많은 여자들의 프로필 사진도 보게 되었는데
참 이쁜 여자들도 많더라고요.
저에게는 단 한번도 기회가 오지 않고,
앞으로도 오지 않을 여자들.
돈을 많이 벌어서 돈으로 매력을 뽐내는게 아니라
정말 수컷이 가질 수 있는,
날것의 남성 그 자체, 그 무한한 매력으로
그 예쁜 여자들에게서 선톡을 받는 후배가
너무나도 부러웠습니다.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지금 여자친구는 나를 왜 만날까 라는
나쁜 생각도 들었습니다.
길에 가면 잘생긴 친구들도 많고,
내 여자친구도 어제 같이 술 마신
그 후배 같은 남자를 한번쯤은 만나보고 싶을텐데.
하는 못난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요즘은 외모가 부족해도
매력만 있어도 된다고 하지만 거짓말 같습니다.
인간 삶의 80%는 외모가 결정하는 것 같네요.
이래저래 생각도 많아지고
우울감 마저도 드는데 그냥 일찍 잠이나 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