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살 때 부모님이 이혼해서
아빠랑 새엄마랑 살았었어
그리고 11살때 아빠의 외도로
새엄마 새아빠와 살게 되었지
완전 콩가루 집안이지 않냐?
어떻게 새엄마와 새아빠랑 살 수가 있냐고.
그리고 새엄마 새아빠가 돈도 다 말아먹고
빚? 내가 알기로 지금도 17억이 넘게 있어
물론 면사무소 가면 재산위임거부?
아무튼 그런 서류를 작성하면 나한테 위임이 안되더라고
아마 그때부터 마음의 문을 닫았던 것 같음
부모님과 이야기도 잘 하지않았고
공부도 안했지
소풍이나 이런데 김밥도 못 싸갔었고
그 돈 못 낸다고 선생님한테 맞기도 했으니까
어린나이에 완전 망가져버리더라고.
중학교 내내 왕따 당했는데
고등학교 올라가면 다르겠지 싶었더니
고등학교도 똑같더라
그렇게 며칠 다니지도 않고 자퇴했어
어린 나이에 많이 방황도 했어
진짜 우울증 때문에 잘못된 선택도 많이했고
병원에도 많이 갔었어
단지 친엄마가 보고싶다던가
그런 정도의 아픔이 아니라
그냥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기분
친구들이 엄마 이야기 할 때나
아빠가 뭐 사줬다고 할 때
계속 움츠려 들고 나도 모르게 작아지거든
근데 18살 때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어서
내가 꼭 성공하잔 생각을 했어
그렇게 해서 검정고시를 알게 되었어
그때 처음이라 책을 어떤 거를 사야될지 몰라서
우선 인터넷에서 들어갔더니
검정고시는 8과목이더라고
근데 8과목 중에
필수과목이 국어 영어 수학 국사 사회 과학이길래
선택과목을 가정과학 도덕으로 했지
근데 책을 다 살라니까 11만원이더라
근데 나한테 11만원이 없었거든
그래서 우선 기출문제를 보기로 했어
안사도 될건 안 살려고.
국어 같은 경우 솔직히 필요 없었고
수학도 10가나면 되고
외국어도 영단어장만 있으면 되고
국사 사회 과학 도덕 기술 가정만 사면 5만원이더라
근데 그 돈도 없어가지고
그 때 전단지를 5일 뿌려가지고
접수비까지 해서 다 접수하고 오는데
왠지 모르게 뿌듯해서
내가 뭔가 혼자 해나간다는 느낌?
그리고 저녁에 4시간씩 치킨집 배달도 했어
근데 웃긴게 치킨집 배달 할 때
그렇게 사고가 많이 나는 줄 몰랐거든
내가 신호를 잘 지켜도
옆에서 밀고 들어와가지고 발가락이 다 나갔어
철심박고 병원에 있었지
물론 내 돈 드는건 아니여서
병원에서 그냥 하루종일 공부했어
뭐 다른 사람은 노트북이다 뭐다 해서 가지고 노는데
난 그런 것도 없어서 할 것도 없었거든
그리고 내가 정확히 기억하는데
검정고시를 딱 4달 공부했거든
내가 그렇게 점수가 잘 나올지 몰랐어
평균 83이였거든
평균 60점만 맞으면 합격이야
그리고 좋은 일은 계속 온다고 해야되나?
그 때 친엄마한테 전화와서
같이 살자고 전화가 오더라고
그렇게 해서 나는 친엄마, 남동생, 여동생,
이렇게 4식구가 월세 30만원인
17평 원룸에서 살았었어
여름엔 엄청 더웠고
겨울엔 난방비 아낀다고 엄청 추웠어
엄마가 도서관 건물 청소하고 받는 돈이
한 달에 83만원이었거든
진짜 지금 생각하면
내 동생들이 너무 힘들었다고 생각해
그 예민한 나이에 급식비도 못내고
맨날 준비물도 못 사가고
40분씩 되는 거리를 걸어다니고..
83만원에서 월세 30 내고
전기세 이것저것 내면 뭐가 남겠어
그래서 내가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내 미래를 포기할 순 없잖아
그래서 생각하다가 생각하다
부사관을 가느냐 아니면 산업체를 가느냐인데
산업체는 3년이었고 부사관은 4년이었어
근데 혜택이나 수당 같은게 부사관이 더 좋더라고
그래서 부사관 시험을 준비했지
다행히 그닥 어렵진 않았어
필기는 쉽게 합격했고 실기에서 조금 애먹었지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1500m 달리기
그래도 어찌저찌 합격해서 15주간 훈련받고
자대로 배치받아서 갔는데
처음에는 엄청 무시하더라고
아무것도 모르는게 와서 지들 관리한다니까
솔직히 이해도 되고 그럴만도 했지
진짜 바로 앞에 대놓고 무시하고 욕하고
그래도 꾹꾹 참았어
이정도 참는거
내 인생에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그렇게해서 처음 받은돈이 109만 얼마였어
한달에 한번이 휴가인데
그 휴가 반납하면 10만원정도 나와
나야 거기 기숙사에서 자고
밥도 다 먹고 핸드폰도 쓸 수가 있으니까
돈 쓸일이 없어서 필요가 없으니까
바로 엄마한테 100만원 붙여드렸지
그리고 그 다음달부터 한달에 70만원 군용적금 붙고
50만원씩 엄마한테 붙여드렸고
부사관에서 지원해주는 대학이 있었어
한국방송통신대학 이라던지 사이버대학 말이야
사이버대학은 왠지
나도 모르게 이미지가 안 좋았거든
그래서 인터넷강의로 수업듣고
시험날만 학교가는 방통대를 들어가게 되었지
난 영어가 좋아서 영어영문학과를 지원했거든
근데 영어만 배우는게 아니더라고 세계사도 배우고..
