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여자가 돈 때문에 허덕이던 남자를 좋아하게 되면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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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 걱정’ 이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다.

친구들이 부모님께 거짓말을 한 뒤 용돈을 타서 쓸 때에도

우리 부모님은 돈을 달라고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매우 많은 용돈을 주셨다.

나는 그저 내가 외동딸이어서 그렇다고 생각했고,

우리 가족은 방학 때 마다 해외로 여행도 다녔다.

그러다 고등학생 때, 이모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우리 이모는 술만 마시면 폭행하는 이모부 밑에서..

언니 오빠가 시집 장가 갈 때 까지만 버티고

이혼하겠다고 말하면서 사시던 분이었는데

정말 갑자기 돌아가셨다.

엄마는 언니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내가 고등학생 때, 갑자기 나를 안방으로 불러

중요 서류가 어디 있으며

보험 서류, 통장 및 모든 것을 나에게 알려 주셨다.

해외 여행을 자주 가는 나를 부러워하던 친구들 덕분에

우리 집이 부자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우리 집은 더 부자였다.

나는 생각했던 것 보다도

훨씬 우리 집에 돈이 많다는 사실에 좀 충격을 받았다.

그러던 내가 첫 직장을 얻었다.

나는 대학교 때

취업에 대한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아빠의 회사에 취직하는 걸 떠나서

아예 취직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아빠가

너는 도대체 어디에 취직을 하려고

이런 성적표를 가져왔냐고 화를 내시는 바람에

‘아 나도 취직을 해야 하나?’ 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철이 없었다.

나는 대기업에 원서를 넣지도 않았다.

왠지 두려운 마음이 들었고

(잘 할 수 있을까, 같은..)

집에서도 멀었기 때문에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한 회사에 취직했다.

나는 거기서 한 남자를 만났고

정말 첫눈에 반해버렸다.

나는 25살이었고 그 남자는 30대였다.

나는 진짜 그 남자를 미친듯이 졸졸 따라다녔다.

00구에 산다는 말을 듣고

술에 취한 상태로 00 구청 앞에 간 뒤

전화를 해 나오라고 생떼를 쓰고

새벽에 나온 남자가 나에게 정색을 하고

화를 내며 직장 생활 안해봤냐고

선배에게 이렇게 하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뭐라고 하는데도

엉엉 울면서 너무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나같은 여자를 어떻게 안 좋아할 수가 있냐며

심지어 게이냐고까지 물어봤다.

콧물을 질질 흘리며.

사실 나는 00구청 앞에 전화해서 나오라고

고집을 피울 때 이미 술이 좀 깼었다.

다음 날 물론 기억도 다 났다.

그 뒤로도 몇 번 이나 그 남자를 귀찮게 했다.

나는 25살의 나이에 처음 손편지를 써봤고

구구 절절 내 마음을 이야기 하면서 울어도 봤고

술 취해 그 남자의 구두에 토를 한 적도 있다.

우연히 들은 검은색을 좋아한다는 얘기에,

나는 바로 그 날 저녁에 미용실에 가서

꾸벅꾸벅 졸면서 검은 색으로 염색을 하고

다음 날 엄마가 장례식에 가냐고 물을 만큼

새카만 옷으로 도배하고 출근했다.

그 당시 나는 브라운계열의 아이라이너를 썼었는데

일이 끝나고 바로 화장품 가게로 달려가

검은 아이라이너를 구입했다

그 당시 내 친구는

립스틱도 검은 색으로 칠하고 가지 그러냐고

나를 비웃었지만

나는 정말 열과 성을 다해 그 남자를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 남자가 처음으로 나에게

일 끝나고 술 한잔 하자 라고 말을 했다.

하필이면 구두를 신고 온 날이었고

그 남자와 일이 끝나고 술집을 향해 걷는데

갑자기 발이 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나는 아픔 따윈 잊고

그 남자 얼굴을 올려다본 뒤

실실 웃으며 걸을만큼 좋아했다.

그 남자가 취기가 올라서 나에게 했던 첫 번째 질문은

‘집이 잘 살죠?’ 였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화목하냐는건지, 내가 잘 살고 있냐는 건지,

돈이 많냐는 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냐면 나는 지금 잘 살고 있고,

우리 집은 화목했고,

돈도 있을만큼 있어서였다.

그 남자는 내가 얼굴에 그늘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은 명품에 대해 잘 모르지만,

내가 지고 다니는 핸드백이

전부 명품인 것은 안다고 했다.

나는 이 남자가 대체 왜 이런 얘기를 하나 보다

‘우와 내 가방까지 자세히 봐주고 있었어’

하면서 바보같이 속으로 즐거워했다

남자는 자기가 홀어머니에 장남이라는 사실과,

빚이 많다는 것,

자기가 얼마나 힘들고

가난하게 자라왔는지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남자가 나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얘기 해준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 때는 그게 거절의 의미인 줄도 몰랐다.

나는 우리가 비밀 이야기를 나눈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고 기뻐할 만큼 철이 없었다.

그러다 결국 그 남자는 나에게 마음을 열었다.

나는 그 남자가 자신이 가난하고,

내가 잘 사는 집의 외동딸이라

우리 사이를 망설인 것을

그래서 나를 힘들게 한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백화점에 남자친구와 쇼핑을 갔다.

