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 사업하는 아저씨 실시간으로 망하는 거 옆에서 지켜본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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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백수가 된지 어언 5개월 쯤 되어가던 날

슬슬 돈이 떨어져서 용돈벌이 일을 알아보던 도중

알바 구인 사이트에서 심상치 않은 공고를 보게 됨..

‘간단업무, 컴퓨터 잘하시는 분,

팬티 사업 월 200′

무슨 팬티를 팔길래 월 200이나 주는지 궁금해서

사장 번호가 적혀있길래

이력서도 안 넣고 그냥 바로 전화를 걸었음.

바로 다음날 면접보러 오라길래

위치를 봤더니 나름 번화가 골목에 있더라

근데 막상 가보니까

걍 술집 옆 골목 안쪽에 원룸이었음

입구에 토 자국이랑 쓰레기봉투가 있던데

그래도 나름 간판도 달려있길래

매출은 좀 나오는 곳인가보다 하면서

입구에서 사장한테 전화를 했음

그렇게 사장이랑 처음 마주쳤는데

악섭 곱슬에 안경쓰고 빡세게 생긴

60대는 된 것 같은 아재가 한명이 나오더라

진짜 무슨 만화 캐릭터처럼 생겨서

첨에 사장인지도 못알아보고

직원인가 했는데 자기가 사장이라고 하더라

아무튼 사무실에 들어가서 면접을 보는데

문제는 사무실이 존나게 작았음

3평도 안되는 것 같더라

꼴에 사무실이라고

사장님들 쓰는 큰 책상이랑 직원 책상 박아뒀는데

원룸인에 공간이 안 좁을 수가 있냐고..

그러면서 사장이 하는 말이

“좀 좁죠? 돈 조금만 더 벌면

더 큰 사무실로 옮기려고 하고 있으니까 좀만 참으쇼”

라고 했는데 그냥 개구라였음

면접은..ㄹㅇ 면접이랄 것도 없었는데

사업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간다느니

만들고 있는 팬티가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팬티라면서

무조건 대박이 난다느니

특허 출원까지 했다느니

뭐 그냥 면접이 아니라 자기자랑 타임이었음

사무실에 널려있는 수많은 팬티를 보면서

사업 실패를 벌써부터 직감하고 있었다

근데 진짜 용돈벌이로 온 내 입장에선

이만한 꿀 직장도 사실 없어보여서

사회생활 하면서 키워놓은 아부 실력으로

“오오 진짜요?”

“와~ 대박이네”

“와 사장님이 아니라 회장님 되시겠는데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시죠”

하면서 사장말에 격한 호응을 해줬음.

나도 어차피 나중에 사업할 생각하고 있었고

사업이 실패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봐두면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은 기대감으로

걍 계속 맞장구 존나 쳐줬음

그리고 당연하게도 면접은 합격.

그리고 담날 바로 첫출근을 했음

원래 출근시간보다 30분 일찍와서

사장한테 연락했더니 그냥 비밀번호 알려주길래

들어가서 내 자리를 보니까 굉장하더라

진짜 무슨 이딴 플라스틱 의자를 앉으라고 갔다둠

컴퓨터 본체 전원버튼 앞에는

무슨 스티로폼을 붙혀놨던데

무릎이 전원버튼을 자꾸 누르니까

사장이 아이디어 내서 붙혀논 것 같더라

실제로 자리가 존나 비좁아서

무릎으로 자꾸 전원버튼이 눌러져서 컴퓨터가 꺼짐

암튼 사장이 와서 첫 업무를 줬는데

놀랍게도 “재고량 조사”였음

이게 왜 놀라운 업무냐고?

재고는 커녕 자재 주문도 안했는데

재고량을 조사하라는 괴상망측한 지시였기 때문임

사장-

“내 말이 이해가 안돼? 엑셀로 재고량 조사하라고”

나-

“아뇨 엑셀은 할줄 아는데요..