아무튼 5시에 땡하면 무조건 씻고 들어와서
1시간 2시간 계속 공부했어
그래서 그 힘들다던 4년제 학사학위를 땄어
방통대는 스스로 공부해야 되고
또 시험에 따라서 학점을 주니까
졸업하기가 굉장히 힘들어
내가 차라리 수능을 공부해서 들어갔더라면
더 좋고 더 졸업하기 쉬운 대학을 들어갔을텐데 생각했지
내가 4년동안 흘린 눈물이나 고생 등등
동생들 학비 대주고 하는거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세상 흘러가는대로 그대로 항복해버리면
당장은 편하긴 하겠지
근데 그렇게 살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걸 알았거든
그리고 4년이 되고 내가 나갈 시간이 되던 때
엄청난 고민을 하게 되었어..
진급시험을 보고 말뚝을 박을까..
아니면 사회나가서 영어전공을 할까..
내가 당시 3학년이였거든
그래서 나가서 한번 해보자 했어
벌어둔 돈도 있고 퇴직금도 있으니까
우선 군용적금이 나온게 내 기억으로
3천만원 부어서 3700만원정도 탔던 거 같아
그리고 엄마가 모은 2천만원해서
5500짜리 전세를 얻었지
아마 우리 가족이 제일 행복했던 순간이 아니였나 싶어
우리집이 생긴거니까..
전세라고 해도 월세 낼 걱정도 없고..
여동생 방도 만들어주고 책상도 사줬어
그리고 방통대에서 지원해주는 학습지가 있거든
학교 다니면서 학습지를 하면 돈을 주는데
그래서 그걸로 초등학생 중학생 가르치면서
학비랑 내 용돈도 썼어
물론 다른 애들처럼 풍족하게
옷도 사입고 그렇게까진 못했지만 말이야
그리고 4학년 졸업하면서
학교에서 성실한 면을 보았나봐
그래서 4학년 졸업을 앞두고
학교에서 유학을 보내줬거든
처음 비행기 타보니까 여권도 만들어야 되지
신체검사도 해야 되지
그냥 안간다고 말 할 수도 없고 진짜 난감했어
그래도 여차저차 준비해서 시드니를 갔거든
난 시드니가 호주 수도인줄 알았어
근데 아니더라고 오페라 하우스도 보고
아무튼 내 돈은 거의 안 썼어
가서 영어에 대한 논문 같은 것도 보고
그 쪽 교수님들과 인사를 하는데 말이 안 통하잖아..
아무리 영문학과라지만 맨날 시만 해석해댔으니
대화가 될리가 있겠냐고..
아무튼 그렇게 연수를 갔다온 후에
학교가서 표창장까지 받았어
그리고 3학년 때부터 꾸준히 봐오던 토익도
810점까지 땄고
면접준비를 하나씩 해가던 중에
자격증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았거든
그래서 자격증 학교를 들어가서
워드라던지 그런거..
요즘 초등학생들도 다 있다고 하길래
6개월동안 엄청나게 공부를 해서 몇개 땄어
정보통신 관리기능사 같은 것도 따고.
그리고 졸업할 때 쯤에 이곳저곳 막 이력서를 썼지
토익점수다 호주 유학이다..
아무튼 내 인생에 도움 될만한 건 다 썼어..
근데 한가지 웃긴 걸 알려줄까?
내가 이력서 넣은곳이 한솔출판사하고
CNQ방송사하고 월마트 홍보팀이였거든?
근데 1차탈락이 하나도 없었고
다 와서 면접을 보라는거야
그리고 더 웃긴건 뭔지 아냐?
거기서 내 토익점수나 유학을 묻는게 아니라
가정상황을 물어보더라구
그리고 그때 깨달았어
토익이 몇점이니 유학을 어디 갔다왔으니 보다
니 가정 상황에 그런 걸 이뤄냈다는 걸
높이 살거라는 걸
이력서 쓸 때 가족사항 적잖아..
난 거기에 엄청 길게 적어야 할 수 밖에 없었거든
워낙 콩가루 집안이니까.
부모님이 이혼해서 새엄마가 생겼다가..
또 이혼해서 새엄마랑 새아빠랑 살았다가..
다시 친엄마랑 살았다가.. 학교도 검정고시고..
거기 CNQ 면접보시는 과장?
아무튼 여자분이 대단하다고 했어
그리고 그 다음날 한솔출판사만 빼고 2군데 합격했지
연봉도 괜찮았어
지금 CNQ방송사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고
연봉도 꽤 괜찮아
얼마전에 차도 샀고 말이지
이제 융자를 받아서 내 집을 마련하고
가족들과 살 계획이기도 하고
그리고 더 열심히 벌어서
여동생 혼수도 해줘야 되고
어머니 좋은 것도 많이 해드리고 말이지
그리고 최근 하나 꿈이 생겼는데
석사학위를 따고 박사학위를 따서
영문학 교수가 되고싶어
그랬더니 회사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하더라고.
언제부터 할거냐며 벌써부터 그러는데
내심 걱정도 되거든
교수면 학생을 가르쳐야되는데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근데 할 수 있을 거 같아
여태까지 어려운 것도 많이 해왔으니까
내 인생이야기 참 힘들고 길지?
너네도 남들과 비교하지마
100미터 달리기 하는데
50미터 앞에서 시작한 애들하고 왜 비교를 하지?
꾸준히 달려서
시작점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거야
너희들 인생 앞날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