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한테 고소 당해서 구치소 간 사람임.
나나 전여친이 특정될 수도 있으니
최대한 두루뭉술하게 쓸거니 양해 좀 해주셈.
여자친구랑 6개월 정도 만났는데
갑자기 나를 고소 했음.
강X으로.
평소처럼 만나서 데이트 하면서
밥먹고 같이 걷고 있다가
길에서 걔 3년 만난 전남친을 마주쳤었음.
서로 아차 싶어서 모른척하고 지나갔었는데
여자친구랑 전남친은 그게 아니었나봄.
그날 밤에 여자친구가 “헤어지자”라고 전화가 옴.
그래서 전화로 말하지 말고
당분간 시간 좀 가지다가
얼굴보고 그때 헤어지자고 말을 했음.
근데 여자친구는 거절함.
그리고 한 며칠 지났나
내가 거주하고 있던 지역 경찰서에서 전화가 옴.
“OO씨죠”
“네”
“OOO씨 아시죠? 그분이
OO씨를 고소하셨는데 혹시 시간 언제 되세요?”
라고 하는데
이 말 듣고 진짜 머리가 하얘지더라.
일단 최대한 빠른 시간 잡고
경찰서 갔더니 죄목이 강X이였음.
경찰조사만 총 4번 받았는데
첫번째 조사 때는 걍 믿기지도 않았음.
내가 살다가 성범죄 혐의로
경찰서에 불려가서 조사 받을지도 몰랐고
두번째 조사 때도 당연히 실감 안 났음.
세번째, 네번째 때도 안 믿기더라.
근데 웃긴게 1,2번째 때는 좀 무서웠는데
세번째 조사 받을 쯤부터는 그냥 존나 웃겼음.
“살다보니 이런 일이 있네 ㅆ발ㅋㅋ” 이러면서
조사 받으면서 경찰한테
내가 얼마나 억울한지에 대해 존나 어필했음
“강X이고 뭐고 난 그런적 없고
쟤랑 연인 사이였다.
6개월 정도 만났고 카톡, 커플사진 등
증거도 다 있다.
그냥 연인끼리 관계한 것일 뿐이지
강제로 한적 절대로 없다.” 라고.
난 당시에
‘강X한 것도 아닌데 조사만 받고 끝나겠지’ 하고
변호사 선임도 안하고 나 혼자 했는데
이게 진짜 존나게 큰 실수였다.
변호사는 아무리 저렴하고 실력 없어도
있고 없고 차이가 분명 있어서
경찰서때부터 동반했어야 했었는데.
이 일 끝난 지금도 무슨 일 생길지 몰라서
적금 외에 혹시 모를 변호사비 따로 모으는 습관도 생김.
암튼 경찰조사 1~4차 다 끝나고
큰 문제 없겠지 라는 생각으로 있었는데
?
수갑 채우더니 구치소를 가더라
ㅋㅋㅅ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인생 좃같았다.
수갑차고 구치소 가는 길에
“나 진짜 성범죄자 되는건가?”
“아닌가? 내가 진짜 강X을 한건가?”
라는 착각까지 들 정도로 정신이 이상해졌었음.
뉴스에서 성범죄자들 보면
“거세 안 시키고 뭐하냐” 이러면서 화 존나 냈는데
내가 그렇게 되고 있으니까 믿기지가 않더라.
암튼 구치소를 갔더니 국선변호사가 선임되더라.
내가 살던 혼거방에 총 7명이 있었는데
살X범 한명이랑 6명의 성범죄자가 있거든.
얘네 보니까 진짜 실감 나더라.
그냥 사람 새끼들이 아님.
마인드 자체가 지들 잘못 모르는 새끼들임.
암튼 구치소에서
내가 하나라도 말실수하면
진짜 좃될 수도 있다는걸 느꼈고
급하게 부모님한테 연락을 했음.
사실 경찰조사 때까지만 해도
부모님한테 말하기 좀 힘든 죄명이라
“설마” 하는 느낌으로 연락 안했었거든.
누가 부모님한테 강X이란 단어를 꺼낼 수 있냐고.
존나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부모님한테 연락하니까
다음날 바로 접견을 오셨음.
그 후 부모님 통해서
법무법인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함.
내가 재판 받아야하는 법원쪽ㅇㅇ.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대충 봐도 부모님 돈 엄청 깨졌다.
변호사가 말해주던데
우리나라에서 성범죄 무죄 받는 일이
진짜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
근데 결국 무죄를 받음.
자기가 강X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자친구는
나랑 분리재판 신청해서
난 벽 뒤에서 걔가 말하는거 진술 들었고
나랑 본적도 없던 걔 친구라는 애가 나와서
진술하는 것도 들었는데
진짜 사람이 화가나면
온 몸이 벌벌 떨린다는게 뭔지 처음 알았음.
그 뒤로 구치소에 있으면서
변호사님이 일주일에 1회 정도씩은 꾸준히 오셨는데
이게 난 당연한 줄 알았더니
같은 방에있던 새끼들 보니까 당연한게 아니더라.
비싼 변호사라 그런건지,
그분이 유독 그런건지는 모르겠음.
