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라고 쓰기가 정말 싫은데
어쩔 수 없이 아내라고 쓰겠습니다.
확실히 결혼전부터 이상하긴 했습니다.
저희는 혼전임신으로 급하게 결혼했지만,
관계 할 때는 제가 항상 피임기구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피임기구가 100%는 아니라고 배웠기에
아내가 임신한거 같다고 해서
당연히 제 자식인줄 알았고
당연히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사랑했으니까요..
그런데 아이가 자라면서
저와 아내 둘다 너무 닮지 않아서 점점 의심이 생기고
최근엔 그 의심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서
아내 몰래 친자검사를 의뢰했습니다.
결과는 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괜히 검사를 했나 생각도 듭니다.
왜 모르는 게 약이라는 속담이 있는줄 알겠더군요
친구들이나 회사 동료들한테 말도 못하고
매일 퇴근하면 회식이 있다는 핑계로
혼자 술집에 갔습니다.
평소에는 회식 끝나면
항상 아내 먹으라고 먹을 것을 사다주곤 했고
회식하는 중간마다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전화해줬습니다.
그런데 제가 회식을 한다고 하고서
이런 행동들을 안하니까
아내가 바람폈냐고 요즘 수상하다고
절 몰아붙이기 시작합니다.
완벽하게 티를 안내려면
이전에 했던 행동들을 그대로 해야했지만
아내에게 온갖 정이 다 떨어져서
도저히 전화로 사랑한다고 속삭일 수 없었습니다..
정말 많은 생각이 듭니다.
그냥 내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니
괜찮지 않을까 하구요
더 이상 제가 이 사실을 알았다는 것을
숨길 수 없어 이제 말하려고 합니다.
근데 여기서 고민이 생깁니다.
제 자식이 아닌데 제가 키우고 싶습니다.
제가 퇴근할 때마다 제가 아빠인줄 알고
정말 해맑게 웃어주던 그 아이를
도저히 잊을 수 없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왔을때
그 아이 덕분에 모든 피로가 날아가고
너무나도 행복했기에..
제 친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제가 키우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얼굴은 보는 것 만으로도
화가나고 허탈하고 죽고싶어서
도저히 아내와는 같이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혼을 하고 싶은데
이혼을 하게 되면 그 양육권을 친부도 아닌
제가 주장 할 수 있을까요..?
(혹시라도 오해하실까봐 미리 말씀드리는데
제 경제 사정을 얘기한 것은
오로지 양육권을 위해서 얘기하는 것 입니다.)
일단 아내는 전업주부에
경제적으로 저보다 나은 것이 없습니다.
집도 결혼할 때 제가 대출받고
지금까지 모아온 돈으로 온전히 제 힘으로 샀습니다.
또한 제가 직장도 있고 벌이도 나쁘지 않습니다.
제가 경제적으로 아내보다 훨씬 나은데
아이의 양육권을 가져 올 수 있을까요?
또한 정말 싫지만 갈등이 생기는 게..
그냥 이 일을 여기서 덮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네 미친 소리인거 압니다.
저는 아내가 너무나도 싫지만
제가 아무리 싫어도
이 아이에게는 엄마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혼은 너무나도 하고 싶지만,
아이 때문에 망설이게 됩니다.
이게 과연 옳은 행동인가 하구요.
아이를 너무 사랑해서
아이를 어떻게 해서든 제가 키우고 싶지만
아내와의 이혼을 바라는 제가
너무 모순적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정말 아이를 사랑한다면 아내의 허물도 감싸고
같이 사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 하구요..
그런데 그렇게 하기에는 제가 너무 괴롭고 힘듭니다..
뭐가 맞고 틀린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발 조언 부탁드립니다.
많은 의견들을 주셨는데 답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전글의 댓글을 보고
정말 희박한 확률이나마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검사 결과를 보여주며
아내에게도 검사를 한 번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내가 그 말을 듣자마자
지금 자기를 의심하는 거냐고 소리치길래
그런게 아니라 우리 아이가 바뀌었을 수도 있으니
검사 한번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자기는 절대 그 더러운 검사 못한다며
그거 다 사기라고 거짓말이라고
검사가 잘못된 것이라며
그 아이는 누가 뭐라해도 남편인 제 아이라며
소리지르다가 집을 나갔습니다.
아이는.. 그 소리에 놀라 울었고
저는 지금 아이가 울다 지쳐서
잠들 때까지 돌봐줬습니다만..
