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구걸하러 오던 노숙자 아저씨랑 친구가 되어버린 편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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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편의점 알바 잠깐 할 때 일임.

당시 우리 편의점에 오던 개진상 아저씨가 있었는데

이 아저씨랑 어쩌다 친해져서

근무 도중에 아저씨가 치킨 사오면

내 돈으로 소주 한병 산 뒤에

치킨 한두조각에 소주 두어잔 같이 먹고 그랬었다.

어디서 구걸해왔는지 오천원 들고와서

소주 한두병 사고 남은 건 너 해라! 하고 가던 그 아저씨

구걸에 실패해서 돈 없는 날이면

편의점에와서 손님들한테

천원만.. 이러고 다니던 아저씨

그럴 때마다 너 해라! 하고 줬던

동전, 지폐 꺼내서 아저씨한테 소주 사주곤 했다.

내가 하는 말은 참 잘 들었던 아저씨였는데

어느날 점장이

그냥 진상 부리면 소주 한병 쥐어서 보내면 될걸

뭘 그리 어렵게 하냐고 했었다.

나도 모른다.

그냥 저냥 지내다보니 친해져 버렸고

말동무가 필요한건지 외로웠던건지

손님 없는 시간에 딱 맞춰와서

테이블에 앉아 나를 부르곤 했었다.

쓰잘데기 없었던 대화들이 쌓이고 보니

아저씨의 인생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나름 일터에서 잔뼈가 굵었었고

돈도 나름 잘 벌었었다고 한다.

한순간의 실수로 손가락 두개를 기계에게 잡아먹히고

길거리에 천원 이천원 구걸한 뒤

소주 한두병 먹으며 지내다보니

어느덧 여기까지 왔고 나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아저씨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들이 나보고 창피하단다.

밖에서 구걸하는거 다 알고 있었나봐

모르는 줄 알았어.”

“아들이 몇살인데요?”

“18살”

“창피할만 한데요”

“그렇지?”

그러곤 입을 꾹 닫아버렸고

어색한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

담배 한개비의 재가 모두 타버렸을 무렵

아저씨는 남은 소주를 들이키고는

그대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리곤 꽤 오랜시간 아저씨를 보지 못했다.

거의 매일 같이 보던 아저씨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질 무렵

면도도 하고 머리도 감았는지

깔끔해진 아저씨가 오더니

나에게 만원을 건넸다.

“호빵 세개만 줘”

“오랜만이네요? 뭐하다 오셨어요

무슨 일 있는 줄 알았잖아요. 얼굴 까먹는 줄 알았어요.”

“이제 안올거야 남은 돈 너 써”

“왜요? 왜 안와요 뭔일 있어요?”

“나 일 다시 시작했어 술도 끊고

다시 열심히 살아봐야지.”

“아.. 좋네요 진짜 축하드려요”

“고맙다.”

하고 휙 돌아선 아저씨의 뒷모습이 낯설어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 단 한번도 아저씨를 보지못했다.

혹시나 아저씨에게 소주를 사드릴 일이 있을까

마지막으로 받았던 잔돈은

더이상 쓸 일이 없었다.

알바를 그만두며 남겨뒀던 잔돈으로 담배를 사고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눴었던

밖 테이블에 앉아 천천히 담배를 피웠다.

가끔 생각나더라 그 아저씨.

손님들한테 천원만.. 이럴 때 손잡고와서

그러지 말라니까! 하고 소주 하나 드리고

술만 먹으면 속 버린다고

안주도 가져다주고 그랬었는데.

뭐하고 지내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