재고가 없는데 재고조사를 어떻게 해요..?“

사장-

“엑셀로 ‘재고량’ 제목으로 하나 인쇄하라고

말귀를 못알아먹나?“

알고보니 사장은 어떤 용어를 사용할 때

고급져보이는 용어면 그냥 막 갖다쓰는 것 같더라

뽑아달라는 건 걍 ‘재고량’ 이라는 제목의

빈 칸들이 있는 표 뽑아달란 말이었음

중요한건 첫날에 한 일이 이게 끝이었다

할게 없었음

이 이후로 나는 이런 생각을 갖게 됐는데

‘그냥 진짜 회사 생활을 하는게 아니라

회사놀이처럼 맞춰주면 되겠네’

그래서 그 뒤로 별거 아닌 일도

무슨 만신의 작품들처럼 수행하는 척을 해야했음

그렇게 출근 이틀차

무슨 컴퓨터 안에 근로계약서가 있으니

바빠지기 전에 작성하자면서 찾아보라고 하더라

근데 진짜 아무리 뒤져봐도

근로계약서가 없었음

진짜 그냥 빈 상태 그대로의 컴퓨터였음

그래서 근로계약서라는 서류가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고 했더니

마치 말귀를 못알아먹은 븅신을 보는듯한 눈빛으로

“내 말을 이해를 잘 못하는구나”

라고 하더라

솔직히 약간 기분이 안 좋았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사회생활 n년차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아서 마지막으로 다시 물어봤음

나-

“사장님 컴퓨터 안에 근로계약서는 혹시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사장-

“컴퓨터 안에 근로복지공단 사이트 들어가야지.

xx씨는 그런거 원래 잘 못하나?“

아니 컴퓨터 안에 있다매요 ㅆ발..

아니 또 뭐 컴퓨터 안에 있는건 맞으니까..

틀린 말은 아닌데..

아무튼 근로계약서를 뽑고 인쇄해서 가져다 주었더니

원래 근로계약서란,

근로자와 사용자 양측의 사인 후

복사해서 한부씩 나누어 가지고 있어야 되는데

근데 사장은 복사할 필요가 없다고

그냥 여기에 두면 같이 가지고 있는게 아니냐고 하더라

그때부터 이새끼가 우리랑은 다른

뒤틀린 상식의 보유자란걸 점점 느끼고 있었다

암튼 근로계약서 작성하고 나니까

이것저것 일을 많이 주기 시작했음

그러다 머리 아프다고 오후 3시 쯤에 퇴근하자더라

나이가 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사장 체력 덕분에 퇴근은 일찍해서 좋았음

아무튼 일하면서 도대체

무슨 팬티를 판다는건지 궁금했는데

우리나라 기능성 팬티에는 여러 메이커가 있거든

보통 땀을 흡수해주고

하반신 온도를 조금 더 낮춰주는 형식인데

여기서 한 단계만 더 나아가면

‘분리형 팬티’가 됨.

이게 뭐냐면 소중이와 계란 두개를 분리시켜서

땀이 덜 차게 해주는 기능성 팬티란건데

무슨 이따구로 생겼는데

그림만 보고 이해했으면 진짜 인정해드림

뭔 팬티에 무슨 이상한 기능들을 넣어두고 특허를 냈더라

사장이 나한테 샘플을 한장 주면서

온갖 자랑을 늘어놓는데

“내가 이걸 2년동안 입어봤는데 진짜 팬티의 혁명이다

“라쉬x, 발데x랑코 같은 합빠리들은

진짜 기능성 팬티가 아니다.

오로지 특허출원한 내 팬티가 진짜 기능성이다”

