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다니는 30대 초반 남자다.
어머니랑 둘이 서울 전세 살고있고,
아버지랑은 10년 전쯤 이혼했다.
오늘 이른 저녁에 전화오더라,
미안하다고.
술 먹고 전화한건지 울먹이더라.
내가 전화로 그랬다.
“미안한건 알겠다. 미안해 하는건 아는데,
이제와서 너무 늦었고 달라질 건 없다.
나도 아버지한테 딱 하나만 부탁한다.
나한테 민폐끼치지 말라고,
남들처럼 결혼 한다 할때 뭐 자식한테 보태주거나,
아버지로서 자식에게 보여야할 모범이나
도움은 바란적 단 한번도 없다.
그냥 죽은 듯이 살아라, 아파도 연락하지 말고
죽어도 나한테 피해가지 않게 조용히 사라지라라고,
나는 밖에서 누가 물어보면,
아버지 10년전에 죽었다 라고 말하고 다닌다,
그냥 처 자식 다 죽었다고 생각해라,
나도 아버진 10년전에 죽었다고 생각하고 산다”
라고 말하고 끊었다.
10년전에 우리 부모님은 이혼했다.
대충 나 군대 전역할 때 쯤이었다.
그때 당시 집에 가스랑 전기가 끊겼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부모님 사이가 안 좋았다.
물론 가정형편 박살났는데
부부금술 좋을리도 없지만..
그때 엄마가 신용불량자 되어서
은행 거래가 중지되었는데
우리 누나가 방학동안 지방 숙식공장가서 번 돈
200만원을 아빠란 사람통장으로 보냈는데,
그 돈을 가지고 일주일정도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나중에 알고보니 내연녀랑
그 돈으로 일주일동안 여행 다녀온거였다.
엄마가 수소문으로 그 내연녀 집에가서
내연녀랑 머리 쥐어뜯고 싸웠는데,
그 모습을 그 내연녀 자식이 봤나보다,
그때 아빠란 자가 그랬단다
“애비 없는 애들 불쌍한데 그 앞에서 그래야했냐”
라고, 엄마가 울면서 그랬단다,
“당신 24살의 딸이 돈 없어서 대학도 휴학하고
지방 공장에서 숙식으로 번 돈이다
당신 자식은 안 불쌍하고
남의 자식은 불쌍하냐”고..
이전부터 이혼 사유야 차고 넘쳤지고,
(경제적 무능과 지속적 외도)
가정형편 박살나고 신용불량 되고
카드 돌려막기로 사는 건 참을수 있었어도,
“이 남자한텐 자기 자식이 중요하지 않다”
라는게 확신이 들자마자 이혼을 결심했단다.
내 아빠란 자는 자영업을 했는데,
사람쓰고 차 굴리면서 운용비로 돈을 꽤 쓰고다녔다.
그렇게 돈을 써서 그 이상으로 돈을 벌면 문제가 없는데,
문제는 집에 돈을 안 가져왔다.
돈을 못 버는 건지 돈을 안 가져다주는 건지..
내가 아버지란 사람한테
왜 집에다 돈은 안 주는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너네 엄마가 싫어서”라고 했다.
그런데 여자끼고 술먹고
동창들, 동네 동생들한테 술 사주는건 빠짐없어서
돈이란 돈은 다 밖으로 돌고,
그때 성병도 엄마한테 옮겨서,
엄마가 2년인가 주방일을 못했다
(당시 우리 엄마 요양병원에서 조리사했었음)
그렇게 이혼하고
나 대학 다니면서 취업할 때까지,
엄마, 나, 누나
이렇게 빌라 월세 반지하 살았다.
현관문 밖에 신발장있고,
비 많이오면 물 들어와서
거기살던 4년동안 물 한 5번인가 들어왔다.
이제 나 괜찮은 직장 다니면서 돈도 벌고,
우리 어머니도 주방일로서는
꽤나 좋은 국가기관에서 일다니기 시작해서
그래도 살림은 어느정도 폈다..
이젠 비올 때마다 물 들이칠 걱정 안해도 되고,
그래도 최소한 아는 사람 집에 데리고 올 정도는 되었다.
아버지란 사람한테 전화오기 전까진
나도 결혼이란게 하고 싶단 생각이 있었는데
전화 받고 난 뒤로 현실을 다시 깨달았다.
아버지는 사실상 신용불량자에 직장도 없고
최소한의 국민연금도 없어,
노후준비도 되지 않은 사실상 반 노숙자더라.
피는 못 속인다고
혹시나 나도 결혼하면
아버지란 사람처럼 변하게 될까봐
그게 두려워서 결혼 생각 아예 접었다.
그냥 우리 엄마랑 평생 살 생각이다.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전화를 한걸까,
잊고 잘 살고 있었는데.
내 팔자가 ㅅ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