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년전 일인지 모르겠네
본인은 공고 나온 개빡통임 미적분도 할줄 모름
근데도 운좋게 괜찮은 기업에 취직했음
(회사 이름은 말해도 아마 아는 놈 없을 거임)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좀 갑갑하고
약간 적응이 어려웠다는 것 정도?
고졸로 끼어든 상황이니까 좀 그렇긴 했음
그래도 이건 그냥 사람들이
다 무난하게 좋아서 금방 적응한듯
몇몇 분들이 잘해주고
밥도 사주고 해서 금방 친해졌는데
그 사람들 해병대 출신이라고 했을 때는 그러려니 했음.
사실 나도 해병대 나왔었거든
근데 귀찮은 일 생길까봐 말 안 하고 있었음
고등학고 졸업하고 병역 문제 금방 해결하고 싶어서
무지성으로 해병대로 갔었음
나름 군대 있을 때는
별일없이 적당히 무난하게 지나갔고,
아직 해병문학 그딴거 없을 시절이라
약간 욕먹거나 빠따질하거나 그런거는 있었지만
그래도 무슨 기괴한 해병 산세베리아,
이상한 인계, 해병싸가, 아쎄이 고문 그딴거는 없었음
눈치 잘봐서 적당 적당히 내 일만 하니까
그냥 무난하게 넘어갔음.
뭐 빤쓰 갈아입는거 통제해서
2주 동안 빤쓰 하나만 입고 그런거는 있었는데
이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문제는 사내에 해병 전우회가 있다는 거였음.
아니 이건 지금 생각해봐도 어이가 없는데
분명히 회사 규정에는 사내에
동문회 향우회 같은 사조직 만들면 안된다고
뻔히 명시돼있는데도 그냥 쌩까고
해병전우회 만든 다음 지들끼리 술까먹고 다니는 거임
이거 뒤늦게 알았을 때는 진짜 이마를 탁쳤다
진즉에 인사팀에 꼰질러서 폭파시키면 됐던 일인데
존나 웃긴게
나름 다 괜찮은 대학 나왔다는 인간들이
‘해병대’ 이 세 글자가 경력에 끼어있으니까
진짜 ㄹㅇ 무식해지고 미개해짐
밤새도록 술이 떡이 돼서
깨지도 않은 상태로 회사 출근은 기본에
사회인인 만큼 빠따질은 하지 않았지만
눈치는 존나 줬고
승진에도 분명히 영향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음.
왜냐면 우리 부서장이 전우회장이었으니까..
결국 부서장 눈에 잘 보이기 위해서
해병대 출신인거 스스로 밝히고
전우회 등쌀에 떠밀려서
하루가 멀다하고 아부 떨어대니까
피곤해서 실적도 안나오고,
친구, 동기들 연락이나 약속은 죄다 펑크
동호회 다니던거도 결국 점점 사이가 틀어지니까
인간적으로 점점 무너져가는게 느껴졌음.
진심 해병대 있을 때보다
전우회 생활하는게 더 힘들더라
이렇게 2년 내내 개지랄을 하면서 지내니까
진짜 육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건강이 완전히 망가져버렸음
결국 나도 못참아서..
그냥 인사팀에다 꼬질러버림.
그러고 나니까 뒤늦게 조치가 들어가더라
해병대 전우회가 있다고 하니까
그 직원 안색이 그냥 예술적으로 변해버렸음ㅋㅋㅋ
이거 꽤 큰 문제라고
금방 조사 후 조치하겠다고 해서 안심했고
나도 그날부터 그냥 전우회 연락 다 씹고
조용히 혼자 놀았음.
그러고나서 며칠 지나서
전에 상담했던 인사팀 대리가 연락왔길래
인사팀 건물로 딱 들어갔더니
상담실 안에서 대기하라길래
과자 까먹으면서 흥미진진하게 시계나 보고 있는데
갑자기 들어온 인사팀 대리랑 과장이 합세해서
내 머리를 망치로 가격했고
그대로 인사팀 건물 17층으로 끌고갔다
깨어났을 때는 이미 인사팀 과장이
몽키스패너로 내 이빨을 모조리 뽑아놨고
전우회 사람들이 빨간 빤쓰만 입은채로
우루루 몰려와서
해병싸가를 부르며 내 이름을 연호했음
주위를 돌아보니까
퇴직한줄 알았던 아저씨들
회사 때려치고 스타트업으로 이직한다고 했던 형
해외출장 간다고 했던 선배들
모두가 나랑 똑같은 꼴로 갈고리에 걸려있더라
“이름도 모르는 아쎄이 새끼가.. 감히 꼰잘을 쳐? 기열!!!!!”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제? 그칸다고 그기 될 것 같어?”
“아따~! 요놈요고 요고 보소!!!
참말로 통통하구마잉! 씨바꺼 마!!!”
나는 그날 해병대가 왜 무서운지 알게 됐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거다
나는 그날부로 인사팀 건물 맨꼭대기
17층 냉동창고에 데롱데롱 메달린채로 보관돼버렸고
지금도 냉동창고에 갇힌 채로 글 쓰는 중이다
아직도 종종 아쎄이들이 퇴직이나
이직을 시도하다가 여기로 끌려오는걸 종종본다
명심해라..
꼰잘과 탈영은 목숨과 맞바꿔야하는 중죄다.
사람 잡는 해병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