라고 하면서 집가서 꼭 입어보라고 하더라

진짜 몰래 가따버리려고 하다가

집에가서 혹시나 싶어서 입어봤더니

존나 가렵고 상당이 불쾌하더라

진지하게 그날 집에서

이딴걸 판다고? 하는 생각에

판매 시작도 안했는데 앞길이 막막하고

이새끼를 어떻게 말려야할지 숨이 턱 막히기 시작함

팬티 모양은 우스꽝스러운 모양새이긴 했는데

원단은 나름 고급 원단 썼더라

아동복이나 여성의류에 쓰이는 텐셀 원단인데

문제는 텐셀이 순수 텐셀이 아니라

동대문 장사꾼이 텐셀이랑

폴리에틸렌 섞어놓은 이상한 원단이었음

그래서 사장한테

“이거 얼마에 팔아여” 했더니

“권장 소비자가 4만 5천원” 이라고 하더라 미친ㅋㅋ

이새끼가 자꾸 나한테

“얼마면 적당할 것 같냐” 라고 물어보는데

그냥 마음속으로 이미 4만 5천원으로 정해놓고

물어보는 답정너 새끼였음

한장에 4만원이 넘어가는

미친 가격이 만들어진 원인은

대표적으로 3개가 있었는데

1.동대문 원단 장사의 말도 안되는 미친 원단값

+팬티 제작을 맡은 공장 사장의 미친 공임비

2.이상한 사장의 장사 마인드

3.직접 뛰지않고 대부분을 소개에 소개를 받아서 진행

이렇게 세개가 있었음.

사실 내가 직원으로 온것도 이상한게

수익도 없는데 직원을 두는게 말이 안됨

분명 누군가가 “어우 사장님인데 직원은 있어야죠~”

라고해서 팔랑귀 사장이 넘어간 것 같더라.

암튼 이게 팬티+기능성부속 5700원 가량에

택배비 3000원

원단+각종 부속품 약 2000원하면

마진이 350%가 되는 기적의 팬티였음

물론 실제로 마진이 3만 5천원은 아니고

사장은 비싸게 책정한 다음에 할인을 해주면

사람들이 몰려들거라고

이상한 말도 안되는 마케팅 전략 세워서

저렇게 가격을 생각했다는데

아무리 그래도 팬티가 ㅆ발 한장에 4만5천원은 에바지

아무튼 팬티 사업은 시작 했으니

양아치 공장 사장은 비싼 공임비로 개이득 보면서

우리 팬티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음.

그 과정에서 필요한 기계설비를

우리 사장이 또 준비해줬는데

돈이 어디서 났냐고 물어보니 퇴직금이라고 하더라

그렇게 공장에서 만들어진 ‘샘플’ 말고

‘생산품’을 처음 딱 받아보게 됐는데

근데 이게 웬걸

원단은 염색이 잘못되어있어서 멍울져있고

마감 접지면이 제대로 붙지도 않고

열처리 가공해서 피부에 닿으면 존나 따가웠음

또 잡아당겨서 늘어놓은듯한 상태로

살짝만 힘줘도 찢어질 것 같더라

그래서 공장 사장한테 쌍욕 날릴 준비하고 있었는데

사장이 팬티를 보더니

“이정도면 훌륭하구만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라고 하는데

사장이 이렇게 나오니까 할 말이 없었음

ㄹㅇ 모든걸 걸고

로또의 확률로 이게 잘 팔린다고 하더라도

이정도 마감 수준으로 팔았다간

환불교환 세례 받고 망할 거란 생각이 들더라

근데 사장이 괜찮다는데 내가 뭐라함..

암튼 이 팬티를 팔기 위해선 몇 가지 준비가 필요했음

오픈마켓 판매자 회원가입,

제품 사진 찍어서 제품 상세페이지 만들기 등.

사장이 판매 시작 전에

미리미리 등록해보고 연습하자고 하는데

오픈마켓에 상품 등록하는건 연습이고 뭐고

길에 지나가던 초딩 시켜도 하는 수준이었음

걍 상세 페이지만 준비되어 있으면

카테고리 설정하고 올리기만 하면 됨

근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를 가로막음

사장이 온갖 오픈마켓에 가입은 해놓고

정작 아이디랑 패스워드를 기억 안하고

자기 메모장에 적어만 둠.

뭐 메모장이라고 해서 별 걱정 안 했는데

메모장이 아니라 a4용지 다발로 이뤄진

무슨 수북한 용지 뭉치더라

이 뭉치에 적혀있는 수많은 문구 사이에서

오픈마켓 아이디와 비번을 찾아야 했던 거임

진짜 더 골 때리는건

사장이 틈만나면 a4 용지에다가

자신의 팬티와 관련된 칭찬 일색 글귀를 적었는데

이런 식으로 수십장을 보려고 했더니

머리가 하얘지면서 숨이 턱 막히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이 메모들 사이에서

아이디 비밀번호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다른 방법들 다 써가면서 하루종일 겨우 찾아냈다

심지어 비밀번호도 통일되지 않아서

엑셀로 정리해야 할 정도로 복잡했음

아무튼 판매자 로그인은 모두 완료했는데

문제가 더 있었음

나 – 저기 사장님 상세페이지는 어떻게 할까요?