뭐라고 해야할까.. 그냥 하늘이 정말로 노랗습니다.
아내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장인,장모 님께도 전화를 해봤지만
오지 않았다고만 하시구요.
희박한 확률에 걸어보려고 했습니다만..
아내의 태도를 보아하니
정말 말 그대로 희박할 것 같네요.
그리고 댓글을 보고 난 이후로
정말 아이를 보면 아내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밖에서도 아내의 태도를 보고
이게 진짜구나 라는 실감이 나기 시작하고
냉정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고서 여러가지 상황을 가정한 뒤에
아이를 보고 있으니 참으로 다양한 생각이 드네요.
아이를 보면 사랑스러운데
동시에 밉고 증오스럽습니다.
인간이 참 간사한 것 같아요.
제가 정말 쓰레기 같습니다.
내가 정말 이정도 밖에 안 되는 인간이구나
이런 상황에서도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니
그런 생각을 하는 제 자신이 너무 혐오스럽습니다.
일단 장인,장모님께는 말씀드릴 생각이고요.
이렇게 글이라도 안 쓰면 정말 미칠 것 같네요.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말하는 것만으로도 답답한게 풀리네요.
일단 아내는 아직까지도 연락이 안 됩니다.
지난번에 아내가 소리 지를 때는 안방에서였고
아이는 자신의 방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습니다.
낌새를 보아하니
아이는 엄마랑 아빠가 싸운 것만 알지
아직 무슨 일이 있는지는 눈치 못챈 것 같습니다.
때문에 아이는 일단 몰라야 할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친가 근처에 있는
키즈카페에 맡겨두고 친가에 갔습니다.
저는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재밌게 놀고 있는 사이
제 부모님이나 마찬가지이신
장인어른과 장모님 댁에 가서
자초지종 설명을 드렸습니다.
장인어른은 다 들으시고는
자기가 그저 잘못했다고
전부 자신이 딸을 자못 키운 탓이라며 자책하셨습니다.
장모님은 말을 들으시다가
더 이상 듣지 못하시겠는지 방에 들어가셨습니다.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으니
아마 우셨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차후에 어떻게 할지 여러가지로 상의를 하고 난 뒤에
저는 아이를 키즈카페에서 데리고 나와
처갓집에 맡기고는 나왔습니다.
처갓집에서 나설 때 아이가 저를 보고
아빠 빨리와 라고 할 때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더 이상 아이를 보고서
온전히 사랑만을 줄 자신이 없었습니다.
제가 키운다고 한 뒤에
제가 아이의 얼굴에서 엄마를 보며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에게 화풀이 할까봐
너무 걱정이 되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그냥 눈물만 흘렀습니다.
저는 이제 아버지가 아니며,
앞으로도 아닐 겁니다.
그 아이의 아버지를 찾는다고 해도
그 사람은 아마 아버지의 역할을 해주지 않겠죠.
아이가 아버지 없이 자랄 것이라 생각하니
아이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제가 아이에게 무슨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 괴롭습니다.
아이를 버린,
저 같은 놈은 괴로워 할 자격도 없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 괴로운 마음을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네요.
이성적으로는 여러분 조언해주신 대로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감정적으로 아이가 눈에 밟혀 도저히 그게 안 됩니다.
혼자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 후 마지막 후기
그동안은 주변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기에..
정말 너무 힘들어서 위로라도 받고 싶고,
조언을 듣고 싶어서 올린 글이었습니다.
그러나 제 목적과는 반대로
댓글로 수많은 의심과 모욕적인 언사를 들으니
안 그래도 힘든데 더 괴롭고 힘들더군요.
저를 믿어주고 위로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마지막으로 글을 씁니다.
일요일은 잠이 도저히 오지 않아
밤새 술을 마셨습니다.
월요일이 되어 좀 늦게 회사에 출근을 한 뒤에
과장님에게 늦어서 죄송하다고 말하고,
집안에 굉장히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며칠 좀 휴가를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지각에 대한 것도 별말 않고 허락해주셨습니다.
원래는 왜 휴가를 내는지 까지 항상 묻는 분이셨지만
제 얼굴이 정말 안 좋았나보네요.
그냥 물끄러미 제 얼굴을 쳐다보시고는
군말 없이 휴가를 허락 해주셨습니다.
휴가를 받고서 저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신과에 갔습니다.
가서 굉장히 오랜 시간 울면서 상담을 하고
약을 받아 왔습니다.
