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꼭 해야만 하는 성격이라 피해 1도 안 보고 살아온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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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는 흔히들 말하는 ‘유도리’가 없는 성격임.

오죽하면 중학교 1학년 생활기록부에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매사를 원리원칙에 입각하여 해결하려 함”

라고 적혀있었음.

이런 성격 때문에 남다른 일들을 많이 겪었음.

1.초등학교 포경수술 썰

바야흐로 2000년도 초반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감.

당시엔 모든 남자 아이들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돈까스 먹자는 말에 혹해서

원치 않던 피를 보곤 하던 시절이었음.

작성자 역시 똑같은 패턴으로

엄마 손 잡고 병원 앞까지 끌려왔으나

거기서 내가 한 말

“당장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 수술을

내 의견도 묻지 않고 거짓말로 속여서 데려왔으니

난 절대 안 들어 갈거야”

하며 땅바닥에 누웠음.

엄마가 계속 타일러서 들어가려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 시절 내 논리는

초등학생 3학년 입에서 나온 것 치고도

아무런 결함이 없었음.

결국 그 날 엄마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이후로 엄마는 계획을 바꿔 아빠와 같이

“남자라면 위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조건 해야하는 수술이다” 라는 논리로

날 설득하기 시작했음

하지만 난 수술을 절대 받지 않을거란 악바리로

지역 도서관에서 전문서적과 인터넷을 통해

포경수술에 대한 자료들을 며칠에 걸쳐 수집함.

되도 않는 영어로 옆에 영한사전 펼쳐두고

비뇨기과 관련 영문자료까지 정리해서

훈민정음 열어서 복붙하고 요약함.

그리고는

“포경수술은 자연포경이 되지 않는

극소수의 사람에 한해서만 필요한 수술이고,

위생과도 큰 관련이 없으며,

수술 판단 여부는 청소년기가 지나봐야 알 수 있다”

라는 의학적 근거를 엄빠한테 제출함.

그렇게 해서 나는 내 또래 중에서

유일무이하게 고래잡이를 피해간 케이스가 되었음.

2.중학교 문제아 썰

내가 다녔던 중학교는 유독 문제아가 많은 학교였음.

소심해도 할 말은 꼭 하고 다녔던 탓에

당연히 양아치들 하고도 트러블이 굉장히 많았음.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그 누구도 나를 건드리지 않게 됨.

우리반 문제아 중에서도

유독 지랄 맞은 한 놈이 있었음.

이름이 아직까지도 기억날 정도로 독한 놈이었음.

중1 주제에 담배는 물론이고

교실에 침 뱉고 삥 뜯고 물건 뺏고 망가뜨리고

진짜 노답인생의 시작으로 정말 훌륭한 표본이었음.

그런 애한테 우등생에 말주변도 좋아서

선생님들한테 이쁨받는 내가

꽤나 재수가 없어보였는지

유독 나를 겨냥해서 일들을 저질렀음.

But 나는 어렸을 적부터 힘든 일이 있으면

어른을 찾아가는 습관이 되어 있어서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철저히 선생님께 보고함.

하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는지

괴롭힌다 -> 이른다 -> 혼난다 ->

괴롭힌다+이르면 죽여버린다 -> ㅗㅗ이른다

-> 혼난다 -> 의 패턴만 반복될 뿐

교권의 한계도 있고

괴롭힘의 방법이 점점 은근해지고 지능적으로 진화해

결국 근본적인 해결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이르게 됨.

그렇게 내가 한동안 한 풀 꺾인 상태에서

기가 좀 살았는지 걔는 절대로 해선 안 될 짓을 함.

쉬는 시간에 교탁에서 ㅈ을 꺼내서 ㅈㅇ를 하기 시작함.

굉장히 신선한 광경에 나와 친구들은 상당히 벙쪄있었고

양아치들은 지들끼리 키득거림.

애들은 너무나도 큰 충격에

선생님한테 이를 엄두 조차 내지 못함.

하지만 나는 떡잎부터 조금 달랐음.

네이버 지식인을 통해

‘공연음란죄’에 대한 법률 항목까지 찾아내서

그 날 있었던 일과 이때까지 지속되었던 괴롭힘을

교육청과 경찰 청소년 폭력 어쩌고 담당 이메일로 보냄.

며칠 뒤에 학교가 발칵 뒤집히고

그 아이는 중학교 1학년 부터

정학+봉사활동이란 징계를 달고

산뜻한 중학교 생활을 시작함

한 학기간 “1학년 1반 공연음란죄” 사건이

애들 입에서 오르내렸으며

그 이후로는 그 누구도 나를 건드리는 자가 없었음.

3.영화관 매표소 썰

몇 년 전에 가족끼리 영화를 보러 가서

아빠는 주차, 엄마랑 형은 팝콘을, 난 매표를 하러 감.

매표소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내 순서가 가까워지는데

어떤 아저씨가 당당히 내 앞을 새치기함.

그것도 내 몸을 살포시 밀치면서.

약간 꼭지가 돌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첫인상은 언제나 젠틀하고

부드러워야 배운 티가 나기 때문에

조곤조곤히

“아저씨 새치기 하시면 안 되죠” 라 말함.

세상 살면서 카톡 읽씹보다

현실 듣씹이 더 빡친다는걸 이 때 처음 깨달았음.

이어서 나는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이렇게 말함

“세상에 맙소사 대박 이 아저씨 새치기 하는 것 좀 봐

진짜 세상에서 제일 꼴불견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어서 눈물이 다나오네 정말”

그러니까 그 아저씨 눈깔이 뒤집혀선

엄청난 막말을 하기 시작함

레퍼토리는 뻔함.

이게 어디서 피도 안마른게 어른 한테 ㅈㄹㅈㄹ

니만한 아들래미가 ㅈㄹㅈㄹ

어른 한테 못 하는 소리가 ㅈㄹㅈㄹ

그 와중에 나는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욕하는 사람이 무조건 불리한 것을 알기에

조곤조곤히 하나하나 반박해줌.

“아 아저씨는 집에 저만한 아드님 계신데

공공장소에서 새치기 하고 큰 소리로 욕 하면서

집안 망신 시키라고 가르쳐 주시나봐요.

정말 훌륭한 가장의 표본이십니다”

아직 하이라이트는 여기가 아님.

꼰대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한 마디가

아저씨 입에서 나옴

아저씨: 니 내가 지금 누군지 알고 이러는기가?

하지만 나는 언제나 준비된 사람이었음.

나: (큰 소리로 주위를 둘러보며)

여기 이 분 누군지 아시는 분 계시나요???

(조용)

나:아저씨 누구신데요?

주위 사람들 키득키득 거리고

아저씨는 어버버 하다가 귀가 새빨개져선 사라짐.

(의지의 한국인 답게 그 와중에

매표는 꿋꿋히 마저 하고 사라진건 안 사이다)