제가 디자이너는 아니어서 제가 만들진 못하는데..

사장- 자네는 홈페이지 못 만드나?

?사장은 그냥 상품 상세 페이지를

홈페이지로 인식하고 있더라

즉 상품의 정보를 소개하는 이미지를 말하는건데

사장은 회사 홈페이지로 혼동하고 있었음.

사장-

“실은 그럴 줄 알고 홈페이지 개발 외주를 맡겨놨지.

이메일 확인해보자고.“

라고 하길래

상세 페이지랑 전혀 관계 없는데도 메일 확인했더니

진짜 홈페이지 외주 개발 회사에서 메일이 와있더라.

그것도 한달 전에.

골 때리는건,

홈페이지 개발사에서 고객 니즈에 맞게

페이지를 제작하려면 뭐든간에

소통이 이뤄져야 하는데

사장이 그냥 씹고 있었음.

나중에 안건데, 사장은 글을 잘 안 읽고

단어 몇 개만 집어서 머릿속에서 셀프 재구성함.

아마 사장 입장에서

저 회신 좀 달라고 하는건

“열심히 하겠습니다” 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음.

아무튼 내가

“사장님 홈페이지랑 상세페이지는 조금 달라요

저희는 오픈마켓에 들어가는거기 때문에

홈페이지가 필요하지 않아요

차라리 제품 사진을 제게 주시면

제가 좀 공부해서 상세페이지를 제작해보겠습니다

상품을 등록하는데에는 제품 사진이 우선 필요합니다.“

라고 했음

그러니까 이새끼가 하는 말이

사장-

“홈페이지 제작을 다 맡겨놨으니

저쪽에서 개발이 완료되면

우리는 상품을 등록만 하면 되는거야.

자네는 그게 이해가 잘 안되나?“

ㅆ발 진짜

나- “사장님 저희 제품 사진은 있나요?”

사장-

“홈페이지 제작을 맡겼으면

저쪽에서 다 알아서 사진도 찍고 하는거 아닌가?

우린 제품 샘플만 보내면 된다네.

이런일은 처음이라 XX씨가 헷갈리는게 많은거야.“

그렇다.

걍 이새끼를 이해시킨다는 자체가 불가능 했음.

나는 이 일 처음 시작할때

망하는 과정을 보고 경험을 쌓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면서

일주일만에 망하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어서

내가 캐리를 해보기로 하고 이 상황도 꾹 참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홈페이지 개발팀에 제품 사진,

정보를 보내주면 알아서 다 해줄거라고 생각하던 사장은

나의 기나긴 설득 끝에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점점 이해하기 시작했음

사장- “그럼 어떡하지?

이미 홈페이지 만들어준다던 사람한테

200만원 주고 계약했는데.“

ㅇㅇ그냥 사장은 홈페이지 개발사의 입발림에 넘어가서

바이럴마케팅+빈껍데기 개발에

197만원을 선계약 해버린 것.

참고로 홈페이지 개발+ 관리는

150이면 밤마다 치킨 시켜먹고도 조금 남는 돈임

그래서 내가

나- “그럼 어쩔 수 없죠 뭐.

홈페이지 만들어 달라고 회신 보내겠습니다.

원하는 홈페이지 방식 있으세요?“

라고 물어봤음.

홈페이지 개발부서에서 보내준

폴트폴리오 사이트들이 있었는데,

이걸 참고해서 회신 달라는 내용이 있었거든.

디자인은 개발팀이 알아서 해주니까

카테고리를 어떻게 분류할지,

어떤 메뉴들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들이었음.

근데 갑자기 사장은 일전의 그 A4용지를 들고 오더니

사장- “홈페이지 만드는 애들이

우리 제품을 알아야

제대로 콘셉트를 알고 만들 것이 아닌가?