커플티를 사자고 했는데

자기가 이 나이에 무슨 후드티를 입냐고 하는 것이었다.

그럼 비슷한 느낌의 커플 오피스룩을 입자고 했고

내가 사주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남자가 표정이 어두워졌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데서 정장을 사는게..

그것도 두 벌이나.. 너무 사치야.”

나는 내가 내 돈을 쓰면서

왜 그 남자를 설득해야 하는 지 알 수 없었지만

인생 첫 커플룩을 한다는 사실에 들떠 열심히 설득했다.

그 때 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무언가를 하자고 할 때 마다

그 남자는

“너는 잘 모르겠지만”

“너는 고생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나는 이런 걸 살때도 벌벌 떠는데,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네”

“이게 너와 나의 차이야”

“너희 부모님이 나같이 돈 없는 놈을”

등등.

나는 둘 다 가난하지 않고,

내가 돈이 많은게 어디냐

오빠가 사고 싶은 건 내가 다 사줄 수 있다

라고 열심히 외쳐댔다 허공에..

어느 순간 나는 내가 내 돈을 쓰면서도

그 남자의 눈치를 봤다.

사고 싶은 것을 다 살 수 없게 되었고

비싼 것이 먹고 싶어도 저렴한 식당으로 갔다.

어차피 돈은 내가 다 낼 거였는데도..

나는 내 돈을 쓰면서도 눈치를 봤다.

나는 스테이크에 와인 한 잔이 하고 싶은 날에도

그럼 그 남자는 우리의 차이를 느낄 것이고

그럼 나를 만나는게 힘들어 질테니

항상 그 남자가 좋아하는

질긴 고기가 나오는 삼겹살 집에 갔다

어느 날 문득 앨범을 보다가

프라하의 거리가 그리워져

이번 휴가때는 프라하를 다녀오겠다고 말하자

그 남자는 자기는 여권도 없는데

너는 휴가 때 외국을 꼭 가야하는 여자기 때문에

우리는 만나기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결국 그 해 여름, 프라하도 가지 못했다.

그 남자는 내가 돈쓰는 걸 즐거워 하거나,

본인의 기준에 비싼 물건을 주저 없이 사는 모습을 보면

“너는 좋겠다 너와 나는 다르다”

등등의 말로 나를 힘들게 했다.

나는 내가 절약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남자가 나 때문에 주눅이 들까봐

항상 그의 눈치를 보며 싼 것만 사고 싼 것만 입었다.

내가 그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집에 말했을 때도

우리 부모님은 별 다른 말씀이 없으셨고

내가 좋다면 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 집 어머니께서 반대하셨다.

자신의 아들이 눈치보고 살 것이 뻔하며

팔려가는 것 같다며.

나는 또 죄지은 사람마냥 어머니께 잘 보이고 싶어서

온갖 아양을 떨고, 온갖 선물을 사다 바쳤다.

그런데 그렇게 돈돈 하던 남자가

자기 어머니께 드리는 선물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백화점 브랜드에서 옷을 사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15만원 자켓을 산다는 것은 절대 사치스러운 일은 아니다.

근데 백화점에서 15만원 짜리 자켓을 샀다가

평균 직장인의 월급이 얼마고

비슷한 자켓을 인터넷으로 사는 게 싸다는 둥

1시간 가까이 설교를 들었었는데

어머니께 한방 화장품 풀라인 셋트로

80만원어치에 과일 바구니 제일 비싼 것에

한우까지 바리바리 억척스럽게도 들고 갔는데..

그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때야 비로소 느꼈다.

내가 5년동안 얼마나 멍청한 연애를 했는지.

그 남자는 내가 립스틱을 또 사는 것에 대해

(3만원 정도)

얼마전에 사지 않았냐.

립스틱을 다 쓰지도 않았는데 왜 사냐. 등등의 말로

나를 사치스러운 여자 취급을 하고

그 남자의 지갑이 너덜너덜 한 것이 안타까워

엄마에게 부탁해

면세점에서 명품 지갑을 받아 선물해 주었더니

‘면세는 많이 저렴한가? 외국을 가 본 적이 없어서’

라는 말을 하고 그 지갑을 열심히 들고 다니던..

나는 두 번 다시는 가난한 남자와 연애하지 않을 것이다.

해외 여행을 좋아하고,

비 오는 날 차로 나를 데릴러 오고,

좋은 분위기의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와 와인 한 잔 하고,

나에게 꽃다발을 사다주며

메뉴판을 보고 음식을 시킬 때도

가격부터 보지 않는 남자와 만날 것이다.

누군가는 나에게 어차피

니 돈이 아니고 너의 부모 돈이라고 하겠지만

우리 부모님을 만난 것도 내 인생의 행운이기에

나는 부모님이 주시는 돈과,

내가 버는 돈으로 사고 싶은 것 사고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곳을 여행가며

그렇게 살 것이다.

나는 앞으로 두 번 다시, 절대, 결단코

가난한 남자와는 연애하지 않을 것이다.

가난한 것은 죄가 아니다.

그런데, 가난하다는 이유로

자격지심을 부리는 남자는 정말 못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