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9살이고, 여자친구도 29살임
내년 4월 결혼식 날짜까지 잡아둔 상황이었는데 헤어졌음.
얘랑 나랑 지방에 같은 대학교 나왔고
같은 계열이였고
나 취업준비할 때 잠시 헤어진거 빼면
거의 한 10년 만난거 같음
20대의 시작을 시작했고, 군대도 기다려줬는데
결국 20대의 마지막에 헤어짐.
둘다 오래 사귀다보니 올해 5월에
자연스럽게 그쪽집에서 먼저 결혼얘기가 나왔고
6월에 상견례를 하고 난 뒤
바로 내년에 결혼식장까지 잡아버렸었음.
같은 대학을 나오긴 했는데
나는 그 대학교가 연고지고
이 친구는 연고지가 다름 약 한시간 정도 거리?
그래서 직장은 서로 다른지역을 다니고 있었음
나는 그 지역에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그래도 대학교 생활한 이 친구가
다시 이쪽으로 넘어 오기로 얘기를 끝냈었음
여자친구는 장녀고, 나는 차남인데
우리 형은 아직 결혼 생각이 없고
내가 결혼 먼저하는거에다가
우리집은 우리아빠가 좀 결혼을 늦게 하셔서
아빠 친구들 자식들은 이미 결혼한 상태라
더 서두른 것도 좀 컸음.
다만, 우리집은 나한테 어느정도 지원해줄 여건이 있어서
1억 5천 정도 지원 해주겠다고 하셨었음
지방에 집값이 아직은 좀 저렴하잖아.
거기에다 내가 3년 직장 다니면서 모은돈 3천이랑
여자친구돈 2천만원 해서
집+가전가구를 하기로 했었음.
그래서 7월 쯤에 계약을 하고
8월에 잔금을 치루기만 하면 됐는데
이 2달 사이에 일이 생겨버린거.
이성문제 때문에 생긴 문제인데
난 이성친구가 딱 한명 있음.
그것도 1~2년에 한번 만나서 술한잔 하는 그정도
그냥 없다고 보면 편함.
근데 여자친구는 그 지역에서 이성친구가 엄청 많음
어느정도냐면 내가 10년이나 만나왔는데
처음 듣는 남사친 이름이 들릴 정도로 많음.
그런게 내 입장에선 이해가 안됐지.
솔직히 이제 결혼하면
이성친구가 왜 필요한지도 모르겠고.
당연히 10년동안 나 몰래 친구들이랑 놀러도 갔고
술도 마셨고 그런거 나한테 걸려서
진짜 심하게 싸운적도 있었음.
그러다 이번에 또 이런일이 생긴거임.
나한테는 여자인 친구들끼리 술 먹는다고 해놓고
알고보니 3대3으로 파티를 했더라
어이가 없는건 변명하는거 들어봤더니
친구들이 결혼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놀아야 하지 않겠냐고
억지로 끌고 가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하던데
그냥 개소리로 들리길래
나한테 거짓말 한 것도 걔네가 시킨 짓이냐
너가 한거 아니냐 근데 어쩔 수 없었던 거냐
그럼 나도 여자들이랑 파티하고 와도 괜찮냐 하니까
그거랑 이거랑 똑같냐고
자기는 억지로 끌려간거라고 오히려 화를 내더라
그래서 와 이거 말 안 통한다 싶길래 연락 씹고
카톡이 오길래 카톡으로 좀 심하게 말했음.
역겨우니까 꺼지라고.
기분 더 나쁘게 하지말고 연락하지 말라고 했음.
내 입장 얘기하자면
이제는 결혼준비를 해야하는데
또 이런일이 생겨버리니 너무 화가났음
심지어 같이 마셨던 남자 중에
여자친구한테 좋아한다고 고백까지 했던 애도 있었음.
그리고 내가 저 당시에
진짜 최대한 화 참으면서 얘기 한거임.
솔직히 저 말이 그렇게 심하게 말한 것도 모르겠는데
여자친구 입장에선 진짜 심한 욕이라고 하더라
그래놓고 결혼 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하길래
알겠다고 하고 일주일 정도 연락 안하다가
내가 너무 답답하고 화가나서 먼저 연락함.
내가 화가나서 말을 쎄게 한 건 미안하다
나는 당연히 너가 사과할 줄 알았고
너가 한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줄 알았지만
말도 안되는 변명에 화가 난 것 같다
이제는 연애가 아니라 결혼할 사이인데
안 맞는 것들은 지금부터 하나씩 맞춰가야 하지 않겠냐
여태까지 그래왔으니까 괜찮을거다
말 심하게 한건 진짜 미안한데
너도 거짓말 한 거에 대해선 사과했으면 좋겠다.
라고 했는데 골 때리는 답장이 오더라.
자기는 모든 정리를 끝냈다함.
결혼할 사람한테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랑은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 안한다함.
진짜 어이가 없더라.
10년을 만났는데
일주일만에 저렇게 정리하는 것도 웃기고
심지어 이거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사람차이라고 해도 정말 이해를 할 수가 없었음.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 말 듣고 고민 좀 하다가
알겠다고 나도 거짓말 하는 사람이랑
평생을 함께할 생각 1도 없으니까
너 좋아하는 이성 친구 많이 만나면서 잘 살라고 했음.
그냥 다 끝나고 생각해보니까
그냥 쟤는 나랑 결혼하기 싫었고
그냥 헤어질 명분이 필요했다 라는 생각 밖에 안 들더라.
솔직히 그 뒤로 좀 힘들었던게
그쪽 집에선 자기 딸 얘기만 듣고
우리부모님이랑 나한테 연락한통 안온게 이해가 안가더라
나를 얼마나 안 좋게 얘기했으면
결혼 예정이던 집안한테 연락 한통 없냐고.
우리 부모님은 내 얘기 듣고
상대방 말도 들어봐야 하니까
우리부모님이 직접 찾아가서 얘기 들어보려고 했는데
애초에 연랙도 안 받고 만나주질 않았음.
그쪽 부모님은 우리부모님 부재중 연락을 분명히 봤을텐데
연락한통 없다는게 어이없고
오히려 결혼 파토난거 조상님이 도와줬다 생각함
솔직히 10년을 만났는데
안 힘들다고 하는건 거짓말이고
밤마다 생각나서 요즘 집에 일찍 들어가기가 싫더라.
살면서 이렇게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던 적이 없었는데
진짜 부모님 얼굴 볼 자신이 없음.
벌써 이 일이 있었던 것도 두달 가까이 되고 있는데
결혼식장도 취소했고
얼마전에 얘랑 찍었던 사진이랑
편지 같은 것도 다 태우고 싹 정리 했는데
연애랑 결혼은 다르단 말 이해도 되고
10년의 결말이 이렇다는게 허무해서
앞으로 연애할 생각도 없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