변호사비 얼마들었는지
부모님이 직접적으로 알려주진 않았는데
궁금하긴해도 다시 그 사건얘기를
부모님한테 꺼내는거 자체가
너무 죄송해서 물어보진 못했음.
경찰,검찰 조사 받으면서 느낀게
“미안하다” “잘못한거같다”
이런 뉘앙스의 말은 절대하면 안됐는데
나는 븅신 마냥 그렇게 말했음.
1차 경찰조사 받을 때
“OO씨가 왜 고소하셨다고 생각하세요?”
라고 했는데
“걔가 뭔가 화난게 있으니 홧김에 그랬겠죠.
뭔지 모르겠는데
뭐 화나게 했으면 미안하네요.” 라고 했는데
변호사가 이거 보더니
왜 그런 말씀 하셨냐고 하더라.
차라리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게
백만배 천만배 낫다고 함.
그리고 아까도 말했는데
변호사 선임 일찍 했어야 했던게
나는 “내가 안했는데 내가 왜 강X범임?”
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는데
현실은 절대 그렇지가 않음.
아니땐 굴뚝에도 연기는 나게 할 수 있더라.
나중에 안 사실인데
경찰조사때 “변호사 선임 하실거에요?”라고 하면
변호사 선임할테니까
선임하고 난 뒤에 다시 조사시작하자고 하면
경찰은 무조건 알았다고 해야 됨
이 사실만 알고 있었더라면
븅신처럼 구치소도 안갔고
검찰조사 받는 상황자체도 안 생길 수 있었다.
변호사도 간판빨이 중요하더라
당연한 소리인데 무조건 간판이 중요함.
유명한 법무법인소속 변호사 선임하는 사람 많던데
이게 어차피 변호사비는 한두푼 아닌거 생각하면
차라리 돈 더주고라도
간판 좋은곳 소속 변호사 쓰는게 무조건 맞음.
아니면 누명 못 벗었을 수도 있었음.
그리고 경찰,검찰 조사 받을 때
그날 조사가 끝나면 조사 내용 인쇄해서
질문, 답변지를 나한테 한번 보여주거든.
그거 세세하게 다 확인하고
아닌거 같으면 수정해달라고 해야됨.
사소한 뉘앙스가 주는 차이가 생각보다 크더라.
“아까는 ~~라고 하셨잖아요?” 라고 할텐데
“아뇨. 지금 생각이 바뀌었어요,” 라고 하면서
답변을 바꿔도 되더라.
내가 지장 안 찍고 확인 안하면
그거 통과 못시켜서 결국 바꿔주게 되어있음.
그리고 경찰,검찰 절대 내 편 아님.
이게 핵심이었던게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보다
이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함 사실.
난 경찰조사 때부터
“내가 안했으니 사실대로 말하면 믿어주겠지”
라는 븅신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구치소가서 수갑차고
검찰조사 받을 때도 그런 생각을 쳐했음.
근데 절대 아님.
그 새끼들은 이미 신고받자마자
“이거 완전 개ㅅH끼구만” 하는 마인드로 조사함.
‘진실을 밝힌다’가 목적이 아님.
변호사 빼고 믿을 놈 한명도 없음.
뭐 구치소 안에 자기가
빵잽이인데~ 살아보니~
뭐 이런거 다 개소리고
걍 변호사 말만 믿으면 됨
합의시도 하지말고 반성문 쓰면 안되는게
애초에 ‘무죄’라면 합의할 필요도 없고
반성문 쓸 필요도 없음
합의는 ‘잘못했으니 보상하겠다.’
반성문은 ‘잘못했으니 반성한다.’
딱 이거더라
이런걸 시도하는 순간 ‘무죄’는 없다고 보면 됨.
경찰서 조사 받으러 가기 전이나
아니면 조사받고 결국 법원 출석할 때
피해자랑 절대 따로 연락하지말고
합의 얘기는 꺼내지도 않아야함.
쓰다보니 다시 화나서 막 적은거 같은데
그냥 제일 이해가 안가고 답답한건
그때 전남친이랑 마주친 날에
둘이 다시 눈이 맞은건 뭐 이해는 할 수 있음.
근데 나를 왜 굳이 고소를 했냐 이거임.
그냥 유일하게 추측되는건
여자친구가 전남친 다시 만나려고
보여주기 식으로 고소한거 말곤 해석이 안됨.
무죄 받은거 다행인건 맞지만
잘못하면 나 그냥 강X범으로 살아야했음.
내가 왜 구치소에 가서
수많은 사람들한테 강X범이 되어야 하냐고.
그냥 우리 부모님이 돈이 없어서
비싼 변호사 못 썼으면 무죄 못 받았을까봐 소름 돋고
변호사비 다 받아내려면 소송까지 가야되는데
지금도 괴로운데
그 시간을 버틸 멘탈도 정신도 없음.
경찰서라고는 어릴 때
메이플 사기 당해서 가본거 말곤 전혀 없었는데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한테
나 강X범 아니라고 해명했던 날들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고통스러웠음.
아마 10년은 사람 못 만나지 않을까 싶다.
항상 증거 남기면서 살아라
그거 말곤 요즘 세상 진짜 답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