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녔던 중학교에
김O병 선생님이라고 있었음
이 선생님이 평소엔 유쾌한데
화나면 단소두께 회초리로 맨날 애들 두들겨 팼음.
물론 맞을 짓을 한 놈들만 팸.
특히 나도 매점에서 파는
소세지에 붙어있는 스티커 씰로
책상 도배했다가 오질나게 맞은 적이 있고
이 선생님한테 안 맞아본 애를 찾기 힘들 정도였음
오죽하면 중2병 제대로 온 일진 애들도
이 선생님한테 개맞듯이 맞고 정신 차린 애들도 있음.
그래도 평소엔 싹싹하고
묘하게 정을 주시는 선생님이라서
일진애들도 그 선생님 앞에서는 공손해지고
쓰담 당하는 강아지 마냥 헥헥 거림.
암튼 본론으로 들어가면
어릴 때 우리집은 부유하지 않았음.
그래도 집안 사정을 잘 아니까
뭐 사달라고 조른 적은 없었고
그냥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는 어머니한테 감사했음.
어려운 집안 사정에
공부로 기죽지 말라고 학원도 보내주셨는데
할 일은 다 하신거지.
근데 결국 난 학원에서 오히려 공부 안 된다고 때려침
어머도 ㅇㅋ 함.
사실 어머니가 학원비에 부담 가지실까봐 거짓말한거임.
아, 아버지는 참고로 9살인가 10살에 돌아가심.
이 선생님이 내가 중3때 담임이 됨.
저 선생님이 맨날 몽둥이 버전체인지 해가면서
애들 줘패며 잡아도,
매일 하루에 한번씩
애들 부모님에게 전화해가며 안부 전하고 그랬음.
그러면서 뭐 가정환경 다 듣는 거지.
갑자기 어느날 내가 교무실로 불려감.
친구놈들은 이샠키 또 맞네 ㅋㅋ 이지랄 하는데,
난 내가 뭐 잘못했나? 생각하면서 감.
갔더니 선생님이 또 버전체인지한 몽둥이 손질하면서
나더러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으래.
당시 선생님 자리가 구석쪽이었음
솔직히 맞으러 가는거 말곤
교무실에 갈일이 없었으니까 좀 긴장했었음.
이 선생님이 왜 날 불렀나
저 몽둥이로 오늘 내 다리 분지르려고 하나. 싶고
그때 나랑 친했던 국어선생님이 한분 있었는데
국어선생님이
“난 담배피러 가야겠다 애 너무 잡지마요 ㅋㅋ”
하면서 자리까지 비켜주길래 미친듯이 긴장하고 있었음.
근데 예상과는 다르게
선생님이 편지봉투 크기의
노란색 봉투를 건네주는 거임.
담임: 야 받아.
나: ??
담임: 나 팔 아픈데 안 받고 뭐하냐. 새끼야.
받았더니 좀 뭔가 들어있음
10만원 들어있더라.
당시 2000년대니까
중딩 학생에게는 진짜 큰 돈이었음.
담임: 닌 시바 성적이 그게 뭐냐?
그걸로 책사서 공부하고
남는건 매점에서 뭘 사먹던지 니 맘대로 해 인마.
그거 받고 교실로 돌아와서
야 몇 대 맞음?ㅋㅋㅋ 거리는 애들 무시하고
학교 끝날 때까지 진짜 멍 때리다가
서점가서 우공비였나
그 학습지 몇 권 산 뒤,
분식집에서 핫도그랑 떡볶이랑 순대사서 집으로 돌아감.
순대는 나 먹고 싶은게 아니라
엄마가 좋아해서 사갔는데
웬 순대냐고 했는데 그냥 오는 길에 샀다고 함.
방에서 멍때리며 핫도그랑 떡볶이 먹다가
갑자기 눈물이 미친듯이 터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던 것 같음.
솔직히 공부 포기했었고 대학갈 이유도 없고
성인되면 공장 들어가서
어머니 대신 내가 돈 벌고 싶었는데
이날 이후로 공부 열심히 했음.
이 선생님한테 받은 10만원 갚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 아니었나 생각듬
그냥 그 시대 당시에는
이새끼가 선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뒷돈받는 작자들도 있었지만
인생을 바뀌게 해준
이런 분도 있다는 것도 말하고 싶었음.
돈 줬다고 좋은 선생님이라는 게 아니라 뭐랄까,
학생한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는 선생님이라
좋았던 것 같음.
그래도 맞을 짓을 하면 때리던 선생님임
당시 선생님이 쓰시던 무기가 이런 느낌이었음
과장없이 한대 맞아도 곡소리 저절로 나오고 그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