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다닐 적에
같은 과 애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고
나도 인싸처럼 살고 싶었는데
내 뜻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었음
애초에 친해질 계기도 안 주고
그냥 다 지들끼리만 어울리고 놀더라고..
그래서 결국 그토록 꿈꿔왔던 캠퍼스 라이프를
즐겨보지도 못한건 당연하고
미팅이랑 과팅도 해보고 싶었는데
그런 것도 못해봤었음..
특히 미팅이랑 과팅 못해본 건
지금 생각해도 약간 한이 남음.
당시 친하게 지낸 동기 두명이 있었는데
얘네가 노는 거에 크게 관심 없었던 애들이라
나랑 진짜 안 맞았었음
그래도 얘네 마저 없으면
나는 완전히 혼자인 신세라서
노잼이어도 억지로 친하게 지냄..
그러다 학교 축제날이 됐는데
나랑 친한 동기 둘은 위에서 얘기했듯
유흥거리에 별로 관심 없는 놈들이라
그냥 집에 가버렸고,
난 그래도 대학 축제 경험은 해봐야되겠다 싶어서
얼굴에 철판깔고 혼자서 축제 구경하고 다녔음
하지만 다들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축제를 즐기는 학생들 볼 때마다
더욱더 자괴감에 빠졌고
혹시나 우리 과 애들이랑 마주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기도 했음..
그렇게 홀로 내던져지듯 다니던 와중에,
한 주점에서 우리 과 남자애들이
또래로 보이는 어떤 여자애들과
나란히 마주 앉아
같이 술 마시며 웃고 떠들고 있다가 나랑 눈이 마추짐.
근데 평소에도 나를 투명인간 취급 하던 애들이라
아는척도 안하고 바로 무시했고
진짜 그 모습 보니까 울고 싶어졌는데,
그런 감정이 좀 잘못된 방향으로 이어지게 됐음
그 주점에 있던 우리 과 남자애들 중
1명이 빠른 생일로 취학한 애라서
당시 아직 19살 미성년자였거든
난 몰래 경찰에 전화를 걸고
우리 학교랑 그 주점 위치 설명하고서
“미성년자가 술을 마시고 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교내 다른 주점들도
미성년자가 있는지 없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주고
강력하게 처벌해달라”
라며 신고함
그리고 난 멀리 숨어서 그 주점에 경찰 오고
난리나는 광경을 구경하고 있다가
슬쩍 나와서 자연스럽게 걸으며
다른 주점들도 뒤집어지는 꼴을 보면서
나만의 축제를 혼자 즐김
보니까 몇몇 주점들도
미성년자 주류 판매 걸린 것 같았거든
넓은 교정에서 여러 주점들을 찾아 조사해야 하다보니
경찰차가 여러대씩 왔고,
경찰관들과 주점 운영하던
학생들 간에 실랑이까지 벌어지기도 했었음
저녁에 남아있던 교수님들까지 등판해서
설득하는 상황까지 왔지만
결국 교내 전 주점들 철수하게 됨.
다들 욕 하면서 주점 나가고,
욕 하면서 주점 치우더라 ㅎㅎ
그리고 나는 찌질하게 혼자 다니던 패배자에서
한 순간에 학교에서 가장 행복한 놈이 되었음
정말이지 아까만 해도 혼자여서 암울하고
혹여나 남들이 나를 의식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모두 골탕 먹여 한껏 휩쓸어놓은 판들을 보게되니
어깨가 다 펴지더라
후에 들려온 얘기로는
축제 때 주점 찾은 중 미성년자들 중
19살에 대학교 들어온 빠른 생일인 애들 말고도
아직 고등학생인 생민짜들도 있었다 함
우리 학교는 축제 때 외부인 출입이 허용되거든
그러고 난 1학년을 마치고 공익 근무를 하게 됐는데
그 사건 터뜨린 다음해 우리 학교 축제날,
나는 퇴근 후 학교로 가서
또 같은 만행을 저지르고 즐겼음
그 후로 더 이상 우리 학교 축제에서는
주점을 찾아 볼 수 없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