쓸만한 문구를 같이 맨들어보자고.“

라고 하는 것이었음.

결국 필요도 없는

남자팬티, 특허팬티, 건강팬티

이따위 문구로 점철된 회신메일에는

걍 어떤 명확한 요구사항도 없이

팬티자랑만 써져있었음

나는 사장ㅈ 몰래 회신메일 하단에

카테고리 구성과

메인 컬러 등을 입력하고 회신했음.

근데 여기서 잠깐

사실 이게 홈페이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제품 사진을 찍어서

제품 상세 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젤 중요한데

지금 뭐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갑자기 팍 듬

사실 내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좀 비싼 돈주고 사뒀던 카메라가 하나 있었음

그래서 이걸 내가 찍어보기로 결심하고

카메라를 들고와서 사진을 찍어야했음

(약간 이렇게 멋지게 나오게 상상하고 있었다)

사장- “XX씨는 뭐 좋은 아이디어 없나?

일단 팬티만 찍고나서 일러..일러스트?

그걸로 다 수정된다니까 한번 맨들어보자고.”

나- “포토샵이요”

사장- “그래 그거. 그림 그리는거.

포토 뭐? 일러스트. 일러스트 맞아.”

ㅅ발.

그렇게 시작된 팬티 사진 찍기.

나는 최소한 보기 좋은 조명 아래서 찍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책상에 A4용지를 흩뿌리기 시작하는

우리의 사장.

그러더니 갑자기

“하얀 배경은 만들었으니 우리 XX씨가

일러..일러 뭐로다가 그림자 정도는

지울 수 있잖아 할 수 있지?”

라고 하더라

헛돈 쓰는건 잘하면서 정작 필요한데선

돈을 아끼려는 모습에 점점 열받기 시작하더라.

후에 얘기하겠지만

마케팅에도 돈을 절대 쓰려고 안했음

걍 무조건 입소문으로 유명해질 거란 착각하더라.

걍 진짜 화가 너무 치밀어 올랐음.

홈페이지는 197만원을 태우는 양반이

가장 중요한 상세페이지에 들어갈 사진은

이따위로 찍는 것이 이해가 안됐다.

지금까진 웬만하면 사장 욕한다거나

그러진 않았는데

이때부턴 멘탈이 나가서 친구들 단톡에다가

맨날 사장 좃같다고 징징거리고 그랬음.

근데 여기서 그만두면

손해보는 것들이 한두개가 아니었음.

사업의 임종.

즉 결말을 보기 위해선 조금만 더 버티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쨌든 찍은 결과물을 보여주니까

“이건 못써먹는거 아닌가?”

“3평짜리 전구 조명 아래서 찍었으니까요 ㅆ발”

사장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제품 사진 찍어줄 스튜디오를

이제서야 알아보겠다고 하더라.

일전에 말했듯 사장은 절대 직접 발로 뛰지 않았음.

발로 뛴다고 말은 하지만

그게 아니라, 소개 받은데로 움직이는걸

발로 뛴다고 표현함.

웃긴건 제품사진 찍어주겠다는 스튜디오도

홈페이지 개발팀에서 소개시켜줌ㅋㅋ

그렇게 알아온 곳?

JPG, PNG도 구분 못하는

무슨 70대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스튜디오더라

내가 “배경 날린게 필요하니까 찍으시고 나서

PSD나 PNG로 보내주세요”

라고 했더니

“그런 전문적인걸 내가 어찌 압니까”

“하..”

어쨌든 사진은 잘 찍겠지. 라고 생각하며

사장이 스튜디오까지 직접 팬티를 가져가서

사진을 찍어왔는데

A4 용지에서 찍은 내 사진과 거의 차이가 없었고

사업의 결말을 보기는 개뿔

그 담날부터 그대로 추노하고 출근 안했다.

나중에 이새끼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서

좀 찾아봤더니

팬티 판매는 때려친 것 같고

2억 3천에 특허 팔겠다고

특허판매 사이트에 올려논거 보고

진짜 10분동안 멍하게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