하루 총3번 끼니마다 5알의 약을 먹으니
확실히 안 좋은 생각이 들어도 괴롭지가 않고,
그런 생각들 자체가 거의 안 나더군요.
그냥 멍하고 졸리기만 했습니다.
약을 먹고 가만히 있다 보니
상태가 좀 괜찮아져서
화요일은 아침 일찍 이혼 전문 변호사 사무실을 알아보고
상담을 받으러 갔습니다.
가서 상담을 해보니 여러분들 의견대로
사기 결혼에 해당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기 결혼으로
혼인 무효를 주장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다른 분들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친자 검사를 한 번 더 할 것입니다.
변호사님이 법적 증거 효력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다시 친자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상담을 받고 집에 와서 멍하니 있으니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수요일인 오늘 마침내 장인어른께 연락이 왔습니다.
그 여자가 장인어른의 집에 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가봤는데 다행히 아이는 없었습니다.
장인어른이 전화를 하고 난 후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아랫집에 맡겨놨다고 하셨습니다.
그 여자는 의외로 멀쩡했습니다.
상태를 보니 아무 걱정 없이
잘 먹고 잘 잤던 것 같았습니다.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했지만,
아내는 장인어른의 말을 무시하고
결혼하기 전 자신의 방이었던 곳으로
문을 닫고 들어갔습니다.
장인어른이 아내에게 들은 사실들을
제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저는 지금껏 아내가 굉장히 순수한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정 반대였습니다.
아내는 소위 말하는 클럽 죽순이였답니다.
저와 연애 할 때는 항상 통금으로
일찍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사실 장인어른에게도
친한 친구 집에서 잔다고 하고는
그 친구와 함께 클럽에 갔었던 것입니다.
장인어른의 말로는 그 클럽에서
아내가 굉장히 문란하게 놀았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상대들과
원나잇 같은 것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상대들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누가 애 아빠인지도 모르고
설령 누구였는지 얼굴이 기억난다고 해도
상대들의 이름이나 번호조차 알지 못하기에
소용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정말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났지만..
계속 미안하다고 말씀 하셔서
차마 화를 낼 수 없었습니다.
장인어른이 잘못한 것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다 듣고 나서
이혼과 관련된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내가 방에서 튀어나오더니 말했습니다.
이제 와서 도끼눈을 뜨며 하는 말이
애가 불쌍하지도 않냐고,
제가 없으면 아이는 아빠 없이 불쌍하게 클 것이라고
애를 가지고 협박까지 했습니다.
또한 이혼해도 자기는 자기가 알아봤는데
어차피 자기랑 이혼해도
제가 아이의 양육비를 대야 한다고
이혼해도 자기는 손해 볼 것 없다고 하더군요.
지금까지 그 불쌍한 아이를 두고 집을 나가서
연락이 없던 사람이 누구인데..
그 말을 듣고 정말 여자지만 한 대 칠 뻔 했습니다.
평소에 그 온화하시던 장인어른께서는
미친년이 어디서 망발이냐고
험한 욕설까지 하셨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서 싸우는 동안
장모님은 더 이상 봐서 좋을 것 없다고
저를 이끌고 집 밖으로 나오셨고,
저는 그길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아랫집에 있는 아이를 만나고 갈까도 생각해 봤지만,
지금은 괴로워도..
아이나 저를 위해서 더 이상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만 더 아이의 입에서
그 사랑스러운 얼굴로 아빠라는 말을 듣는다면..
제가 간신히 다잡은 결심이 분명히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혹시나 해서 담당 변호사님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변호사님께 역으로 지금까지 들어간 양육비까지
받을 수 있다고 설명을 들었지만,
그 여자가 제게 한 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제 친자가 아닌데도
정말로 제가 양육비를 대야하는지요.
변호사님께서는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어디서 그런 이상한 소리를 들었냐고 하시 길래
그 여자가 했었던 행동들을 말해주었습니다.
그러자 변호사님은 아내가
법정에서도 똑같이 행동을 해준다면
소송이 정말 쉬울 것 같다고 해주셨습니다.
화가 한계치를 넘어가서 그런지,
약을 먹어서 그런지 지금은 굉장히 차분하네요.
아내가 마지막까지 적반하장으로 나와 준 덕분에
저는 더 이상 아무 거리낌 없이
소송을 진행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봐주기 없습니다.
이혼 소송으로 그 여자에게 뜯어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처절하게 뜯어낼 것입니다.
길고 지루한 소송만 저에게 남았네요.
그동안 제 얘기를 들어주시고
위로해 주시고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